[부동산] "강제경매 개시 모르고 잔금 치렀다가 임대차보증금 미회수…공인중개사 책임 50%"
[부동산] "강제경매 개시 모르고 잔금 치렀다가 임대차보증금 미회수…공인중개사 책임 50%"
  • 기사출고 2021.04.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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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잔금 지급 관여도 중개행위 범주에 포함"

하루 전에 빌라에 강제경매가 개시된 사실을 모르고 공인중개사 계좌로 임대차보증금 잔금을 지급했다가 임차인이 경매로 넘어간 매각대금에서 임대차보증금 중 일부만 배당받았다. 법원은 강제경매 개시결정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물어 공인중개사협회가 미처 환수하지 못한 임대차보증금의 50%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12월 10일 공인중개사 B씨의 중개 아래 인천 부평구에 있는 C씨 소유의 빌라에 관하여 C를 대리한 C의 아들과 임대차보증금 8,500만원, 임대차기간 2019. 12. 21.부터 2021. 12. 20.까지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850만원을 지급했다. 이어 12월 20일 임대차보증금 잔금 7,650만원을 B의 은행계좌에 입금하였고, B는 그 다음날 이 돈을 빌라의 종전 임차인에게 송금했다. A는 12월 21일 빌라를 인도받아 전입신고를 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도 받았다. 

그러나 잔금을 치르기 하루 전인 12월 19일 C의 채권자의 강제경매신청에 따라 빌라에 관하여 강제경매 개시결정과 그에 관한 기입등기가 이루어졌고, 이후 빌라가 매각되어 A는 2021년 2월 4,500여만원만을 배당받았다. A는 "B가 임대차보증금 잔금 지급과 관련한 공인중개사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탓에 임대차보증금 중 3,900여만원을 반환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B와 공제계약을 맺은 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3,9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2020가단5074050)을 냈다. A는 C의 아들을 상대로도, 빌라 매각과 배당 무렵 임대차계약도 종료되었으므로, C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 나머지 임대차보증금 3,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C씨가 2019년 12월 30일 사망하자 C의 아들은 상속 한정승인을, 나머지 상속인들은 상속포기를 각각 신고해 수리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영아 판사는 3월 16일 임대차계약 종료에 따라 C의 아들은 C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 3,900여만원을 A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공인중개사협회에 대해서는 B의 책임을 50% 인정, C가 지급할 3,900여만원의 50%인 1,900여만원을 C의 아들과 연대하여 A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판사는 공인중개사협회의 책임과 관련, "어떠한 행위가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에서 정한 중개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중개업자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 · 중개를 위한 행위라고 인정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며 "매매계약을 알선한 중개업자가 단순히 계약의 체결만을 알선하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계약 체결 후에도 중도금 및 잔금의 지급, 목적물의 인도 및 소유권이전등기의 경료 등과 같은 거래당사자의 계약상 의무의 실현에 관여함으로써 계약상 의무가 원만하게 이행되도록 주선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에, 그러한 중개업자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 · 중개를 위한 행위로서 중개행위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A가 C의 아들과 맺은) 임대차계약에서 B는 계약이 체결된 이후에도 원고로부터 잔금을 지급받아 빌라의 종전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는 역할의 맡았고, 잔금을 지급받은 후 원고로 하여금 위 빌라에 이사를 할 수 있도록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알려 주는 역할도 맡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비추어 보면 임대차계약에 관한 B의 관여는 임대차계약이 체결됨으로서 종료하는 것이 아니라 잔금 지급과 빌라의 인도 등 계약상 의무의 이행에 관하여도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위 잔금의 지급 및 전달 등에 관한 부분까지 중개행위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지적하고, "계약체결일부터 잔금 지급일까지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 권리관계에 변동이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잔금을 지급받는 역할을 맡은 공인중개사로서는 잔금을 교부받을 무렵 빌라의 권리관계를 재차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B가 위와 같은 확인을 하지 아니하고 잔금을 지급받아 임대차계약이 완결되게 함으로써 원고가 잔금 지급 전 등기된 강제경매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임대차보증금을 모두 반환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B는 원고에게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다만, 임대차계약의 체결일로부터 잔금지급일까지의 기간이 10일에 불과하여 그 사이에 강제경매개시결정 등 빌라에 관한 권리변동이 발생할 것으로는 B는 물론이고 고인(C)이나 C의 아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 역시 잔금을 지급하면서 권리관계의 확인을 요구할 수 있었음에도 그와 같은 요구를 하지 아니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여 B의 책임을 50%로 제한하고, "따라서 피고 협회는 B와 체결한 공제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공제금 19,00여만원을 C의 아들과 공동하여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피고 협회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는 C의 아들의 원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의무와 부진정연대의 중첩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이에 앞서 C의 아들에 대해, "빌라의 매각 및 배당 무렵 임대차계약도 종료되었으므로, C의 아들은 고인의 상속을 한정승인한 상속인으로서 고인의 원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의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며 "C의 아들은, 상속 한정승인의 취지에 따라 고인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 원고에게 나머지 임대차보증금 3,900여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