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표현으로 본 시각장애인 차별행위와 손해배상책임 인정 이유
판결문 표현으로 본 시각장애인 차별행위와 손해배상책임 인정 이유
  • 기사출고 2021.04.0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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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들이 스크린 리더를 통해 청취할 수 있도록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에 대체 텍스트 제공 등을 명한 서울중앙지법의 판결문을 읽어보면 재판부가 위자료 10만원과 적극적 조치를 인정하기까지의 판단과정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SSG닷컴, 롯데쇼핑, 이베이코리아에 대한 3건의 판결문을 토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와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이유 등을 소개한다.

피고의 차별행위 존재 여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전자정보, 그 중에서도 웹사이트에 대한 접근성 보장은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장애인의 사회활동 참여를 증진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므로, 장애인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웹사이트에 접근하여 정보를 얻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은 웹사이트에 텍스트 아닌 콘텐츠가 사용되는 경우 시각을 통하여 정보를 인지할 수 있으나, 시각을 통해 정보를 인지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주로 또는 오로지 듣는 것만으로 웹사이트에 접근 ·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웹사이트에 텍스트 아닌 콘텐츠 즉, 이미지 등이 사용됨에도 대체 텍스트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시각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웹사이트에 접근하고 이를 이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된다.

일반 법인 운영 웹사이트에도 기준 될 수 있어

이러한 이유로 지능정보화 기본법 및 국립전파연구원이 발표한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2.1'(이 사건 지침)은 시각장애인의 웹 접근성 보장을 위해 대체 텍스트 제공을 필수적인 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지능정보화 기본법 및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직접적으로 국가기관 ·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그 접근성을 보장하는 규정이지만, 그 입법 취지와 목적, 규정 내용의 합리성과 보편적 타당성에 비추어 볼 때 국가기관 등이 아닌 법인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경우에도 기본적인 웹 접근성 보장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는데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이 사건 지침은 국가표준으로 승인되어 웹 접근성 준수 여부를 평가할 때 하나의 표준으로 활용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비록 규범적 효력이 직접 미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국가기관 등이 아닌 법인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대하여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이 보장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에도 이 사건 지침이 기준으로 작용하여 텍스트 아닌 콘텐츠에 대하여 그 의미나 용도를 인식할 수 있는 대체 텍스트가 제공되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 롯데마트몰, G마켓을 상대로 위자료와 함께 시각장애인용 대체 텍스트 제공 판결을 받아낸 김재환 변호사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 롯데마트몰, G마켓을 상대로 위자료와 함께 시각장애인용 대체 텍스트 제공 판결을 받아낸 김재환 변호사

피고들은 2013년경부터 웹사이트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상당수 상품에 관한 필수정보나 광고 내용 등이 이미지 파일로 첨부되어 있음에도 해당 정보를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대체 텍스트가 제공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웹사이트의 이벤트화면, 상품에 관한 상세설명을 제공하는 웹페이지의 경우에는 많은 부분이 사진이나 그림 등의 텍스트 아닌 콘텐츠, 즉 이미지 파일로 등록되어 있고, 사진이나 그림 안에 상품에 관한 상세정보, 광고 문구 등이 기재되어 있다. 시각장애가 없는 사람은 사진이나 그림 안에 기재되어 있는 문구를 시각을 통해 인지할 수 있으나, 이는 이미지 파일일 뿐 텍스트가 아니어서 이에 관한 대체 텍스트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화면낭독기로 청취할 수 없으므로,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사진이나 그림 안에 기재되어 있는 상품에 관한 정보나 광고 내용 등을 인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체 텍스트 없이 이미지 파일로만 첨부

특히 웹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상품필수정보’란에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4항 및 이에 근거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20-14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할 재화 등에 관한 정보와 거래조건에 관한 정보(상품의 품목에 따라 다르나 일반적으로 종류, 소재, 색상, 크기, 제조자, 제조국, 제조연월, 취급시 주의사항, 품질보증기준, 환불조건 및 방법 등)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고 있는데, 상당수의 상품의 경우 위와 같은 정보 중 일부 또는 전부에 '상품상세참조'라고 기재하고도 정작 상품상세에서는 위와 같이 필수적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할 상품에 관한 정보 등을 대체 텍스트 없이 이미지 파일로만 첨부하고 있거나, 대체 텍스트가 입력되어 있더라도 해당 정보를 인식할 수 없는 '품질표시이미지1', '품질표시이미지2' 등의 내용만이 입력되어 있을 뿐이다.

피고들은 2013. 4. 11.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개선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상품에 관한 필수정보나 광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텍스트 아닌 콘텐츠에 대하여 해당 정보를 인식할 수 있는 대체 텍스트를 적절하고도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채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하여 시각장애인인 원고 등은 웹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정보 등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웹사이트를 이용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되는데, 이는 피고들이 웹사이트를 운영함에 있어 시각장애인인 원고 등을 형식상으로는 불리하게 대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전자정보에 접근함에 있어서 실질적으로는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0조 제1항, 제4조 제1항 제2호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또 피고가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거나 미흡하게 제공한 것은 장애인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접근 ·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보장된 웹사이트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 제1항, 제4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정당한 사유의 존재 여부

장애인차별금지법 4조 3항에서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차별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웹사이트의 텍스트 아닌 콘텐츠에 관하여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는 것이 피고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대체 텍스트 제공은 법적 의무, 배려 아니야

피고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2013. 4. 11.부터 장애인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보장되는 웹사이트를 제공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시각장애인의 웹 접근성 보장에 있어 대체 텍스트 제공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피고들이 웹사이트의 텍스트 아닌 콘텐츠에 관하여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는 것은 법적 의무를 이행하는 것일 뿐이지, 시각장애인에 대하여 배려를 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2007. 4. 10. 제정되어 2008. 4. 11.부터 시행되었고, 정보통신 등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의무에 관한 규정은 2009. 4. 11.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2013. 4. 11.에는 전자정보를 처리하는 모든 법인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단계적으로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여 시행되었다. 따라서 피고들에게는 정보통신 등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의무가 적용되기까지 5년의 유예기간이 있었고 그 이후로도 현재까지 약 8년 동안 개산할 수 있는 기간이 주어졌다.

웹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대부분은 피고들이 아닌 협력업체들이 상품 정보를 입력한 후 등록하는 것이고, 수많은 상품 정보를 사후적으로 확인 ·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기술적 방법 또는 계약 내용의 추가 등을 통해 협력업체들이 상품에 관한 정보를 등록함에 있어 적어도 사전적으로는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이미지를 사용하는 경우 이미지의 의미나 용도를 인식할 수 있는 대체 텍스트를 입력하도록 강제하고 이를 관리 · 감독함으로써 접근성이 보장된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다고 볼 객관적 근거가 없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는 재화 등에 관한 정보와 거래조건에 관한 정보를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구매할지 결정함에 있어 필요한 정보로서 필수적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위 고시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화 등에 관한 정보와 거래조건에 관한 정보가 아니더라도, 상품에 관한 광고, 이벤트 등의 내용 또한 소비자의 구매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대체 텍스트 제공은 최소한의 조치

따라서 피고들이 재화 등에 관한 정보와 거래조건에 관한 정보가 이미지로 되어 있을 경우 그러한 이미지에 기재되어 있는 문구를 대체 텍스트로 제공하는 것은 시각장애인인 원고 등의 웹 접근성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할 것인데 이마저도 미흡한 상태이다. 또한 웹페이지의 내용 중 상품에 관한 광고, 이벤트 안내가 텍스트 아닌 콘텐츠로 되어 있는 경우라도 적어도 그 중 문구로 기재된 사항에 대해서는 피고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해당 상품의 생산자나 제조업자가 아님에도 임의로 대체 텍스트의 내용을 입력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도 발생할 우려가 없다. 피고들이 웹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수많은 상품에 관하여 대체 텍스트가 제대로 입력되어 있는지 사후적으로는 물론이고 사전적으로도 이를 확인하고 관리 · 감독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는 보이나, 피고들의 매출액, 사업규모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비용이 피고들에게 과도한 비용이라거나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힐 정도에 해당한다고 볼 객관적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