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시각장애인 차별 시정' 판결 받아낸 김재환 변호사
[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시각장애인 차별 시정' 판결 받아낸 김재환 변호사
  • 기사출고 2021.04.01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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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에 대체 텍스트 제공하라"

"장애인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웹사이트에 접근하여 정보를 얻고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번 판결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한층 중요해진 요즘 시각장애인들의 편의 증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시각장애인들을 대리해 대형 온라인 쇼핑몰을 상대로 시각장애인용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물어 위자료와 시정조치 판결을 받아낸 김재환 변호사는 판결의 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도입된 후 온라인 쇼핑몰을 상대로 시각장애인 차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받은 첫 판결이자 대체 텍스트 제공 명령까지 받아낸 의미 있는 판결이다. 김 변호사는 "일반인들에게도 장애인들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고 보다 관심을 갖게 하는 판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SG닷컴 · 롯데마트몰 · G마켓 상대 승소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 롯데마트몰, G마켓을 상대로 위자료와 함께 시각장애인용 대체 텍스트 제공 판결을 받아낸 김재환 변호사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 롯데마트몰, G마켓을 상대로 위자료와 함께 시각장애인용 대체 텍스트 제공 판결을 받아낸 김재환 변호사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한성수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8일 시각장애인 963명이 이마트(나중에 SSG닷컴이 소송을 이어받음)와 순서대로 롯데마트몰과 G마켓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 이베이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합33112, 33129, 33136)에서 피고 3사에 공통적으로 원고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와 판결 확정 후 6개월 이내에 화면 낭독기(screen reader)를 통해 청취할 수 있는 대체 텍스트 제공을 명했다.

소송이 제기된 후 이번 판결이 나오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3년 5개월. 아직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2017년 9월 소장이 접수된 후 코로나19를 거쳐 비로소 1심 판결이 선고됐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대체 텍스트 없이 대부분의 상품 상세설명을 이미지로 보여주고 운영하는 방식이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임을 설명하고 설득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또 아무래도 선례가 없는 사건이다 보니 재판부 입장에서도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후에도 이를 어느 범위까지 어떤 방식으로 조치하도록 하여야 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긴 시간 고심하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상품 달라져도 문제 해결 안 돼"

김 변호사는 특히 "시각장애인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데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일반인들과 동일하게 이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시각과 편견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대목이었다"며 "이에 여러 번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재판부의 이해를 돕고 전문가들에 대한 증인신문과 시각장애인들의 진술서 등을 통해 상품상세설명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대체 텍스트만 주어지면 시각장애인들도 일반인과 동등한 수준의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히는데 주력했다"고 3년 5개월이 더 걸린 긴 재판과정을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 장기화에 따라 상품 등록시 문제점이 해소된 것인지 여러 차례 쇼핑몰 사이트를 확인하였다"며 "통시적으로 상품이 달라져도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한 비교 채증 및 설명을 위한 시각화 작업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피고들 측에서 일종의 재판 지연전략을 펴지않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온라인 쇼핑이 더욱 부각되는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었고, 결과적으로 코로나가 이번 재판에서 승소를 굳히는 원군(援軍)이 되었다.

김 변호사는 1인당 위자료 10만원은 솔직히 기대에 못 미치는 액수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시행된 게 2018년 4월부터이고, 공공기관 외 모든 법인으로 확대 시행된 게 2013년 4월인데, 2013년부터 계산해도 8년간 시각장애인들이 온라인 쇼핑과 관련해 불편을 겪은데 대한 위자료 10만원은 1년에 1만 2,500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매우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원고들이 당초 청구한 위자료 금액은 1인당 200만원이었다.

2013년부터 일반 법인으로 확대 시행

김 변호사는 그러나 품목별 재화 등에 관한 정보, 거래조건에 관한 정보와 상품에 대한 광고, 이벤트 안내 중 문구로 기재되어 있는 사항에 대해 스크린 리더로 청취할 수 있는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라는 재판부의 적극적 조치 명령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소송을 제기한 것도 시각장애인들에게 차별적인 세상을 바꾸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번 판결은 최초로 웹 접근성 보장 조치의 주체와 대체 텍스트 제공에 관련된 기준과 내용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원고 측은 이러한 내용의 적극적 조치가 반영된 점을 평가하고 신속한 절차 진행을 위해, 피고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또 "시각장애인들은 4배수, 5배수의 빠른 속도로 텍스트를 읽어주어도 빠르게 잘 알아듣는다"며 "적극적 조치의 내용이 스크린 리더가 읽어줄 수 있는 대체 텍스트를 넣어 달라는 건데, 시각장애인들은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거를 소리로 들어야 하니까, 소리로 전환시켜줘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김재환 변호사
◇김재환 변호사

재판부는 적극적 조치를 해당 기간(판결 확정 후 6개월 이내) 내에 완료하지 못할 경우엔 조치 완료일까지 매일 30만원을 지급하라는 이른바 간접강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이대로 판결이 확정될 경우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피고들 입장에선 법원에서 명한 적극적 조치를 시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시정되지 않을 경우엔 간접강제도 가능할 것이고 장애인차별법상의 형사처벌 조항에도 저촉되어 형사처벌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부 재판장을 끝으로 2014년부터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재환 변호사는 지인으로부터 스크린 리더로 청취할 수 있는 대체 텍스트 제공이 미흡해 시각장애인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데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소송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물론 장애인차별법 등에 대한 법리 검토와 IT 전문가, 시각장애인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기술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소송도 아닐 뿐만 아니라 과다한 비용의 지출 없이도 가능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김 변호사는 "변호사가 일종의 기획소송을 통해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아나가는 것도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소송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모든 온라인 쇼핑몰이 대상 될 수 있어

김 변호사에 따르면, 승소가 확실한, 좋은 눈의 시력이 0.06 이하인 중증 시각장애인으로 범위를 좁혀 700명 정도의 원고로 소 제기를 예상했는데,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시각장애인들이 많아 원고 당사자가 1,000명 정도로 늘어났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또 "규모와 인지도, 영업방식 등에 있어 대표성이 있는 업체 3곳을 골라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이들 3사 못지않은 규모의 시각장애인을 차별하는 유사한 업체가 많이 있고, 대체 텍스트 제공 등의 실태가 이들보다 더 못한 업체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대체 텍스트 제공이 미흡한 모든 온라인 쇼핑몰이 소송 등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판결대로 대체 텍스트가 하루빨리 제공되어 시각장애인들이 정상인 못지않게 큰 불편 없이 원활하게 온라인 쇼핑을 하게 되길 바랍니다. 나아가 웹 접근성 보장이 미흡한 온라인 쇼핑몰 웹페이지에 대해서는 사용중단 등 보다 강력한 조치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963명의 시각장애인을 대리해 온라인 쇼핑몰의 대체 텍스트 제공 판결을 받아낸 김재환 변호사의 3년 5개월에 걸친 재판 소감이자 바람이다.

◇김재환 변호사는 누구=1990년 행정고시(재경직)와 함께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재환 변호사는 1993년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가정법원 판사, 서울중앙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 · 수원지법 부장판사 등 20년 넘게 각급 법원의 판사로 활약했다. 2014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며 형사, 민사, 행정, 조세 등 다양한 사건을 수행하고 있으며, 형사사건이 좀 더 많은 편이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같은 대학원에서 형사법을 전공해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형사소송법》, 《국민참여재판-이론과 실제-》 등 형사법 분야의 저서도 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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