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코로나 해의 로펌 성적표
[리걸타임즈 칼럼] 코로나 해의 로펌 성적표
  • 기사출고 2021.04.0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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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전, 전 세계 로펌들은 지구촌을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에 파트너 배당을 연기하고 변호사와 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하는 등 유례없는 긴축조치로 맞섰다. 재택근무는 물론 직원을 해고하고 변호사 신규 채용을 동결한 로펌들도 적지 않았다. 한국 로펌들도 법원의 재판이 연기되고 기업들의 거래가 중단되는 가운데 TF팀을 잇따라 발족하는 등 위기대응 매뉴얼을 가동했다. 미국 로펌들처럼 직원을 줄이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대형 로펌 중에도 혹시 하반기가 되면 직원들 급여를 못 줄까봐 마이너스 대출을 미리 늘려 확보해놓은 로펌도 있었다.

◇김진원 기자
◇김진원 기자

과연 코로나 원년인 2020년 로펌들의 경영성과는 어떨까. 역설적이라고 표현해야 할 만큼 전 세계 많은 로펌에서 매출이 줄지 않고 지분파트너 1명당 수익(PPP)이 늘어나는 등 선방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로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재택근무로 일하고 있지만, 파트너 등의 근무시간은 감소하지 않았다는 얘기이며, 작년 하반기부터 거래와 소송이 회복되며 로펌의 일감이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매년 4월 하순 전년도 매출기준으로 미 100대 로펌과 200대 로펌을 집계해 발표하는 아메리칸로이어(The American Lawyer)의 조기보도(Early Reports)에 따르면, 미국 로펌들은 지난해 구조조정(restructuring), 기술(tech), 헬스케어(health care)와 생명과학(life sciences), 사모펀드(private equity), 에너지, 자본시장(capital markets), 파산(bankruptcy), 기업조사(corporate investigation), 인사노무(labor and employment) 등의 분야에서 클라이언트 수요가 늘어나며 매출과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 중재도 지난해 사건이 늘어난 주목할 만한 시장으로, 미국의 한 로펌은 코로나로 재판이 중단, 연기되자 중재로 눈을 돌려 평년보다 약 50% 많은 200건의 중재를 수행하며 매출 증대라는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또 로펌 쪽에선 시장의 수요를 미리 내다본 경력변호사의 영입과 성공보수(Contingency Fee)로 대표되는 새로운 수임료 구조 등 위기에 적응하려는 유연한 대응이 돋보인다.

한국의 주요 로펌들도 매출 증가 등 꽤 괜찮은 코로나 해의 성적표를 속속 타전하고 있다. 이미 몇 년 전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김앤장을 선두로 매출 3,000억원 이상 2곳, 2,500억원을 바라보는 법무법인 율촌과 세종, 매출 2,000억원에 바짝 다가선 법무법인 화우 등 대형 로펌들이 탄탄한 성장 속에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관심은 이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전망과 기대로 옮아가고 있다. 코로나 위기에 숨어 있던 요소들이 모두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2021년은 한국 로펌들에게 또 한 번의 기회일까.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