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입주민 폭언 1주일 후 사망한 경비원…산재"
[노동] "입주민 폭언 1주일 후 사망한 경비원…산재"
  • 기사출고 2021.03.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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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직무 과중, 스트레스가 원인"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3월 11일 과로에다 주차 문제로 입주민으로부터 폭언을 들은 뒤 1주일 뒤 사망한 경북 구미시에 있는 아파트 경비원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60499)에서 업무상 재해라고 판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9월 11일 오전 11시쯤 의식을 잃은 채 경비실 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로 발견되어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사망했다. 부검결과 사인은 심장동맥경화증과 관련한 급성심장사(급성심근경색증 가능성 포함)로 추정되었다. 근로복지공단이 'A씨는 업무적인 요인이 아닌 개인적 위험요인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A씨의 배우자에게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내리자 A씨의 배우자가 소송을 냈다.

이 아파트는 관리소장 1명, 경비원 2명이 관리업무를 담당하였는데, 관리비 절감 목적으로 2018년 4월경 관리소장이 퇴직한 이후 제초 · 전지 · 방역작업, 화단관리, 조경, 입주민의 일상적인 유지관리보수 응대 등 종래 관리소장이 전담하던 업무 중에서 입주민의 일상적인 유지관리보수 응대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를 경비원 2명이 추가로 담당했다. 또 주차면수(116대)에 비해 등록차량(255대)이 많아 주민 간 주차 갈등이 존재했고, A씨는 사망 일주일 전 이중주차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입주민으로부터 폭언을 들었다.

재판부는 "A가 평소 건강문제를 호소한 바 없고, 심혈관계 질환을 이유로 치료를 받은 자료도 보이지 않는다"며 "2009. 2. 1.부터 동일한 아파트에서 근무하여 약 9년 이상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던 A가, 관리소장 퇴직에 따라 업무가 추가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에, 입주민과 주차 갈등을 겪은 후 사망한 것에는 직무의 과중,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관리소장의 퇴직으로 인한 추가 업무 부담, 주차관리 과정에서 듣게 된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과로, 스트레스가 A에게 심장동맥경화를 유발하였거나 기존의 심장동맥경화를 급격히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추단된다"며 "A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05두13841)을 인용,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며 "이러한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며 "업무와 사망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