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개방과 변호사 윤리
법률시장개방과 변호사 윤리
  • 기사출고 2007.06.2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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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중앙지법이 변호사의 수임 제한에 관련된 의미있는 판결을 하나 내렸다. 판사 시절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적이 있는 모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가 이 사건의 원, 피고가 또다시 맞선 별개의 사건에서 피고측 변호사로 선임돼 활동한 것을 두고 변호사법 위반이라며 300만원의 벌금을 선고한 것이다. 두 당사자는 이 사건에서도 원, 피고의 관계로 법정에 섰다.

◇김진원 기자
이 변호사는 자신이 판사로 있을 때 맡았던 사건과 별개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앙지법 재판부는 "실체가 같다면 (변호사법이) 수임을 제한한 사건에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사법 31조는 변호사가 '공무원 · 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을 맡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비록 선고된 벌금액은 많지 않다고 할 수 있으나, 기자는 변호사의 수임 제한의 범위를 넓게 인정한 이 판결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이 사건은 당사자간에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사건을 맡지 말아야 한다는 이른바 '이해관계 충돌(Conflict of Interests) 금지'의 법리에 관련된 판결이다.

변호사 윤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국내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변호사의 윤리가 한층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기에 더욱 그렇다. 변호사 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범죄에 빠지거나 일탈(逸脫)행위를 일삼다 징계에 회부되는 변호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게 최근 재야 법조계의 고민중 하나일 정도다.

이와 관련, 변협이 최근 변호사 윤리규정의 개정에 착수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변협은 얼마전 위원회를 발족하고, 윤리규정의 개정을 본격 추진중에 있다.

윤리규정 개정에 관여하고 있는 한 중진 변호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기자에게 변호사 윤리규정의 허술함을 지적하며, "변호사 윤리가 발달한 미국 수준으로 규정을 개정하려 한다"고 개정 방향을 시사했다. 지금보다 상당히 강화된 수준의 윤리기준을 제시하려 한다는 뜻으로 들렸는데, 시장이 열려 조만간 미국변호사, 미국 로펌이 국내에 상륙하게 되는 점도 고려하고 있음은 물론일 것이다.

윤리규정의 개정을 통해 변호사 윤리가 상당한 수준으로 강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변호사 윤리 측면에서 법률시장개방의 파장을 분석한 한 중견 법무법인 대표변호사의 지적도 의미있게 들린다. 그는 "미국 로펌업계의 변호사 윤리가 우리보다 훨씬 발달해 있다"며, "이들이 국내에 들어와 우리 로펌들에게 변호사 윤리를 거론하며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설 경우 국내 대형 로펌 등의 비즈니스가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시장개방과 관련해 법무부나 변협이 고려하는 대책중 하나는 국내에 진출하는 미국 로펌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의 강화로 알려지고 있다. 극심한 상업화 추구 등 법조 공공성이 붕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대목도 들어있다.

국내 로펌들 또한 차제에 변호사 윤리 차원에서도 더욱 경쟁력을 길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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