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헌재 결정 전 낙태수술하고 다른 병명으로 요양급여 타내…사기 유죄"
[의료] "헌재 결정 전 낙태수술하고 다른 병명으로 요양급여 타내…사기 유죄"
  • 기사출고 2021.03.1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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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험급여 대상 아니고, 기망행위 해당"

낙태수술을 한 산부인과 의사가 다른 병명으로 거짓 진료기록부를 작성해 요양급여를 타냈다가 사기죄 유죄가 확정됐다. 

산부인과 의사인 A씨는 2014년 9월 25일 광주 남구에 있는 병원을 찾아온 임신부로부터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수술을 하는 등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7회에 걸쳐 낙태수술을 한 혐의(업무상 승낙낙태)로 기소됐다. A씨는 또 낙태수술을 하고도 진료기록부 등에 병명을 '상세불명의 무월경', '자궁의 급성염증성 질환' 등으로 기재한 후(의료법 위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하여 148회에 걸쳐 135만여원을 타낸 혐의(사기)로도 기소됐다.

1심 재판부가 2018년 2월 A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하자, A씨가 항소했다. A씨는 "단지 낙태수술 이후 후유증 치료시 의료보험을 청구한 것이어 사기의 고의가 없었고, 헌법재판소가 업무상 승낙낙태죄에 관한 형법 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이상, 사기의 고의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1심 선고 후인 2019년 4월 11일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269조 1항,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낙태죄를 처벌하는 형법 270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2017헌바127)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인 2019년 7월 업무상 승낙낙태 혐의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무죄라고 판단했으나, 사기와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1심 판단을 유지하고 형량을 줄여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기 혐의와 관련, "비록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임신부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 소급적으로 효력이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부분 사기의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요양급여를 청구할 당시 낙태행위가 고의의 범죄행위에 해당함은 명백하고 낙태수술 이후의 후유증 역시 고의의 범죄행위에 전적으로 기인하였거나 적어도 그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보험급여의 대상은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이 낙태수술 사실을 감추고 단순히 그 병명을 '상세불명의 무월경 내지는 자궁의 급성염증성 질환' 등으로 기재하여 요양급여를 청구한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요양급여비용 지급에 관한 의사결정에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서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법 53조 1항 1호는 "공단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 해당하면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사기죄의 성립 여부와 편취 범의가 있었는지는 기망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며 "비록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위 각 조항이 소급 무효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률적 평가의 측면에 관한 것일 뿐, 피고인이 당시 요양급여 청구 대상이 아닌 낙태수술과 관련한 비용을 청구하면서 마치 낙태수술과 무관한 단순 산부인과 질환 등을 원인으로 기재한 진료기록 등을 제출하였고, 피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에 속아 요양급여를 지급하였다는 역사적 사실관계 자체는 변할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사기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어떠한 처치 · 수술 및 그 밖의 치료 등이 요양급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국민건강보험법과 그 위임에 따른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 뿐,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모든 낙태 행위가 곧바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대상에 포함되는 것도 아니므로, 피고인이 각 낙태수술과 관련하여 당연히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사기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는 것이다.   

이에 A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도 2월 25일 A씨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19도10401).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