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필요시기보다 1년 반 늦은 잠수함 함모형 제공' 의견은 이행거절
[손배] '필요시기보다 1년 반 늦은 잠수함 함모형 제공' 의견은 이행거절
  • 기사출고 2021.03.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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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현대중공업에 25억원 배상하라"

하루당 약 9억 4,200만원의 지체상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잠수함의 함모형 제공시기를 함모형 필요시기와 1년 반 가량 차이 난 시기에 제공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이행거절이어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2월 17일 현대중공업이 "함모형 미제공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2020가합527600)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5억 6,50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KHL이 현대중공업을 대리했다. 

국가는 2007년경부터 3,000t급 잠수함 설계를 국내 기술로 수행하는 사업을 추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공동으로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이후 국가가 2014년경 '장보고-III 기본형 잠수함 건조사업'을 추진하여 대우조선해양이 선도함(1번함)과 후속함(2번함)을, 현대중공업이 후속함(3번함)을 건조하기로 해 현대중공업이 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2016년 11월 국가와 계약금 6,280억원, 납품일자 2023년 12월 15일, 지체상금을 지체일 하루당 계약금액의 0.15%(약 9.42억원)의 비율로 정해 물품구매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계약의 특수조건에는 잠수함 건조를 위해 선도함과 후속함(2번함)용으로 제작된 1:5 함모형을 활용하되, 선도함과 후속함 건조공정과 연계한 활용계획을 계약담당공무원과 협의하여 작성 후 제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함모형은 실제 잠수함을 건조하는 데 사용되는 도면으로 1:5 비율로 축소하여 실제 잠수함과 동일하게 제작된 모형으로서 잠수함 설계도면만으로는 잠수함 내부 형상이나 내부 의장품의 배치 순서 등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한 잠수함 내부의 곡면 형상과 내부 장비(배관, 밸브, 전선 등)의 배치 결과를 사전에 확인하여 작업순서를 확정하기 위하여 사용하여 왔다. 국가는 '장보고-III 기본형 잠수함 건조사업'과 관련해서도 비용을 부담하여 선도함과 후속함용으로 함모형 1개를 제작하여 대우조선해양에 제공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8차례에 걸쳐 함모형을 제공해달라고 국가에 요청했으나, 국가가 함모형 제공을 거절하고, 함모형 추가제작 비용을 반영한 수정계약을 승인하여 달라는 현대중공업의 요청도 거절하자, 현대중공업이 25억 5,000만원을 주고 함모형을 외부업체에 의뢰해 제작해 제공받은 후 함모형 견학에 들어간 출장비용과 인건비를 합쳐 25억 6,500만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국가를 상대로 냈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2018년 6월, 2019년 1월과 4월 3차례에 걸쳐 대우조선해양의 조선소로 가서 국가가 대우조선해양에 제공한 함모형을 견학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97다30257 등)을 인용, "계약상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 채권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이행기 전이라도 이행의 최고 없이 채무자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채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는지는 계약 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행동과 계약 전후의 구체적인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원고에게 잠수함 건조를 위하여 함모형을 제공하기로 하되, 다만 그 이행의 시기를 원고와 피고의 협의가 성립한 때로 정한 것(불확정기한)으로 볼 수 있는데, 원고가 잠수함 건조공정이 지연되는 경우 하루당 약 9억 4,200만원의 지체상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8차례에 걸쳐 함모형 제공 요청을 하였고, 함모형 제공시기를 최초 2018. 12. 25.에서 2019. 2. 17.와 2019. 3. 29. 등으로 수차례에 걸쳐 조정하기까지 하였음에도, 피고는 계속 함모형을 제공할 수 없다고 하다가 2018. 10. 17. 비로소 정상적인 함모형 필요시기와 1년 반 가량 차이가 나는 2020년 7월 이후에 함모형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피고가 사실상 원고와의 협의를 거절하였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위와 같은 이행거절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원고가 2018년 10월 4일 7차 협조요청을 할 때 2019년 3월 29일을 함모형 필요시기로 제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