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석면폐증으로 위자료 판결 받은 후 10년 뒤 암 발병…추가 배상하라"
[노동] "석면폐증으로 위자료 판결 받은 후 10년 뒤 암 발병…추가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1.03.1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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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前訴 당시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중한 손해"

석면공장에서 일하다가 석면폐증 진단을 받은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한 뒤 약 10년이 지나 다시 석면 후유증으로 암에 걸리자 재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승소했다.

1971년 초부터 1978년 말까지 부산 동래구에 있는 석면공장에서 근무한 A씨는, 2008년 3월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 폐가 섬유화되어 굳어지는 질병인 '석면폐증' 진단을 받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요양급여 승인결정을 받은 데 이어 30여년 전 근무한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회사는 A씨에게 위자료 4,000만원과 치료비 등 4,2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회사는 원고에 대하여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불이행에 기한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사용자로서 산업재해 발생방지의무를 소홀히 한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A씨는 그러나 석면 노출 후유증으로 2017년 11월 서울 아산병원에서 복막의 악성중피종(악성 종양) 진단을 받자 다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추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 승인결정을 받은 데 이어 회사를 상대로 악성중피종 치료비 7,100여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2020가단100672)을 냈다.

이에 회사는 "원고가 전소(前訴)의 변론 종결 당시 악성중피종 발병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원고의 이번 청구는 전소 판결의 기판력에 반한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전소 판결 이유를 보면 '원고는 현재 호흡곤란 및 계속적인 기침, 가래배출 등 증상을 보이고 있고, 향후 폐섬유화로 인한 만성적인 호흡곤란을 호소할 것이며, 폐암, 악성중피종의 발병 가능성도 있음'이 인정되었고, '원고가 향후치료비를 구하지 않는 점'이 위자료 참작사유로 열거되어 있었다.

울산지법 장지혜 판사는 그러나 1월 29일 회사의 책임을 90% 인정, "피고는 원고에게 6,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민심이 원고를 대리했다.

장 판사는 "원고는 전소 소 제기 당시 추후 신체감정 등을 통하여 청구취지를 변경하기로 하고 우선 1억원을 청구하였다가, 이후 기왕치료비와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원고가 전소의 소장 및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에서 손해배상채권의 범위를 구별하여 일부 청구하고 있음을 명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그 정도로 심리의 범위를 특정하기에 충분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전소의 변론 종결 후 발생한 치료비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에까지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소 소송 과정에서 명시적으로 향후치료비에 대한 청구를 포기한 바 없고, 전소의 판결 이유에 의하면 '석면에의 첫 노출과 악성중피종 진단 간의 잠재기간은 20년 내지 40년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인바(실제 원고는 석면 노출 사고 후 약 40년이 지났을 뿐만 아니라, 섬유폐종 진단 후로도 약 10년이 지난 2017. 11. 1. 악성중피종을 진단받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원고가 변론 종결 당시 향후 진단 가능성이 있는 악성중피종에 대한 향후치료비 청구를 포기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고, "설령 원고의 전소 청구를 명시적 일부 청구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악성중피종으로 인한 치료비 상당의 손해는 전소의 변론종결 당시에는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중한 손해라고 할 것이므로,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청구에까지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장 판사는 "원고의 악성중피종은 석면 노출로 인한 것임이 넉넉히 인정되고, 피고는 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에 대하여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불이행에 기한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사용자로서 산업재해 발생방지의무를 소홀히 한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므로, 피고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치료비 중 치료제 투여 비용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원고에게도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할 의무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전소에서 피고의 책임 비율이 90%로 제한된 바 있고 이 사건 소송에서 이를 변경할 다른 사정이 없는 점을 감안하여, 피고의 책임을 9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