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소정근로시간 단축' 택시회사 임금협정 유효 인정받은 오승원 변호사
[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소정근로시간 단축' 택시회사 임금협정 유효 인정받은 오승원 변호사
  • 기사출고 2021.03.08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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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변경돼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아무 변화가 없다고 봤는데, 이것은 택시기사들의 배차시간을 너무 형식적으로 본 거죠. 현실을 무시한 비현실적인 가정이자 택시요금 인상으로 인한 근로시간과 근로형태의 변화를 간과한 거예요."

최근 서울북부지법에서 택시회사를 대리해 택시회사가 근로자대표와 임금협정을 체결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한 임금협정이 유효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받아낸 오승원 변호사는 이에 관련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잘못된 것이라고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실제로 이번 판결은 2019년 4월 18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6다2451)을 사실상 배척한 판결이라는 고무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여러 곳의 택시회사를 대리해 다수의 비슷한 사건을 수행하고 있는 오 변호사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지적하며 치열하게 변론해 얻어낸 값진 승리로, 비록 1심 판결이지만 이 판결에서 채택된 법리가 상급심에서 그대로 수용될 경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실질적으로 변경될 수밖에 없다.

특례조항 시행 후 임금협정 변경

이번 북부지법 판결의 요지는,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 즉 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한 개정 최저임금법 6조 5항(특례조항)이 시행된 후 약 7~8년이 지난 뒤 택시회사가 근로자대표와 임금협정을 체결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했더라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오승원 변호사
◇오승원 변호사

2년 전에 나온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이나, 서울북부지법 재판부는 "각 임금협정에서의 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특례조항의 적용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서 무효라는 점은 (근로자인) 원고들이 이를 주장 · 입증하여야 한다"고 전제한 후 "특례조항의 적용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 택시회사의 손을 들어주는 결론을 채택했다.

"대법 판결 따르면 택시회사 다 망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로 하면 택시회사마다 소정근로시간을 다시 계산해 최저임금과의 차액과 퇴직금 수십억원씩을 추가로 지급해야 해 택시회사들이 다 망하게 되어요. 실제로 파산한 택시회사도 있고요. 그래서 하급심에서 대법 판결의 취지대로, 소정근로시간을 줄이기로 한 임금협정은 무효이지만 정당한 소정근로시간이 몇 시간인지 입증이 부족하다고 하여 택시기사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등 대법원 판결을 적용할 때의 부당한 측면을 우회하며 구체적 타당성을 꾀한 판결을 내리곤 했는데, 이번 북부지법 판결은 한걸음 더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승원 변호사는 이어 "중간에 택시요금이 여러 차례 인상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배차시간 즉, 택시기사가 택시를 몰고 나갔다가 운행을 마치고 회사에 택시를 반납할 때까지의 시간에 변화가 없다고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아무 변화가 없다고 하는 것은 배차시간을 너무 형식적으로 본 것"이라며 "택시요금이 인상되면 택시기사들의 운행시간 즉, 근로시간에 질적 · 양적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갈파했다. 예컨대 택시요금이 오르면, 승객 탑승횟수 등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택시기사들의 근로시간은 사납금을 벌기 위한 시간 즉, 본인과 회사를 위한 시간은 줄어드는 반면 본인이 자영업자로서 일하는 시간은 실질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게 오 변호사의 주장이다.

"택시요금 올라 운행시간에 질적 · 양적 변화"

오 변호사는 "대법원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다시 전원합의체를 열던가 해서 종전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폐기하는 등 뭔가 수를 내야 한다"며 "종전 대법원 판결을 고수하면 택시회사들이 다 망하게 된다"고 거듭 우려를 표시했다.

그에 따르면, 전국의 1,700여 택시회사들이 비슷한 소송에 휘말리며 택시기사들이 낸 줄잡아 수백건의 소송이 전국 법원에 계류 중에 있다.

오 변호사는 2년 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패소한 당사자인 경기지역 G운수의 다른 택시기사들이 낸 같은 내용의 임금 및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G운수를 대리해 1, 2심에서 패소한 가운데 현재 상고심에서 변론하고 있다. 이번 북부지법의 판결은 서울지역의 J상운 사건. 오 변호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G운수 사건에 대해 상고하며 대법원에 공개변론을 요청했고, 지난 2월 10일 서울북부지법에서 J상운을 대리해 승소판결을 받자 판결문을 복사해 G운수 상고심 재판부에 제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어떠한 판결을 내릴지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에 공개변론 요청

오 변호사는 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한 논문을 작성해 지난해 여름 대한변협 판례연구회에서 발표하고, 대법원에도 제출했다.

◇최근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택시회사 임금협정도 유효하다는 판결을 받아낸 오승원 변호사가 법무법인 소망 사무실에서 이 판결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택시회사 임금협정도 유효하다는 판결을 받아낸 오승원 변호사가 법무법인 소망 사무실에서 이 판결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지만 그 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변협에서 논문도 발표한 것인데, 동일한 쟁점을 가진 다른 사건에서 제 주장이 받아들여져 기쁘게 생각합니다. 많은 이해당사자의 권리의무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에서 실질적으로 판례변경을 이루고 제도개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만큼 실무 변호사에게 보람있는 일도 없지요."

오 변호사는 "기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지난 10여년간 운행시간이나 근무형태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을 전제로 하였으나, 이는 너무 탁상공론적인 발상"이라며 "이번 서울북부지법 판결이 상급심에서 확정되면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실질적으로 변경되거나 적용범위가 대폭 축소되어 그 부당함이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거듭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승원 변호사는 누구=오승원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 각급 법원의 판사로 근무한 후 1998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공정거래법과 세법에 관심을 두어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에서 세무학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도 수료했다. 현재 법무법인 소망을 이끌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