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공정거래정책의 전망과 시사점
2021년 공정거래정책의 전망과 시사점
  • 기사출고 2021.03.0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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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규제 환경 변화…컴플라이언스 강화 필요"

올 1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현 정부 출범 5년차를 맞아 3대 전략과 6대 핵심과제에 기반한 업무계획을 발표하였다. 작년 한 해 전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의 충격으로 인해 나라 안팎에서 예기치 못한 속도와 수준으로 다가온 비대면 시대를 맞아, 경제와 생활 전반에 깊숙이 뿌리 내리게 된 디지털 산업과 관련된 많은 이슈와 논란이 제기되었다.

공정위가 2021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공정이 뿌리내린 활기차고 따뜻한 시장경제’라는 비전에 따라 경제 전반에 공정경제를 정착, 확산시킨다는 전략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정거래법 시행 이래 가장 전면적인 개정이 이루어진 가운데, 경제력 집중과 공정한 경제질서에 대한 기존의 규범적 논의를 새로운 환경에서 시험하고 펼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입법, 새로운 규제 방식의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겠다. 본고에서는 공정위가 발표한 6대 핵심과제 중 특별히 주목할 점을 간략히 소개하고 특히 가장 관심도가 높은 담합 규제 환경 변화에 대해 실무적인 관점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덧붙여 보고자 한다.

협력과 상생, 포용적 시장환경 조성

◇고경민(좌) · 김경연 변호사
◇고경민(좌) · 김경연 변호사

'갑을관계' 개선 및 상생문화 정착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제 측면의 핵심사항으로 일관되게 추진해 온 정책으로, 공정위 역시 지난 4년간 하도급, 가맹, 유통, 대리점 등 대기업과 중소상공업자 사이에서 거래관계가 중심이 되는 분야에 공정한 경쟁 내지 상생문화를 정착, 확산시키기 위해 제도 및 공정거래 관련 법률 집행에 힘써 왔고, 이런 정책 방향은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성욱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속화된 4차 산업혁명이 대면서비스 분야의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부정적 충격이 집중될 것을 우려하면서 '코로나 양극화'와 불평등의 흐름이 악화되거나 우리 경제에 고착되지 않도록 포용적인 시장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을 공정위의 주된 역할로 제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정위는 하도급, 가맹, 유통 및 대리점 분야에서 대중소기업인 거래 당사자 사이에서 계약서면 발급 의무, 기술자료 요구 및 사용, 대금 및 수수료 기타 거래조건 결정 및 이행과 관련하여 중소사업자에 부담을 전가하거나 가중하는 행위들을 적극 감시, 제재하여 온 기존의 정책 방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하여 공정위는 코로나19 장기화 및 유통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매출 하락 손실을 거래 상대방에 부당 전가하는 등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행위에 대응하여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이 큰 자동차 부품, 기계, 의류 등 업종별로 맞춤형 감시, 점검을 강화할 계획임을 밝혔고, 동시에 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이나 가맹사업법, 유통업법의 불공정행위 판단기준, 제재 기준 등을 세부적으로 마련하여 절차적 투명성 및 정책효과를 제고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정위는 2021년 업무계획에서 공정거래 · 상생 협약 참여 기업 확대 및 독려, 표준계약서 활용 제고, 대리점 · 가맹 분야에서의 모범거래기준 마련 등을 추진하고 이에 대한 사업자들의 참여를 제고하기 위한 정책을 활발히 추진할 것으로 밝힌 바 있어 이 분야에서의 불공정행위를 감시, 제재하는 사후적 규제에 그치지 않고 공정거래문화를 정착, 확산하기 위한 제도 구축 등 사전적 정책 추진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건전한 소유 · 지배구조 및 거래질서 정립

부당한 내부거래가 단순히 경제력 집중에 따른 일반적인 경쟁제한의 우려에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의 경쟁기반을 실질적으로 훼손한다는 것이 정부 및 공정위의 인식으로 이해된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과정에서의 사익편취 행위 및 부당지원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으며, 특히 급식 · 주류 등 국민생활 밀접 업종 및 중소기업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대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를 방지 · 시정하고 나아가 기존에 추진해 오던 중견기업집단에 대한 감시활동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하여 공정위는 자체적인 조사, 감시 기능 수행과 병행하여 대기업들의 거래 정보를 보다 면밀히 확인, 분석하기 위해 국세청 · 금감원과 협업을 추진함으로써 감시 효과를 제고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한 공정위는 부당 내부거래 감시를 제도화하기 위해 작년 말에 전면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올 해 말에 시행되는 것에 대비하여 시행령 및 고시 등 하위법령 정비를 통해 해외계열사 관련 공시사항 구체화,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대상과 관련한 내부거래 금액과 대상회사에 관한 기준 마련, 일반지주집단 내 CVC 관련 보고사항 · 절차 설정 등의 계획을 추진하는 한편 임원현황, 서면 · 전자투표제 운영현황 등 관련 공시항목 · 보완 및 불필요한 의무 경감 등 합리화를 통해 기업집단이 자발적으로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 촉진 시장환경 및 거래관행 형성

공정위는 (1)중소기업 기술의 유용과 탈취에 대해서는 사전적 억지(비밀유지협약 체결의 의무화) 및 '기술자료'의 해당 요건 완화를 통해 최근 수년간의 활발한 규제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철저한 보호를 도모할 예정이다. 또한 (2)코로나 사태 이후 급격하게 구조조정, 재편되고 있는 산업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불가피한 집중화 경향을 감안, 대형 M&A를 신속하게 심사할 예정임을 밝혔다. 동시에 새로운 디지털경제에 부응하는 신유형 산업에서의 M&A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되, 특히 혁신경쟁 촉진의 관점에서 아직은 현실적인 매출이 없는 잠재적 경쟁자(신생기업)를 기존 사업자가 선제적으로 인수하는 경쟁 억제의 폐해를 막고자 거래금액 기반의 기업결합 제도를 법 개정을 통해 도입하였고, 올해 내에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인 신고요건을 마련하고, 심사기준도 보완할 예정이다.

아울러 (3)민생에 피해를 끼치는 담합의 억제와 적발(과징금 상한을 2배 상향, 리니언시 제도의 개선) 노력이 강화될 예정이며, 최근 몇 년간의 규제 경향의 연장선상에서 혁신을 저해하는 독점력 남용행위를 보다 적극적으로 규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특히 독과점 지위에 있는 온라인 플랫폼사업자의 단독행위에 주목하여 이에 특화된 심사지침 제정 및 ICT특별전담팀에 앱마켓, O2O플랫폼 분과를 신설하여 감시활동을 강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4)전 세계적으로 경제와 소비생활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온 디지털 시장 발전에 따른 현황과 이슈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sector inquiry) 역시 시장에서의 경쟁 현상과 새로운 질서규범의 정립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시장에서의 매출이 현실화되지 않은 단계에서의 '혁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이러한 혁신경쟁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보호할지를 비롯하여, 새로운 시장 현상 및 그로 인해 예상되는 거래업체와 소비자의 피해예방 및 구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전통적인 규범 및 규제수단으로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작년 한 해 관련 업계에서 많은 주목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이나 보다 넓은 적용범위가 예상되는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의 전면 개정 등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중인 입법과 규제의 노력 역시 그러한 경향에 맞닿아 있다고 하겠다.

사전적 규제 적극 활용 전망

가령 수년 전 Facebook의 WhatsApp 인수 거래에 대한 정책적 고려로 촉발된 거래금액 기준 기업결합 신고요건의 경우, 이미 일부 해외국가에서 시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가시적인 성과가 나고 있는지 지켜보아야 하는 상황이다.

혁신경쟁의 촉진, 소위 killer acquisition에 대한 적극적 규제 목적을 달성한다는 차원에서는 나라마다 경제의 규모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여 시행령과 고시를 마련함에 있어서 우리나라 상황에 부합하는 현실적인 기준의 책정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연성 규제의 형태를 띤 사전적 규제(ex-ante regulation)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처럼 다양한 신규 입법과 규제의 시도는 그 구현 과정에서 시장에서의 피드백을 통하여 비로소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규제대상 사업자의 입장에서 규제 자체를 정확하고 면밀하게 숙지하여 종래와 달라진 규제환경에 적응할 준비를 갖추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동시에 법이나 규정이 세밀하게 다루지 못하는 부분을 경쟁규범의 기본법리에 기초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노력이 경쟁당국과 법원을 포함한 모두에게 요구되는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권익 제도적 보장

소비자 보호와 관련하여, (1)소비자정책위원회를 활성화하여 관계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소비자 정책과 발굴 이슈를 책임 있게 검토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도록 하되, 동시에 이를 지원하기 위해 소비자원의 소비자 필요 정보제공과 컨설팅, 분쟁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체계를 갖추기로 하였다.

또한 (2)온라인 소비자 피해구제와 경기불황을 틈타 취약계층의 주로 방문판매나 다단계의 형태를 통한 불법적, 기만적 거래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강화됨과 더불어 (3)소비자기본법상의 단체소송 제기 요건을 개선하여 활용도를 제고하려는 법 개정도 추진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4)디지털 경제의 대두를 통하여 가장 민감한 이슈가 된 소비자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을 면밀히 감시하여 그 과정에서의 소비자 이익 침해행위 여부를 검토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표준약관 개선을 통한 연성 규제도 활발히 추진될 예정이다.

단체소송은 소비자기본법 개정을 통해 2008년부터 시행된 제도인데, 사업자의 적극적인 위법행위나 기준 위반행위로 인하여 소비자의 생명, 신체, 재산에 대한 권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그 침해가 계속되는 경우 이러한 소비자권익침해행위의 금지, 중지를 구하는 소송이다(소비자기본법 제70조). 공정위는 소비자기본법 개정을 통해 단체소송의 소제기 요건을 완화하고, 예방적 금지청구를 허용하는 등, 종래 제도의 활용도 제고에 걸림돌이 된다고 비판되었던 요소들을 개선할 예정이다. 이에 더하여 현재 입법이 진행 중인 집단소송법이 최종 통과, 시행되면 사업자의 특정 행위 자체에 대한 예방적 금지, 중지는 물론 사후적인 손해배상 청구까지 활성화됨으로써 소비자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구제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소송제도적 기반이 전면적으로 갖추어지게 되는 셈이다. 기업으로서는 새로이 정비되는 관련 제도의 요건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이에 사전 대비할 필요가 있으며,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집단소송을 시행한 다른 나라에서의 경험을 주의 깊게 참고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데이터 또는 좁은 의미의 개인정보는 종래 정보보호 관련 법령을 통한 규제를 중심으로 다루어져 왔다. 공정위가 소비자 정보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 비단 최근의 일은 아니지만, 향후 기존 타 부처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공정위의 보다 적극적 관여가 예상되므로, 어떠한 내용과 방향으로 규제가 이루어질지 면밀히 주목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공동행위 규제 환경 변화

2021. 12. 30. 시행 예정인 개정 공정거래법('개정법')은 '가격, 생산량,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에 관한 합의를 담합(부당한 공동행위)의 유형으로 추가하고(개정법 제40조 제1항 제9호), 담합 유형에 해당하는 행위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경우 그 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다(개정법 제40조 제5항 제2호).

그동안 경쟁사업자 사이의 정보교환 행위는 합의의 존재 입증에 정황증거 정도로 취급되어 왔고, 법원도 정보교환과 관련된 담합 사건에서 사업자 사이에 가격 합의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입증을 엄격하게 요구하였다. 그러나 개정법이 정보교환 합의를 담합의 독자적인 유형으로 추가함에 따라, 향후 정보교환 담합에 대한 규제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2020. 12. 10. '카르텔 사건 형벌감면 및 수사절차에 관한 지침'('리니언시 수사지침')을 시행하여, 경성 담합행위를 검찰에 자진신고한 사업자 및 개인에 대해 수사 및 재판 절차에서 상당한 혜택을 부여하기로 하였다. 당초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의 주요 쟁점이 되었던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그대로 유지되었지만, 경성 담합행위를 신고한 사업자 및 개인에게 일정한 혜택을 부여하는 리니언시 수사지침의 시행은 향후 담합 사건에 대한 수사 실무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성 담합 자진신고하면 혜택 부여

리니언시 수사지침은 공정위의 공동행위 자진신고 제도와 별도로 검찰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제도이므로, 경성 담합 의심을 받는 사업자나 개인들이 리니언시 수사지침에 따라 검찰에 직접 신고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검찰이 기존 수사 실무와 같이 공정위의 조사, 심의가 없더라도 선제적으로 수사한 후 공정위에 대한 고발 요청을 통해 기소를 하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 이는 담합 규제의 통로가 보다 다양해지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반면, 공정위의 리니언시 제도와 검찰의 리니언시 수사지침이 병행 운용됨에 따라 사건 처리 및 수사 방향에 있어서는 향후 제도의 운용 추이 및 수사 실무 변화를 계속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담합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사업자로서는 협회, 학회 등 정보가 교환될 수 있는 각종 채널을 확인하고, 가격, 생산량 등 사업활동이나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교환되는지 또는 정보교환으로 오인될 우려는 없는지 등 다각도로 법적 리스크를 검토하고 컴플라이언스 점검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경민 · 김경연 · 이중표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kmkoh@kimch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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