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깊고 확고하지 않은 비종교적 신념 따른 병역거부 유죄"
[형사] "깊고 확고하지 않은 비종교적 신념 따른 병역거부 유죄"
  • 기사출고 2021.03.0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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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진정한 양심 아니야"

비폭력 · 평화주의 등 비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했더라도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지 않다면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유죄라는 대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월 25일 전쟁을 위해 총을 들 수 없다는 비폭력 · 평화주의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19도15120)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도 같은날 평화의 확산을 위하여 폭력을 확대 · 재생산하는 군대라는 조직에 입영할 수 없다는 개인적 · 정치적 양심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한 상고심(2019도7578)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6년 1월 9일경 '2016년 12월 5일 강원 홍천시에 있는 사단으로 입영하라'는 인천병무청장 명의의 현역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로부터 3일이 경과한 날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정한 양심에 따라 병역거부를 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1,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병역거부가 비폭력 · 평화주의보다는 주로 권위주의적 군대문화에 대한 반감 등에 기초하고 있고, 피고인은 군대 내 인권침해 및 부조리 등을 병역거부의 한 사유로 삼고 있는데, 이는 집총 등 군사훈련과 본질적인 관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복무하는 부대 및 시기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어 양심적 병역거부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병역거부 이전에 양심적 병역거부나 반전 · 평화 분야에서 활동한 구체적인 내역이 아무것도 소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역병 입영대상자인 B씨도 2017년 12월 20일경 서울지방병무청에서 '2018년 2월 6일 14:00 육군 사단으로 현역병 입영하라'는 내용의 입영통지서를 직접 수령하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난 2018년 2월 9일까지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되어, 1심과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진정한 양심에 따라 병역거부를 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과 함께 유죄 판결을 받았다. 1,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모든 전쟁이나 물리력 행사에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라 목적, 동기,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전쟁이나 물리력의 행사도 정당화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고인 스스로도 이에 가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피고인이 집회에 참가하여 질서유지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찰관을 가방으로 내리쳐 폭행한 사실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병역거부의 주된 이유 중의 하나로 들고 있고 군내 내의 비리나 후진적인 군문화는 그 자체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피고인들이 병역거부의 사유로 내세우고 있는 양심은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진정한 양심, 즉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의 판단을 수긍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