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정상회담서도 헤지펀드 논의
G8 정상회담서도 헤지펀드 논의
  • 기사출고 2007.06.1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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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조$ 규모…"규제 강화하고, 국제기준 높이자"홍콩, 싱가포르 등 시장 확대속 미국선 규제 움직임
최근에 열린 G8 정상회담에서는 각국 정상들이 모여 헤지펀드(Hedge Fund)를 둘러싼 의혹을 푸는데 고심했다. 투명성 결여와 취약한 규제 문제로 비판이 제기돼 왔음에도 헤지펀드 시장은 급속히 성장해 왔다.

◇임석진 미국변호사
이번 논의는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고삐를 죄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는데, 헤지펀드의 종주국격인 미국과 영국은 규제를 강화하고 국제표준에 대한 기준을 높이자는 독일의 제안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했다.

뮤추얼펀드나 사모펀드 같은 주요 금융 투자 수단에 비해 헤지펀드는 대개 규제적인 제약이 거의 없이 운용돼 왔다.

그러나 헤지펀드 시장 자체 내의 국제자산이 1조 달러가 넘는 규모로 추정된 이후, 헤지펀드 붕괴로 촉발될 수 있는 세계경제 몰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커졌다.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 홍콩, 싱가포르와 일본 각국의 규제 정책에 대해 간략히 짚어보고자 한다.

◇미국=뮤추얼펀드와 같은 일반적인 투자회사는 미국증권관리위원회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ion)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는 반면에 헤지펀드는 거의 정부의 규제 밖에서 운용돼 왔다. 그러나 헤지펀드 산업이 확대되고 복잡해진데다 몇몇 대규모의 헤지펀드가 붕괴되자 정부가 나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시기적으로 규제 환경이 조성되고는 있지만 이런 규제가 정말로 헤지펀드를 규제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는가는 불투명하다. 지난 해 콜롬비아지구 미국 항소법원은 골드스타인(Goldstein) 대 SEC의 항소심에서 2006년까지 SEC에 등록해야 한다는 2004년 헤지 펀드 규정(Hedge Fund Rule of 2004)을 무효화한 바 있다.

관련법을 무효화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제한적인 파트너 투자자를 골자로 하는 헤지펀드의 구조에 있었다. 주요 쟁점은 '제한적인 파트너 투자자가 헤지펀드 운용자의 고객인가'다. 법원은 제한적인 파트너 투자자를 헤지펀드 운용자의 고객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헤지펀드 자체가 헤지펀드 운용자의 고객을 대상으로 운용될 수 밖에 없는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 결정을 놓고 끊임없는 논란이 일었다. 법원이 헤지펀드 규제에 대한 SEC의 한계를 용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아직 헤지펀드의 관할권은 SEC가 쥐고 있고 부정행위에 대해 법조항을 갖추고는 있지만, 미국 내에서 공식적으로 헤지펀드를 규제할 정책은 여전히 부재한 상태다.

한편 미국 법조계에서는 골드스타인 판결과 한 주 동안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낸 작년 10월의 아마란스 투자 사건을 계기로 헤지펀드를 보다 강력히 규제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의회에서는 전에 무효화했던 헤지펀드 규정과 비슷한 법안을 제시했다. 어떤 법안이 통과되든 펀드 운용자들은 SEC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함은 물론 주기적인 보고서를 제출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결과나 수익성과 같은 정보를 강제로 공개하게 하는 데까지는 영향력이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은 미 연방의회가 개인 투자자들에 대한 자격 요건을 강화할 수도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법안이 실제로 통과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헤지펀드는 계속해서 미국 의회의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또 하나의 아마란스 사태가 일어나게 될 경우 헤지펀드를 직접적으로 강타할 정치적 제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영국 내 다른 지역이나 다른 금융업계와 달리 런던에서는 헤지펀드에 대한 제도적인 접근을 반기는 입장이다. 일반투자자를 규제하던 규정이 느슨해져 헤지펀드에 투자하기가 전보다 쉬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자국 내 헤지펀드에 관해서는 투자하기가 더 용이해질 전망이다. 일례로 영국의 금융감독기관인 FSA(Financial Services Authority)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헤지펀드의 개별 투자자들에 대한 규제 완화 규정을 통과시켰다.

◇홍콩=공식적인 규정은 없지만 홍콩의 금융감독기관인 SFC (Hong Kong Securities and Futures Commission)의 정책은 투자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시장을 키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장 유동자금의 30~40%가 헤지펀드 관련 자금임에도 불구하고 SFC가 올해 초 승인한 헤지펀드는 13개에 불과하다. 반면 영국과 미국을 포함해 8개국에 대해서만 용인해 왔던 헤지펀드 매니저 허가를 다른 국가로 점차 확대할 방침이어서 유연한 정책을 쓴다는 평가를 받는다.

◇싱가포르=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헤지펀드 운용자가 2001년 이전에는 스무 명이 채 되지 않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100명이 넘을 정도로 싱가포르의 헤지펀드 관련 정책은 호의적이다. 싱가포르에서는 비거주자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국내 헤지펀드 뿐만 아니라 외국 헤지펀드에 부과되는 소득세까지 감면해 준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싱가포르의 헤지펀드는 정책의 혜택을 톡톡히 누려왔다.

그러나 최근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라는 대형 해외 펀드들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관련 규제가 강화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일본=일본의 헤지펀드 규제정책은 비교적 헤지펀드에 유리한 쪽으로 적용된다. 헤지펀드를 증권의 한 종류로 취급하는 일본에서는 모든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반면 자국 내에 할당되는 증권은 다른 증권과 똑같이 규제를 받는다.

일본 헤지펀드와 관련해 주목할 것은 지난 해 7월에 제정된 FIEL (Financial Instruments and Exchange Law)이라는 이름의 법이다. FIEL 하에서 투자산업은 금융산업 하나로 통합되어 분류되므로, 헤지펀드가 금융산업으로 분류되려면 FIEL에 등록을 해야 한다. 이 법이 발표되기는 했지만, 앞으로 관련 조항이 어떻게 해석되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로스쿨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세계 최대의 로펌인 클리포드 챤스(Clifford Chance)와 법무법인 세종에서 다년간 활동한데 이어 지금은 SL Partners (법무법인 한승)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slpartn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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