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단순한 의심만으로 두 달간 변호사등록 미룬 변협, 위자료 외 일실수입까지 배상하라"
[손배] "단순한 의심만으로 두 달간 변호사등록 미룬 변협, 위자료 외 일실수입까지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1.02.2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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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개업활동 못해 수입 줄어"

대한변협이 변호사법상 등록거부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단순한 의심만으로 변호사등록을 두 달간 미뤘다면 해당 변호사에게 위자료뿐만 아니라 일실수입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월 28일 A변호사가 대한변협과 B 전 변협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2019다260197)에서 이같이 판시, "변협은 원고에게 위자료 300만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일실수입까지 배상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B 전 회장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변호사인 A씨는 2015년 9월 금전공탁서를 변조한 혐의로 공문서변조죄가 인정되어 징역 6월의 선고유예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변호사등록이 취소됐다. 이후 A씨는 선고유예 기간인 2년이 지난 2017년 9월 서울지방변호사회를 거쳐 변협에 변호사등록을 신청했으나, 당시 변협 회장이던 B 전 회장이 한 달 후인 10월 변협 등록심사위원회에 A씨에 대한 변호사 등록거부 안건을 회부, 변협은 두 달이 지난 12월에야 A씨를 변호사 명부에 등록했다. 이에 A씨가 "등록거부 사유가 없음에도 등록거부 안건을 등록심사위원회에 회부해 변호사 등록이 2개월 가량 지체되었다"며 일실수입 1,200여만원과 위자료 300만원 등 1,5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7년 10월 변협에 '선고유예가 확정되고  2년이 경과하여 결격사유가 없으므로 변호사 등록이 타당하다'는 의견서를 첨부해 A씨의 등록신청서를 송부했다.

대법원은 먼저 피고 협회의 배상책임 인정 여부와 관련, 1, 2심과 마찬가지로 "원고의 경우 변호사 개업활동 중 범한 공문서변조죄로 선고유예 판결을 선고받았고, 변호사법의 규정에 따라 변호사등록이 취소되고 2년간 변호사등록을 하지 못하는 제재를 이미 받았으며, 원고의 변호사등록신청에 관한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의견처럼, 등록신청 당시를 기준으로 원고에게는 변호사 제8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등록거부사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만, 원고가 변호사등록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범죄경력조회서를 첨부하지 않았던 사정에 주목하면, 피고 B로서는 원고에게 이미 결격기간이 경과된 위 선고유예 판결 외에도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제2호, 제5조 제1호, 제2호, 제3호의 등록거부사유에 해당하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다른 유죄 확정판결'이 있으리라는 의심을 할 여지가 있었다고 볼 수는 있으나, 그 경우에도 피고 B로서는 원고에게 범죄경력조회서 등 소명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다음 제출된 자료를 통하여 위 선고유예판결에 따른 결격 사유 이외에 변호사법이 규정한 다른 등록거부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짧은 시간 안에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따라서 그러한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막연한 수준의 의심만으로 원고의 등록거부 안건을 등록심사위원회에 회부한 것에 대하여, 변호사등록 관련 법리 및 피고 협회의 법적 지위 내지 사회적 위상 등에 비추어, 객관적 정당성을 부여하기는 어렵고, 등록심사위원회 위원들이 원고에게 위 공문서변조죄의 수사기록 사본을 제출하게 하고, 나아가 위 공문서변조죄에 대한 비난가능성에 터 잡은 단순한 의심만으로 여죄의 유무를 추궁한다며 등록심사기간을 지연시킨 것 역시 동일한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위와 같이 피고 B 및 피고 협회 소속 등록심사위원회 위원들에게 원고의 등록거부 안건 회부 및 그 심사절차 진행에 관하여 과실이 인정되므로,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피고 협회는 피고 B 및 등록심사위원회 위원들이 속한 행정주체의 지위에서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며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1, 2심이 인정하지 않은 일실수입에 대한 배상책임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피고 협회의 위법한 변호사등록 지연으로 말미암아 원고가 변호사 개업활동을 하지 못하여 원고에게 수입이 줄어드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을 것으로 넉넉하게 추단할 수 있으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협회는 원고에게 변호사등록이 위법하게 지연됨으로 인하여 얻지 못한 수입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그런데도 피고 협회가 변호사법 제8조 제3항에서 정한 '등록신청일로부터 3개월' 내에 원고의 변호사등록을 마쳤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의 변호사등록이 부당하게 지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변호사법의 등록심사기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1, 2심 재판부는 피고 협회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위자료 300만원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다만, "여기에서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일실수입이란 원고가 변호사등록을 마치고 변호사로서 직업활동을 영위하면서 노무를 제공하여 얻을 수 있는 '근로소득'에 한정된다"며 "변호사등록을 마친 후 타인에게 고용되어 일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자 또는 법무법인의 구성원으로서 직업활동을 영위하여 얻을 수 있는 변호사의 수입은 '사업소득'에 해당하므로, 그중 인적 · 물적 경비와 자본수입을 공제한 나머지가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일실수입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 이와 같은 방법으로 실제 일실수입을 산정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는 원고와 같은 정도의 학력, 법조경력, 경영능력, 특수 분야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고용하는 경우의 보수 상당액, 즉 대체고용비를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산정할 수도 있고, 원고가 변호사등록이 위법하게 지연된 기간에 변호사자격이 없는 일반 근로자로서 타인에게 고용되어 일함으로써 급여소득을 얻었다면 그 급여소득액은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일실수입액에서 공제(손익상계)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