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이사회 결의 없는 대표이사 대위변제 약속도 상대방에 중과실 없으면 유효"
[상사] "이사회 결의 없는 대표이사 대위변제 약속도 상대방에 중과실 없으면 유효"
  • 기사출고 2021.02.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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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합] 판례 변경해 거래 상대방 폭넓게 보호

회사의 대표이사가 다른 회사에 대위변제를 약속하는 확인서를 작성하여 주면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거래 상대방에게 고의 · 중과실이 없다면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러한 경우 기존 대법원 판결은 거래 상대방이 보호받기 위해서는 선의 이외에 무과실이 필요하다고 보았으나, 중과실만 없다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월 18일 전기기기 제조 · 판매업체인 W사가 "보증채무금 30억원을 지급하라"며 대우산업개발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5다45451)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는 원고에게 30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W사는 2012년 4월 10일경 변제기를 대여일로부터 6개월 이내로 하여 A사에 30억원을 빌려주는 계약을 하면서 당시 대우산업개발 대표이사이던 B씨로부터 '만약 A사가 돈을 갚지 않으면 대여금의 원금을 대위변제한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확인서 말미에는 '위 확인자, 상호 : 대우산업개발, 주소 : 안천 부평구, 대표이사'라고 인쇄되어 있었고, B씨는 위 대표이사 기재 옆에 본인의 이름을 기재한 후 서명했다. 그러나 대여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W사가 대우산업개발을 상대로 위 확인서에 기한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우산업개발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한 행위로서 상대방인 W사가 이사회 결의가 없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확인서는 무효라고 다투었다. ​​​​​​대우산업개발의 이사회 규정에 의하면 보증 행위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위 확인서 작성 당시 B씨는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 

1심 재판부가 "원고가 위 대위변제약정에 관한 피고 이사회의 결의가 없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고, 항소심 재판부도 대우산업개발의 항소를 기각하여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자, 대우산업개발이 상고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결을 인정했다. 다만, 기존 판례를 변경해 중과실이 없는 한 거래 상대방이 보호되도록 보호의 범위를 확대했다.

대법원은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에 대해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하고 있고(상법 제389조 제3항, 제209조 제2항), 대표권의 제한을 알지 못하는 제3자는 대표이사의 행위를 회사의 대표행위라고 믿는 것이 당연하며 이러한 신뢰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대표이사가 회사 정관 등 내부 규정에 위반하여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는 물론이고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라 요구되는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도 그 거래 상대방은 상법 제209조 제2항에 따라 보호되고, 다만 거래 상대방에게 중과실이 있다면 그 신뢰를 보호할 가치가 없으므로 거래행위가 무효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할 대외적 거래행위에 관하여 이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 거래 상대방인 제3자가 보호받기 위해서는 선의 이외에 무과실이 필요하다고 본 2014다206563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피고 이사회 결의 없이 확인서가 작성되었음을 알았다고 볼 증거는 없고, 피고 이사회 결의 없이 확인서가 작성되었음을 제3자인 원고가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확인서가 B 개인의 의사표시가 아니라 피고의 의사표시로서 인정되고, 이사회 결의 없이 피고 대표이사 B가 확인서를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에게 확인서에 따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옳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