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명의 빌려준 아파트 허락 없이 팔았어도 횡령 무죄"
[부동산] "명의 빌려준 아파트 허락 없이 팔았어도 횡령 무죄"
  • 기사출고 2021.02.1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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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합] "타인의 재물 보관하는 자 아니야"

명의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를 마친 아파트를 실제 주인의 허락 없이 팔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에도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월 18일 사기와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16도18761)에서 이같이 판시,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3년 12월경 B씨로부터 부산 수영구에 있는 2억원 상당의 B씨의 아파트를 명의신탁 받아 이를 보관하여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2014년 1월 13일경 이 아파트를 자신의 명의로 이전등기했다. 그러나 A씨는 2015년 8월 6일경 자신의 친구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던 개인적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이 아파트를 친구의 아들에게 1억 7,000만원에 매도하고, 다음날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혐의(횡령)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횡령 혐의와 8,900여만원의 다른 사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사기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같은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에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위탁신임관계를 형법상 보호할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에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관한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가 마찬가지로 적용되어,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위탁관계를 형법상 보호할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명의수탁자가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2010도12944 판결 등은 이 판결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자간이든 중간생략등기형이든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한 명의신탁에서의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님을 선언한 것"이라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