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배제 · 세화고 자사고 지정취소도 위법"
[행정] "배제 · 세화고 자사고 지정취소도 위법"
  • 기사출고 2021.02.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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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평가기준 변경해 소급 적용"

부산 해운대고에 이어 서울의 배제고 · 세화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도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2월 18일, 2019년 운영성과 평가결과 자사고 지정취소 점수 기준 70점에 미달되어 2019년 8월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 배재고와 세화고가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75808)에서 "지정취소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원고들을, 서울시교육감은 법무법인 지평이 대리했다.

재판부는 "2019년 평가계획에서 신설 · 변경된 교육청 재량지표, '감사 및 지적사례' 평가지표를 비롯하여 피고가 평가지표와 평가기준에 중대한 변경을 가하였고, 평가대상기간이 이미 대부분 도과한 후 그와 같은 기준을 배제고 · 세화고의 운영 성과에 소급하여 적용한 후, 각 학교가 자사고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피고가 사후적으로 중대하게 변경된 처분기준에 따라 소급하여 평가를 진행한 것으로서, 자사고 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지정된 자사고의 수를 종전보다 현저하게 감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인정되거나 관계 법령이 제 · 개정되었다는 등의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기준 사전공표제도의 입법취지에 반하고 재평가를 거친 재지정제도의 본질 및 적법절차원칙에서 도출되는 공정한 심사 요청에 반하므로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2019년 운영성과 평가계획에는, 신설된 ①고교입학전형 영향평가의 충실도(4점) ②교실수업 개선 노력정도(5점) 외에도, 서울특별시교육청 고유의 재량지표로서 ①학생참여와 자치문화 활성화(3점), ②안전교육 내실화와 학교폭력예방 · 근절 노력(3점), ③학부모 학교교육 참여 확대와 지역사회와의 협력(3점), ④학교업무정상화와 참여 · 소통 · 협력의 학교문화조성(3점)이 선정되었으며, 감점 평가지표로서 '감사 등 지적 사례'의 감점 기준이 최대 –12점까지 확대되었다. 재판부는 "배제고는 위 지표로 인하여 –17.2점, 세화고는 –9.9점의 감점을 받았고, '고교입학전형 영향평가의 충실도', '교실수업 개선 노력정도' 지표 2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지표로 인한 감점을 보더라도 배제고는 –13.6점, 세화고는 –6.7점으로서, 지정기간 연장을 위한 기준점수(70점)와 배제고와 세화고가 받은 각 점수(65.0점과 67.5점)을 고려할 때, 이 평가계획이 각 학교에 대한 평가에서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2009년부터 각 학교를 자사고로 운영해 오고 있었고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면 더 이상 자사고로서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자사고의 지정취소가 원고들 및 이해관계인에게 갖는 의미를 고려할 때, 중요한 지정취소 요건을 변경하거나 주요 평가지표를 신설 · 변경하는 경우 그 내용 등이 사전에 고지되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이 사건 평가대상기간은 2015. 3. 1.부터 2020. 2. 29.까지인데, 이러한 평가계획안은 2018. 11. 26. 처음 자사고에 안내되었고 이의제기, 지정 ·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 2019. 4.부터 2019. 5.까지 진행된 서면평가와 현장평가에서 소급하여 평가대상기간 전체에 대한 운영성과를 평가하는 데에 적용되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자사고 제도는 1995년 무렵부터 교육정책의 한 방향으로 제시되었고 원고들은 2009. 3. 25. 시행령 개정에 따라 자사고가 법제화된 이후 2009. 7. 17. 자사고 지정을 받아 그때부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하고(초 · 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3 제1항 제1호), 법인전입금 비율을 유지하면서(같은 시행규칙 제77조) 각 학교를 운영하여 왔으므로,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으로 더 이상 학교를 자사고로 운영하지 못하게 되는 원고들의 사익은 장기간 국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유인 · 권장된 측면이 있음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며 "자사고에 대한 정책결정은 국가교육의 철학과 방향의 문제이므로, 피고의 주장과 같이 자사고가 실제 일반고와 교육과정에서 큰 차이가 없이 운영되고 우수 학생 선점에 기반하여 고교서열화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등 부작용이 드러났다면, 행정의 영역에서는 변경된 교육정책 방향 하에 평가기준을 수정 · 설계하여 학교법인에 그러한 운영을 유도할 사유로 봄이 타당하고(해당 기준이 재지정제도의 본질 및 적법절차의 원칙에서 도출되는 합리적인 기준인지 여부 및 입법적 영역에서의 변경은 별론으로 한다), 이를 종전의 평가기준을 신뢰하고 운영한 원고들에게 행정처분을 통해 평가기준을 소급 적용함으로써, 예측하지 못한 침익적 효과를 가할 중대한 공익상 필요를 뒷받침할 사정으로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