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기관투자자들, '분식회계' 대우조선 상대 손배소 승소
[손배] 기관투자자들, '분식회계' 대우조선 상대 손배소 승소
  • 기사출고 2021.02.1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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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외부감사 맡은 안진회계법인도 연대 배상책임 인정

2012~2014년 분식회계를 저지른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이 기관투자자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김지숙 부장판사)는 2월 4일 우정사업본부가 대우조선해양의 주식을 매수했다가 손해를 입은 것과 관련, 국가가 "분식회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대우조선해양과 고재호 전 대표, 김갑중 전 재무총괄부사장(CFO), 안진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소송(2016가합541982)에서 대우조선해양과 고 전 사장, 김 전 부사장 등이 연대하여 총 112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안진회계법인은 이중 18억 9,400여만원에 대해 연대책임이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한성수 부장판사)도 같은날 사립학교 교직원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이 대우조선해양, 고 전 사장, 김 전 부사장, 안진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소송(2016가합541975)에서 대우조선해양 등이 교직원연금공단에 57억 3,000여만원을 배상하고, 안진회계법인은 이중 11억 2,700여만원을 연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 공무원연금공단에도 29억 2,300여만원을, 안진회계법인은 이중 5억 1,800여만원을 연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두 사건 모두 법무법인 한결이 원고들을 대리했으며, 대우조선해양은 법무법인 광장, 고 전 대표는 법무법인 대륙아주, 안진회계법인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각각 대리했다. 

두 재판부는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 5명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 사외이사들이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각 사업보고서 등에 첨부된 피고 회사의 재무제표에 분식회계로 인한 허위의 기재가 있었음을 알 수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 사외이사들은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우정사업본부는 2013년 8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주식을 취득하였다가 이를 처분하였거나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 교직원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도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의 주식을 매매했다. 원고들은 "대우조선해양이 2012∼2014회계연도에 분식회계를 하여 허위 내용을 기재한 후 각 재무제표를 포함한 사업보고서 등을 제출 · 공시하였고, 안진회계법인은 이와 같이 허위 기재가 되어 있는 사업보고서에 첨부된 재무제표에 대하여 적적하게 작성되었다는 의견을 기재한 허위의 감사보고서를 작성 · 공시했다"며 "허위의 기재가 되어 있는 각 사업보고서 등과 감사보고서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 2013년 8월 16일부터 2016년 4월 14일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주식을 매수했다가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소송을 냈다. 국가는 161억여원, 공무원연금공단은 72억여원, 교직원연금공단은 147억여원의 손해배상을 각각 요구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①선박, 해양플랜트, 특수선 등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에 관하여 예정원가를 실제와 다르게 임의로 축소시킴으로써 매출액을 과대 계상함과 동시에 공사손실충당부채 전입액을 감소시켜 매출원가를 과소 계상하고, ②원리금의 연체가 발생하거나 회수가능성이 없는 것이 명백해진 장기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과소 계상하는 방법으로 비용(판매비와 관리비)을 과소 계상하며, ③부실 해외 자회사와 관련된 투자주식과 대여금 등 채권에 대한 손상을 손상 사유가 발생한 연도에 제대로 인식하지 않아 비용(손상차손)을 과소 계상하고 자산(관계기업 투자주식과 기타 채권)을 과대 계상함으로써 결국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순자산)을 과대 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제로는 손실이 발생하였음에도 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거짓으로 제13기(2012회계연도)-15기(2014회계연도) 재무제표를 각 작성하고, 2013년 8월 이와 같이 분식된 재무제표가 포함된 제14기 반기보고서를, 2014년 3월 제14기 사업보고서를, 2015년 3월 제15기 사업보고서를 금융위원회 등에 각 제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했다.

안진회계법인은 또 대우조선해양의 제14기와 제15기 각 재무제표에 대하여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각 감사보고서에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가 회사의 재무상태, 재무성과와 현금흐름의 내용을 회계기준에 따라 중요성의 관점에서 적정하게 표시하고 있다'는 취지의 '적정의견'을 기재한 뒤 대우조선해양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고 전 대표와 김 전 부사장은 분식회계 등으로 인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고 전 대표는 징역 9년, 김 전 부사장은 징역 6년이 각각 확정되었으며, 안진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 4명도 같은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2018년 3월 각각 징역 2년 6월, 징역 1년 6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이 확정됐다.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안진회계법인은 벌금 7,500만원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대우조선해양과 고 전 대표, 김 전 부사장의 책임과 관련, "피고 회사가 2013회계연도와 2014회계연도에 각 총공사예정원가, 장기매출채권 대손충당금 및 자회사 관련 채권의 손상을 과소 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분식회계를 하였고, 이와 같은 분식회계의 내용이 기재된 허위의 재무제표가 각 사업보고서와 함께 제출 · 공시되었고, 분식회계에 의하여 주요 항목이 왜곡표시(과대 또는 과소 계상)된 정도가 상당하므로, 각 사업보고서에 분식회계에 의하여 작성된 허위의 재무제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사업보고서 중 중요사항, 즉 피고 회사 주식에 대한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 또는 피고 회사의 주식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 회사는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가 있는 각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제출인으로서, 피고 고 전 대표, 김 전 부사장은 각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의 이사로서 각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각 사업보고서의 기재를 믿고 피고 회사의 주식을 취득한 원고들에게 그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공동하여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식거래에서 대상 기업의 재무상태는 주가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이고, 대상 기업의 사업보고서의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를 거쳐 작성된 감사보고서는 대상 기업의 재무상태를 드러내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로서 투자자에게 제공 · 공표되어 그 주가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주식투자를 하는 투자자로서는 대상 기업의 재무상태를 가장 잘 나타내는 사업보고서의 재무제표와 이에 대한 감사보고서가 정당하게 작성되어 공표된 것으로 믿고 주가가 당연히 그에 바탕을 두고 형성되었으리라는 생각 아래 대상 기업의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참조), 원고들은 사업보고서 등에 첨부된 재무제표가 정당하게 작성되어 공표된 것으로 믿고 주가가 그에 바탕을 두고 형성되었으리라는 신뢰 하에 피고 회사의 주식을 거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안진회계법인에 대해서도, "피고 회계법인이 피고 회사의 각 감사보고서를 작성 · 공시함에 있어 분식회계의 내용이 기재된 허위의 각 재무제표에 대하여 '적정의견'을 제시하였고, 분식회계에 의하여 재무제표의 주요 항목이 왜곡표시(과대 또는 과소 계상)된 정도가 상당하므로, 각 감사보고서에 재무제표에 대하여 적정의견이 기재되어 있는 것은 중요한 사항, 즉 피고 회사 주식에 대한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 또는 피고 회사의 주식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 회계법인은 각 감사보고서의 기재를 믿고 피고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여였다가 손해를 입은 원고들에 대하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1항,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에 따라 피고 회사, 피고 고 전 대표, 김 전 부사장과 공동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분식회계 이외에도 원고들이 피고 회사의 주식을 매수한 이후 손실이 발생할 때까지의 기간 동안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손해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우조선해양과 고 전 사장, 김 전 부사장의 경우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70%만, 사립학교 교직원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에 대한 책임은 40%만 인정했다. 안진회계법인의 책임도 순서대로 30%, 15%로 각각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