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문화원 사무국장 채용하며 '보조금 받으면 나머지 월 250만원 지급' 약정…약속한 임금 전부 지급해야
[노동] 문화원 사무국장 채용하며 '보조금 받으면 나머지 월 250만원 지급' 약정…약속한 임금 전부 지급해야
  • 기사출고 2021.02.1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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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조금 수령'은 정지조건 아닌 불확정기한

서울의 한 문화원이 사무국장을 채용하면서 '관할구청으로부터 중단된 보조금이 다시 지급되면 나머지 월 250만원의 임금을 지급하겠다. 조금만 참아달라'고 약정했더라도 보조금 수령 여부에 관계없이 약속한 임금 전부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보조금을 지급받으면'이라는 사유는, 약정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지조건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사유가 발생하지 않아도 약정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불확정기한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다.

지방문화원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서울의 A문화원의 원장은 2015년 10월경 B씨에게 사무국장으로 일할 것을 제안하면서 "사무국장 급여 250만원은 나라에서 나온다. 관할구청과의 문제가 끝나면 사무국장 급여 예산이 바로 집행된다. 지금은 당장 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 그러나 조금만 참으면 문화원 자금 사정이 나아지니 그 때 밀린 급여를 지급하겠다. 당분간은 사무국장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교통비 또는 국장활동비 명목으로 월 100만원만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B씨는 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A문화원은 2015년 10월 5일 B씨를 사무국장으로 임명하고, 그 때부터 2017년 7월 31일까지 임금으로 매월 100만원(2015. 11.경까지는 매월 50만원)을 지급했으나, 나머지 월 250만원의 임금이 지급되지 않자, B씨는 2017년 6월 서울북부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하고, A문화원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A문화원이 이사회를 열어 B씨에게 면직을 통보하자, B씨가 면직통보의 무효와 함께 매달 250만원의 미지급 임금과 복직 때까지 매월 350만원을 지급하라며 A문화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2월 24일 "면직통보는 무효이나,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매월 250만원씩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보조금 수령 여부에 관계없이 약속한 임금 월 350만원을 전부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19다293098). 이명수 변호사가 1심부터 B씨를 대리했다.

대법원은 먼저 "원고가 피고의 사무국장으로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이상 피고에 대해 임금 채권을 가지는데, 피고가 원고를 채용할 때 원고에게 '보조금을 다시 지급받으면 그 때 밀린 급여 또는 나머지 월 25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던 반면, 기록상 원고가 '피고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원고에게 월 250만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좋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만한 뚜렷한 사정이 없다"고 지적하고, "결국 '피고가 보조금을 지급받으면'이라는 사유는, 피고가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원고에게 약정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지조건이라기보다는 피고의 보조금 수령이라는 사유가 발생하는 때는 물론이고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때에도 약정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불확정기한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피고가 보조금 지급을 조건으로 원고에게 월 250만원의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고 한 판단한 원심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보조금 수령' 불확정기한 무효

대법원은 또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임금지급약정에 붙은 부관이 근로기준법 제43조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면 그 부관만 무효이고, 나머지 임금지급약정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며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 중 월 250만원의 임금지급약정에 부가된 '피고의 보조금 수령'이라는 불확정기한은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입법 취지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피고의 보조금 수령'이라는 불확정기한은 무효이고, 나머지 월 250만원의 임금지급약정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A문화원은 관할구청으로부터 직원 인건비가 포함된 보조금을 받아왔으나, 관할구청은 2015년 7월경 A문화원의 대표자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보조금 교부를 중단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관할구청이 피고에게 보조금 교부를 중단한 사유가 피고의 대표자 선정 절차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주로 피고의 성의나 노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