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항소이유서에서 무고사실 인정했으면 형 감면사유"
[형사] "항소이유서에서 무고사실 인정했으면 형 감면사유"
  • 기사출고 2021.02.13 08: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자백에 해당"

무고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항소한 피고인이 항소이유서에서 무고사실을 인정했다면 이를 자백으로 보아 형을 감면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법 157조는 153조를 준용해, 무고죄를 범한 자가 그 공술한 사건의 재판 또는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 또는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군 · 경훈련소를 돌면서 입소하는 신병들 상대로 훈련용품을 판매하는 노점상인 A씨는, 2019년 5월 4일 오전 8시 18분쯤 충주시에 있는 학교 앞에서, 같은 업종의 노점을 운영하는 B씨와 노점 위치 문제로 말다툼을 하게 되자 5일 후인 5월 9일 대전지검에 '피고소인 B가 2019년 5월 9일 오전 10시쯤 학교 인근에서 위험한 물건인 노점텐트 뭉치로 고소인 A를 밀어 고소인에게 복부 표재성 손상 등 요치 2주의 상해를 가하였다(특수상해)'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러나 사실은 B가 A를 텐트 뭉치로 밀어 상해를 가한 사실이 없었고, 수사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 A는 무고 혐의로 기소됐다. A는, B가 과거 자신의 직원으로 일을 하다 독립하여 같은 업종의 노점을 운영하며 서로 경쟁하는 사이가 된데다가 각 훈련소 앞에서 노점 위치를 선점하는 문제 등으로 B와 자주 다투게 되고 이로 인해 B로부터 여러 차례 고소를 당하고 유죄 판결을 선고받기도 하여 평소 B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아 이같은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지검 검사는 B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을 했고, A가 이에 불복해 항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A가 대전고법에 재정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20년 3월 대법원에 재항고하여 계속 중이다.

A에 대한 무고 사건의 1심 재판부가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자, A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A는 특수상해 사건의 재항고가 진행 중이던 2020년 6월 16일 무고 사건의 항소심 1회 공판기일에서 양형부당의 항소 취지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는 취지가 기재된 항소이유서를 진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A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를 기각하자 A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월 14일 A가 항소이유서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은 형법상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해야 하는 '자백'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0도13077).

대법원은 "형법 제157조, 제153조는 무고죄를 범한 자가 그 신고한 사건의 재판 또는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 또는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고 하여 이러한 재판확정 전의 자백을 필요적 감경 또는 면제사유로 정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자백의 절차에 관하여는 아무런 법령상의 제한이 없으므로 그가 신고한 사건을 다루는 기관에 대한 고백이나 그 사건을 다루는 재판부에 증인으로 다시 출석하여 전에 그가 한 신고가 허위의 사실이었음을 고백하는 것은 물론 무고 사건의 피고인 또는 피의자로서 법원이나 수사기관에서의 신문에 의한 고백 또한 자백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 "형법 제153조에서 정한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는 피고인의 고소 사건 수사 결과 피고인의 무고 혐의가 밝혀져 피고인에 대한 공소가 제기되고 피고소인에 대해서는 불기소결정이 내려져 재판절차가 개시되지 않은 경우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피고인이 원심에서 허위의 사실을 고소했음을 자백하였고, 당시 B에 대해서는 불기소처분이 내려져 재판절차가 개시되지 않았다"며 "원심으로서는 형법 제157조, 제153조에 따라 형의 필요적 감면조치를 하였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