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공무상 재해' 승소뒤 재해사망보험금 청구했어도 소멸시효 기산점은 사고 발생일
[보험] '공무상 재해' 승소뒤 재해사망보험금 청구했어도 소멸시효 기산점은 사고 발생일
  • 기사출고 2021.02.0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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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극단적 선택' 국세청 직원 배우자 푸르덴셜생명에 패소

부산지방국세청에서 근무하던 공무원 A씨는 업무량 과다 등으로 불면증,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2009년 11월 29일 거주 중인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이에 A씨의 배우자가 'A씨가 공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렸고 이로 인하여 자살을 감행하여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 지급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A씨의 배우자는 1심에서는 패소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A씨가 극심한 공무상의 스트레스 등으로 발병한 중증의 우울장애로 인하여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으므로, 공무원이 공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승소판결을 선고받았고, 2015년 7월 9일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A씨의 배우자는 대법원 승소 후 한 달쯤 지난 2015년 8월 5일 푸르덴셜생명보험에 든 2건의 보험계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1억 5,000만원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A씨의 사망일로부터 2년 이상이 경과되어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되자, 2016년 6월 6일 푸르덴셜생명을 상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A씨는 이에 앞서 푸르덴셜생명과 피보험자를 A씨로, 사망시 보험수익자를 배우자로 하여 1999년 3월 재해사망 특약 보험가입금액이 1억 2,000만원인 보험계약을, 2007년 3월 재해사망 특약 보험가입금액이 3,000만원인 보험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A씨의 배우자는 A씨의 사망 후 1개월이 경과하기 전인 2009년 12월 24일 푸르덴셜생명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푸르덴셜생명은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하였을 뿐 재해사망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원고에게는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볼 것이고, 나아가 원고는 관련 상고심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관련 항소심 판결이 확정된 2015. 7. 9.이 되어서야 비로소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라고 할 것이므로 결국 원고의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2015. 7. 9.부터 진행한다고 볼 것인바, 이 사건 소는 그때로부터 불과 10개월 남짓 후인 2016. 6. 6. 제기되었으므로 원고의 보험금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1억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푸르덴셜생명이 상고해 열린 상고심(2018다209713) 재판에서,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월 14일 원심을 깨고,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충정이 상고심에서  푸르덴셜생명을 대리했다.

대법원은 "(원고의)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 즉 A가 사망한 2009. 11. 29.부터 진행한다고 할 것이고,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원고는 A의 배우자로서 A가 자살하기 전에 심한 불면증과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A가 사망할 당시 남긴 유서를 통하여 A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하여 자살하였다는 등의 사망 경위를 파악하였다"며 "원고는 그 당시 A가 정신질환 등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A의 사망 후 1개월이 경과하기 전인 2009. 12. 24. 피고에게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원고에게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하였을 뿐 재해사망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았고, 원고는 2010. 4. 14. A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라 사망한 것이 아니라 공무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사망하였음을 이유로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원연금법상의 유족보상금을 신청하였는데 거부되자, 2011. 1. 28. 그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관련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는데, A의 사망 후 피고를 상대로는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할 법률상의 장애 사유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비록 공무원연금공단이 2010. 5. 31. 'A가 공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유족보상금 지급을 거부하고, 이에 따라 원고가 관련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제1심에서는 패소판결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승소판결을 받고 2015. 7. 9.에야 비로소 그 상고심 판결이 선고되어 항소심 판결이 확정된 점, 피고는 A의 사망이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로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보험사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청구를 거부해 온 점 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점들만으로는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2015. 7. 9.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원고의 보험금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 기산점을 보험사고 발생일(A의 사망일)이 아닌 관련 행정소송의 상고심 판결 선고일인 2015. 7. 9.로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보험금 청구권은 보험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추상적인 권리에 지나지 아니할 뿐 보험사고의 발생으로 인하여 구체적인 권리로 확정되어 그때부터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한편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금 청구권자에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하고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 이유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 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