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부정행위 후 받은 뇌물도 수뢰후부정처사죄"
[형사] "부정행위 후 받은 뇌물도 수뢰후부정처사죄"
  • 기사출고 2021.02.0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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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포괄일죄로 처벌 타당"

공무원이 여러 차례 같은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하고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 부정한 행위 이후에 받은 뇌물도 수뢰후부정처사죄에 포함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뢰후부정처사죄의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인 뇌물수수죄의 법정형보다 더 무겁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월 4일 수뢰후부정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환경부 과장 A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12103)에서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이같이 판시, 일부 수뢰후부정처사 혐의를 무죄로 인정해 징역 10월과 벌금 300만원, 추징금 2,035,810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대응 TF' 피해구제 대책반 등 가습기살균제 사건 대응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된 가습기살균제 제조 · 판매업체인 애경산업의 담당자로부터 직무상 편의를 제공하여 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2017년 4월 18일부터 2019년 1월 31일까지 17회에 걸쳐 2,035,810원 상당의 저녁식사, 와인, 화장품세트 등을 제공받고, 2018년 3월 26일부터 2018년 12월 13일까지 14회에 걸쳐 환경부 실험 결과 등 환경부 내부 보고서, 환경부 내부 논의 진행 상황, 가습기살균제 소관부서와 주요 관계자들의 주요 일정과 동향 등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제일 마지막 부정한 행위 전인 2018년 10월 31일까지 저질러진 1,599,810원 상당의 뇌물수수 부분(17회 중 1~15번)에 대하여는 수뢰후부정처사죄를 인정하면서도, 마지막 부정한 행위 이후에 저질러진 2건(16~17번)의 뇌물수수 부분에 관하여는 '수뢰후부정처사죄'가 성립하려면 그 죄명대로 뇌물수수 이후에 부정한 행위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러한 시간적 선후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이유로 이 부분에 대하여는 뇌물수수죄만 유죄로 인정하고, 수뢰후부정처사죄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수뢰후부정처사죄를 정한 형법 제131조 제1항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형법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및 제130조(제3자뇌물제공)의 죄를 범하여 부정한 행위를 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형법 제129조 및 제130조의 죄를 범하여'란 반드시 뇌물수수 등의 행위가 완료된 이후에 부정한 행위가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결합범 또는 결과적 가중범 등에서의 기본행위와 마찬가지로 뇌물수수 등의 행위를 하는 중에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단일하고도 계속된 범의 아래 일정 기간 반복하여 일련의 뇌물수수 행위와 부정한 행위가 행하여졌고 그 뇌물수수 행위와 부정한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며 피해법익도 동일하다면, 최후의 부정한 행위 이후에 저질러진 뇌물수수 행위도 최후의 부정한 행위 이전의 뇌물수수 행위 및 부정한 행위와 함께 수뢰후부정처사죄의 포괄일죄로 처벌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각 뇌물수수 행위는 그 순번 1 내지 15번의 행위뿐만 아니라 나머지 순번 16, 17번의 행위까지도 단일하고도 계속적인 범의 하에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것으로서 동일 법익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을 뿐 아니라, 각 부정한 행위 역시 이와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며, 나아가 이들 각 뇌물수수 행위와 각 부정한 행위 사이에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서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며 "16, 17번의 각 뇌물수수 행위는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부분 나머지 범죄사실과 함께 수뢰후부정처사죄의 포괄일죄를 구성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뢰후부정처사죄에 관한 형법 제131조 제1항의 법문 중 '형법 129조 및 130조의 죄를 범하여'라는 부분이 갖는 의미와 더불어, 수뢰후부정처사죄의 포괄일죄가 성립하는 경우 뇌물수수 등 행위와 부정한 행위 사이에 개별적으로도 시간적 선후관계가 엄격히 요구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한 사례"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