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자생적 아파트 부녀회 수입금 부녀회 운용비로 사용했어도 횡령 무죄"
[형사] "자생적 아파트 부녀회 수입금 부녀회 운용비로 사용했어도 횡령 무죄"
  • 기사출고 2021.02.04 08: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부녀회원들 총유로 귀속…입주자대표회의 소유 아니야"

자생적으로 결성된 아파트 부녀회의 활동 수입금을 부녀회 운용비 등으로 사용했어도 횡령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녀회가 부녀회 수입금의 소유 주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부산 동래구에 있는 한 아파트의 부녀회장으로 재직하며 2010년 12월 7일부터 2014년 12월 29일까지 '재활용품처리비용, 세차권리금, 게시판 광고 수입, 바자회 수익금' 등 부녀회 활동 수입금 7,100여만원을 부녀회 운용비 등으로 사용했다가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또 부녀회의 전 총무가 자신을 모욕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한 변호사비용 등 880여만원을 부녀회비에서 사용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횡령 유죄를 인정,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부녀회 수입금은 주택법 시행령과 아파트 관리규약이 정한 잡수입에 해당하여 입주자 전체의 소유인데도 법령상 정해진 용도에 쓰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부녀회비 역시 입주자 전체의 소유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씨의 상고로 열린 상고심에서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월 14일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7도13252). 법무법인 청률이 이씨를 변호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부녀회는 최소한 회칙을 제정하고 조직을 갖추어 그 사회적 활동을 지속한 2005년 11월부터는 입주자대표회의와 독립하여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부녀회가 그 구성원인 부녀회원들로부터 징수한 부녀회비는 부녀회원들의 총유재산"이라고 밝혔다. 또 "아파트 관리규약이 부녀회의 공동주택 관리활동으로 인한 수입을 입주자대표회의의 수입으로 귀속시키는 내용을 정한 바 없고, 부녀회와 입주자대표회의 사이에 그 수입을 입주자대표회의에 귀속시키는 내용의 합의를 한 적도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녀회의 공동주택 관리활동으로 인한 잡수입금 역시 그 법률원인인 관리활동의 적법 여부를 떠나 부녀회원들의 총유로 귀속되고, 이와 같은 부녀회원들의 총유재산인 잡수입금이 주택법 시행령이 정한 잡수입으로서 입주자대표회의의 소유로 의제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부녀회는 1984년 무렵 입주민들 중 일부 주부들이 자생적으로 결성하여 입주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 오다가 2005년 11월 무렵 입주민들 중 13명을 회원으로 하고, 임원으로 회장 1명, 부회장 2명, 총무 1명, 감사 1명을 두는 등의 내용으로 회칙을 제정했다. 이씨는 1997년 무렵부터 2014년 12월 무렵까지 부녀회의 회장으로 활동해 왔고, 위 기간 동안 부녀회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내놓은 재활용품의 처리 · 판매 업무, 아파트 내 세차업자의 선정 및 계약과 그 관리, 아파트 내 게시판 광고 수주와 관리, 아파트 단지 내 장소를 활용한 장터 또는 바자회를 개최하는 활동 등을 지속해왔다. 부녀회는 위와 같은 공동주택 관리활동으로 인해 취득한 수입을 입주민들을 위한 경로잔치 비용, 실버대학 지원비용, 장학금 등으로 자체적으로 지출해 왔는데, 입주자대표회의는 위와 같은 부녀회의 활동과 재정 운영에 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이를 용인해 왔다. 이 아파트의 관리규약(2004년 12월 제정된 것)은 부녀회 설립과 지원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았고, 부녀회를 자생자치단체로 칭하면서 '공동주택관리와 관련 있는 부녀회의 운영기준'을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사항으로 한 규정만을 두었다.

대법원은 "그런데도 원심이 부녀회비와 (부녀회의) 잡수입금이 입주자대표회의에 그대로 귀속되거나 입주민들 전체의 총유로 귀속된다는 전제에서, 피고인이 타인 소유인 부녀회비와 잡수입금을 법령상 정해진 용도 이외의 용도로 지출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데에는, 법인 아닌 사단의 성립요건 및 부녀회비와 공동주택 관리로 인한 수입의 소유권 귀속 나아가 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