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대법원, "코로나 영업손실 보험계약 범위에 포함" 판결
英 대법원, "코로나 영업손실 보험계약 범위에 포함" 판결
  • 기사출고 2021.01.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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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법 준거법 소송, 국제중재 등 영향

영국 대법원이 1월 15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영업방해(business interruption)로 인해 발생한 손실이 일반 보험계약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법무법인 율촌 국제중재 · 국제소송팀(IDR팀)에 따르면, 대상 사건은 FCA v. Arch (UK) Insurance & Others 사건으로, 2020년 6월 9일 영국 금융당국인 Financial Conduct Authority(FCA)가 다수의 영국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계약 약관이 일반적으로 포함하는 특정 조항을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적용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제기한 Financial Markets Test Case Scheme으로부터 시작되었다. Financial Markets Test Case Scheme은 2015년 10월 도입되었으며,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당사자들 사이에 구체적 분쟁이 없더라도 특정 금융법의 쟁점에 관해 법원의 판단이 필요할 경우 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라 고등법원의 특별재판부인 Financial List에 해당 쟁점을 결정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법무법인 율촌 IDR팀을 이끌고 있는 백윤재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IDR팀을 이끌고 있는 백윤재 변호사

율촌 IDR팀은 이번 영국 대법원 판결의 영향이 영국 내로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갈파했다. 1958년 체결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이하 '뉴욕 협약') 때문이다. 판결은 향후 준거법이 영국법인 국제상사중재 절차에 적용될 것인바, 뉴욕협약에 따라 영국을 넘어, 이론적으로 뉴욕협약 당사국 어디에서라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제적 요소가 있는 보험계약의 대부분이 분쟁해결절차로 국제상사중재를 채택하며, 영국법이 본계약의 준거법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이 판결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영국 대법원 판결의 주요 쟁점은 보험계약 약관 대부분에 포함되는 아래 4가지 조항을 코로나19 사태에 비추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여부로 좁혀졌다. 즉, *질병을 사유로 피보험자에 대해 발생한 영업방해로 인하여 입은 손실을 포함(cover)한다는 내용에 관한 '질병 조항(Disease Clauses)' *규제당국이 피보험자가 사업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여 발생한 영업방해로 인해 피보험자가 입은 손실을 포함한다는 내용에 관한 '접근 금지 조항(Prevention of Access Clauses)' *상기 두가지 종류를 혼합한 형태의 조항인 'Hybrid Clauses' *영업방해로 인해 입은 손실을 계산할 때 해당 피보험자의 이전 사업 실적과 비교한다는 내용의 'Trends Clauses' 조항이다.

영국 대법원은 결과적으로 FCA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여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영업방해로 인하여 발생한 손실은 일반 보험계약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영국법에 따르는 경우에는 피보험자가 보험사를 상대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영업손실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이번 소송에 참여한 보험사 중 하나인 Hiscox Insurance Group을 상대로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며, 이후에도 이와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판결로 인해 직접적 영향을 받을 보험계약의 종류와 보험사만 하더라도 각각 600개와 60개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율촌 IDR팀은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백신 투약이 시작되었으나, 코로나19가 초래한 경제적 손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다수의 기업이나 개인이 보험사를 상대로 영업손실을 근거로 보험료 지급을 청구했거나 향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코로나19가 영업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이미 1,000건 이상의 소송이 진행 중에 있지만, 미국 법원은 아직 명확한 답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런 만큼 미국 법원도 이번 영국 대법원의 결정을 같은 영미법계의 중요한 법원으로서 참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율촌 IDR팀은 이와 함께 "이번 영국 대법원 판결이 국제중재판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선례로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국제상사중재에서 당사자들은 준거법으로서 영국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더욱 그러하고, 이 사건의 쟁점이 국제상사중재 관점에서 더욱 직접적인 효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재판정의 경우에는 일방 당사자가 국제상사중재절차에서 승소한 이후 뉴욕협약 체결국에서 중재판정의 집행을 신청하는 경우 해당 법원은 뉴욕협약 제5조에 따라 집행을 거절할 사유가 없는한 중재판정의 집행을 승인할 의무가 있다. 예컨대 영국법이 준거법인 보험계약에 관한 분쟁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영업방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일방당사자가 승소하고 그 당사자가 우리나라에서 해당 중재판정의 집행을 구한다면 뉴욕협약 제5조가 규정한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하지 않는한 국내법원은 동 협약 제3조에 따라 집행을 승인해야 한다. 따라서 국제중재판정에서는 타국의 판결이 간편하게 국경을 넘을 수 있게 된다. 중재절차에서 승소한 이후 상대방인 다국적사들을 상대로 중재판정의 집행을 구하는 경우 자산이 있는 뉴욕협약 체결국이라면 어디서라도 해당 중재판정의 집행을 구할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율촌 IDR팀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영업손해를 입었고,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한 보헙계약의 피보험자 또는 영국법이 준거법인 재보험사와 재보험 계약을 맺었으며 재보험을 청구할 구상권이 있는 국내 보험사는 이번 영국 대법원 판결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율촌 IDR팀은 백윤재 변호사의 지휘 아래 안정혜, 박효민, 박주현 변호사와 이민규 외국변호사 등이 포진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