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학교폭력대책자치위 구성 위법하면 처분도 위법"
[행정] "학교폭력대책자치위 구성 위법하면 처분도 위법"
  • 기사출고 2021.01.2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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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위원 자격 없는 학부모대표 · 교사 참여 잘못"

학교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의결을 거쳐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금지 등의 처분을 내렸더라도 자격이 없는 학부모대표와 교사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자치위원회가 위법하게 구성되었다면 처분도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법 행정1부(재판장 김현룡 부장판사)는 12월 15일 제주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가 "서면사과, 접촉금지 등의 처분을 취소하라"며 이 고등학교의 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6370)에서 이같이 판시, 각 처분을 취소하고, 처분의 집행을 항소심 판결 선고일까지 정지했다.

2019년 제주에 있는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A는 B와 같은 기숙사 방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B가 2019년 4월 A 등으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신고, 2019년 5월 16일 이 고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원회)가 열렸다. 자치위원회에선 피해학생(B)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5일의 조치를 심의 · 의결했고 학교장이 같은 내용의 처분을 내리자 A가 행정심판을 거쳐 서면사과,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행정심판에서 학교에서의 봉사 5일 부분은 취소되었다.

A는 재판에서 "자치위원회 심의 · 의결이 위법하게 구성된 자치위원회에 의해 이루어지는 등 처분에 절차상 위법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재판부에 따르면, 2019년 3월 15일 개최된 학부모전체회의에서 학부모 2명이 공석이었던 자치위원회 학부모대표위원으로 선출된 직후, 기존의 학부모대표위원 1명이 자치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하였고, 이에 학교 측이 3월 22일 학급별 대표로 구성된 학부모대표회의를 개최하여 거기에서 학부모 1명이 후임 학부모대표위원으로 선출했다. 또 이 고등학교의 학생생활부장교사 겸 학교폭력책임교사로서 B의 학교폭력 신고사안에 관하여 관련자 면담과 확인서 수령 등의 방법으로 조사한 C가 A에 대한 자치위원회 심의 · 의결에 자치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기존 학부모대표위원이 사임한 것은 2019. 3. 15. 학부모전체회의 개최 후 1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다시 학부모전체회의를 개최하여 학부모대표위원을 선출하는 것은 곤란하였다'고 주장하나, 기존 학부모대표위원이 사임한 후 2019. 5. 16. 학폭대책위가 개최되기까지 약 2개월의 기간이 있었으므로 그 사이에 학부모전체회의를 개최하는 것이 곤란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그 개최가 곤란하였다고 볼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에 관한 주장이나 자료도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그렇다면 2019. 3. 22.자 학부모대표위원 1명 선출은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 제1항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밝혔다. 구 학교폭력예방법 13조 1항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하여 5인 이상 10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체위원의 과반수를 학부모전체회의에서 직접 선출된 학부모대표로 위촉하여야 한다. 다만, 학부모전체회의에서 학부모대표를 선출하기 곤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학급별 대표로 구성된 학부모대표회의에서 선출된 학부모대표로 위촉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또 "(A에 대한) 심의 · 의결 당시 C에게는 자치위원회 위원의 자격이 없었다고 할 것"이라며 C가 자치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것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가 (A가 재학 중인) 고등학교 학교폭력책임교사이고, 나아가 B의 학교폭력 신고 사안에 관하여 원고와 B 등과 면담하는 방법 등으로 조사하고 2019. 5. 16. 자치위원회에 출석하여 피해학생 및 가해학생과의 상담결과를 보고하였으므로,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4조 제1항이 정한 전문상담교사로서의 역할까지도 수행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자치위원회 위원은 학교폭력 사안에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등을 심의하는 기구로서, 그에 관한 제척, 기피, 회피 제도가 존재하고 발언 내용을 비밀로 하며 회의록을 공개하는 경우에도 성명 등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은 제외하도록 하는 등, 위원의 업무수행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4조에 따를 때 전문상담교사 또는 학교폭력책임교사는 피고 및 학폭대책위의 요구에 따라 학교폭력에 관련된 피해학생 및 가해학생과의 상담결과를 보고하거나, 피고가 구성한 전담기구의 구성원으로서 학교폭력 사태에 관한 가해 및 피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관하여 확인한 사항을 피고 및 자치위원회에 보고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당해 사건에 관하여 상담 및 조사 업무를 수행한 전문상담 교사 또는 학교폭력책임교사는 자치위원회의 위원에게 요구되는 업무수행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보장된다고 할 수 없어,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조사 및 보고, 심의 구조에 비추어 학폭대책위 위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에 대한 자치위원회의) 심의 · 의결은 위원의 자격이 없는 학부모대표 1명과 C가 위원으로 참여한데다가 적법하게 선출된 학부모대표위원이 전체 위원의 과반수에 미달하여 위법하게 구성된 자치위원회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자치위원회의 적법한 심의 · 의결에 따른 조치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니어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고 달리 위 처분의 집행이 정지됨으로 인하여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직권으로 처분의 집행을 항소심 판결 선고일까지 정지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