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직원 서면 동의 없이 회사를 보험수익자로 지정…무효"
[보험] "직원 서면 동의 없이 회사를 보험수익자로 지정…무효"
  • 기사출고 2021.01.2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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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 "상속인들에 보험금 다시 지급하라"

직원들을 피보험자로 정해 단체보험계약을 맺은 회사가 직원들의 서면 동의 없이 보험수익자를 회사 자신으로 지정했다. 법원은 그러나 회사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한 부분은 무효라며 보험사는 숨진 직원의 상속인들에게 보험금을 다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부산고법 민사2부(재판장 김재형 부장판사)는 선박도장업체인 B사에서 근무하다가 회사 동료로부터 살해당한 중국 국적 A씨의 부인과 자녀가 "보험금 2억원을 지급하라며"며 B사와, B사와 단체보험계약을 맺은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2020나51207)에서 이같이 판시, 최근 "피고는 원고들에게 보험금 2억원에 지연손해금을 더한 2억 3,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삼성화재가 재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1심부터 파기환송심까지 법률구조공단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삼성화재는 항소심부터 법무법인 지평이 대리했다.

2013년 7월경부터 직원으로 근무해온 중국 국적의 A씨가 2015년 8월 2일 오전 0시쯤 울산 동구에서 함께 숙소를 사용하던 동료 직원에 의하여 살해되자 B사는 삼성화재에 청구해 보험금 2억원을 받았다. B사는 이에 앞서 A씨가 살해되기 두 달 전인 2015년 6월 A씨를 포함한 B사 직원 116명을 피보험자로 하여 직원들이 사망할 경우 2억원 등을 지급하는 내용의 단체보험을 삼성화재와 체결했는데, 이때 피보험자인 직원들의 서면 동의 없이 보험수익자를 B사로 지정했다. 이에 A씨의 부인과 아들이 "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 지정에 관하여 단체규약에서 명시적으로 정하거나 A씨의 서면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보험수익자는 A씨 또는 그 상속인"이라며 삼성화재를 상대로 2억원의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상법 735조의3 3항은 "단체보험계약에서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 또는 그 상속인이 아닌 자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할 때에는 단체의 규약에서 명시적으로 정하는 경우 외에는 그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단체의 규약에서 피보험자 또는 그 상속인이 아닌 자를 보험수익자로 명시적으로 정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의사가 분명하게 확인되어야 한다"며 "따라서 단체의 규약으로 피보험자 또는 그 상속인이 아닌 자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한다는 명시적인 정함이 없음에도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 없이 단체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 또는 그 상속인이 아닌 자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하였다면 그 보험수익자의 지정은 상법 제753조의3 제3항에 반하는 것으로 효력이 없고, 이후 적법한 보험수익자 지정 전에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피보험자 또는 그 상속인이 보험수익자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A를 피보험자로 하는 (B사와 삼성화재가 맺은) 단체보험계약의 청약서에 '사망보험금수익자'란과 '사망외보험금수익자'란에 모두 'B사'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위와 같이 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를 B사로 지정하는 것에 관하여 단체의 규약에 명시적인 규정이 있다거나 피보험자들의 서면 동의를 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B사와 근로자 대표 사이에 보험계약 체결에 관한 단체협약이 체결되었는데, 수익자 지정에 관한 단체협약 제6조에는 '보험계약의 수익자는 아래와 같이 별도로 정한다. 사망외 수익자는 (□회사, □피보험자), 사망시 수익자는 (□회사,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을 뿐 아무런 선택도 되어 있지 않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하고,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보험계약은 상법 제753조의3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단체의 규약에서 명시적으로 정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단체의 규약으로 피보험자 또는 그 상속인이 아닌 자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한다는 명시적인 정함이 없음에도 피보험자인 A의 서면 동의 없이 단체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 또는 그 상속인이 아닌 B사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보험수익자의 지정은 상법 상법 제753조의3 제3항에 반하는 것으로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B사와 근로자 대표 사이에 작성된 단체협약 제2조 제1항에 '근로자 및 그 배우자, 자녀, 부모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한다'는 취지로 정하고 있고, 적법한 근로자 대표가 위 단체협약에 따라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보험계약 자체가 무효로 된다고 할 것은 아니고, 단지 B사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한 부분만이 무효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며 "결국 보험계약은 적법한 보험수익자 지정 전에 피보험자가 사망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보험수익자는 위 청약서의 기재에도 불구하고 피보험자인 A의 상속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A씨의 부인은 법률구조공단에 감사편지를 보내 "한국은 K-팝, 드라마 같은 문화선진국일 뿐만 아니라 법률시스템에서도 선진국이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