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B형 간염 악화돼 간암으로 사망한 국회 사무관, 공무상 재해 아니야"
[노동] "B형 간염 악화돼 간암으로 사망한 국회 사무관, 공무상 재해 아니야"
  • 기사출고 2021.01.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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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과로 · 스트레스와 인과관계 인정 어려워"

국회 사무관이 B형 간염을 앓다가 간암으로 사망했으나, 법원은 과로 · 스트레스와 간암의 발병 · 악화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간암 말기로 사망한 국회 사무관 A(사망 당시 41세)씨의 배우자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749)에서 이같이 판시, 최근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002년경 전기직렬 기술직으로 국회에 입사해 2017년경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 A씨가 2016년 2월 22일 간세포암종으로 의심된다는 진단을 최초로 받고 2년 6개월만인 2018년 8월 19일 간암 말기로 사망하자, A씨의 배우자가 인사혁신처에 순직유족급여를 신청하였으나, 공무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가 국회의 전기설비 등과 관련하여 여러 중요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당시간 초과근무를 하였고, 주말이나 휴일에도 출근하는 등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근무성적평가도 매우 우수하였고 동료들로부터도 신망이 두터웠으며, 2016년에 간세포암종 등을 절제하기 위한 수술을 2차례나 받고서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였던 사실 내지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A의 사망은 만성 B형 바이러스성 간염의 악화로 인한 간암의 진행에 의한 것으로서 A의 과로 내지 업무상 스트레스가 간암의 발병 및 악화에 기여하였다고 인정할 예외적 사정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A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는 2009. 8. 22. 및 2016. 1. 23. 두 차례에 걸쳐 내과의원에서 상세 불명의 간 질환으로 진료를 받았는데, A는 위 일자 중 2016. 1. 23.에는 위 병원에서 만성 활동성 B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치료제인 제픽스정을 처방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A는 간세포암종을 진단받기 앞서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같은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은 공무와는 무관하고, 이러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은 과로나 스트레스 없이도 악화될 수 있고 임상적으로는 과로나 스트레스 없이 악화되는 경우가 더 많은 반면, 과로나 스트레스 자체가 일반적으로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을 악화시킨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으므로,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과로나 스트레스가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의 임상경과 및 예후를 악화시켰다는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어야 공무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데, 2011~2016년 초과근무 등 업무가 다소 과중하였던 사정이 인정되기는 하나,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A의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의 발병 내지 간염으로의 이환에 과로나 스트레스가 영향을 준 것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국립암센터 암정보에 의하면 2014년 대한간암학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를 때 간암 환자의 72%가 B형 간염 바이러스와 연관이 있었다고 하며, B형 간염 바이러스 만성보유자의 대부분이 출생 시 어머니로부터 수직감염되고, 그 반수 이상이 만성 간염이나 간경화로 부르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며 해마다 간경변증 환자의 1~5%에서 간암이 발생한다고 한다.

재판부는 "A가 내과의원에서 상세불명의 간질환을 최초로 진료받은 2009. 8 무렵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에 감염된 것이라고 한다면, 그 이후 7년이 경과한 2016. 2.에 간암이 발병하였으므로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이 급격히 악화 되는 등 자연적인 진행경과에서 크게 벗어나거나 예외적인 상황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하고, "A의 간암이 통계적으로 다른 간암 환자에 비해 진행 속도가 빨랐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어 과로와 스트레스가 A의 간암의 진행에 영향을 주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