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안전하다'는 심부름업체 직원이 추행…거짓 광고한 심부름업체에 위자료 1천만원 판결
[손배] '안전하다'는 심부름업체 직원이 추행…거짓 광고한 심부름업체에 위자료 1천만원 판결
  • 기사출고 2021.01.22 18: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부지법] "표시광고법에 따른 손배책임 인정"

안전하다는 광고를 믿고 심부름 앱을 통해 책장 옮기는 일을 맡겼다가 추행을 당한 여성 고객이 심부름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내 1,000만원의 위자료를 배상받게 되었다. 법원은 '안전 문제에 아무런 걱정이 없다'고 거짓 · 과장 광고한 것을 문제 삼았다. 

A(여)씨는 2018년 6월 29일 자신의 아파트에 있는 책장을 다른 방으로 옮기고 책상 1개를 1층에 내려다 놓는 일을 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심부름업체인 B사가 운영하는 인력 중개 플랫폼 어플리케이션에 미션 요청 글을 게시하고, 보수 3만원에 입찰한 C씨를 선택했다. 이 앱 서비스는, 고객이 타인에게 의뢰할 업무 내용(미션)을 적어 고객용 앱 게시판에 올리면 등록된 직원들이 이를 보고 직원용 앱을 이용해 입찰하며, 고객이 그 중에서 자신의 미션을 수행할 직원을 선택하여 직접 연락하면 직원이 방문하여 미션을 수행한 뒤 고객에게서 보수를 지급받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C씨는 두 번이나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었고, 2017년 11월 형 집행을 마치고 출소했으나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한 상태였다.

C씨는 같은 날 오전 8시 30분쯤 A씨의 아파트를 방문하여 미션을 수행한 직후 갑자기 자신이 가져온 공구함에 있던 흉기를 A씨의 목에 대고 협박하면서 추행하고 간음하려 했으나 아파트 벨소리가 들리자 범행을 멈추고 도주했다. 이 사건의 충격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진단과 치료를 받은 A씨가 C씨를 알선한 B사를 상대로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하자, 표시 ·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에 의한 손해배상 주장을 추가하여 항소했다.

B사가 실제 아무런 실질적 검증절차를 갖추지 않았으면서도, 각종 SNS를 통하여 이 앱 서비스를 홍보하면서 '서비스에 소속된 모든 직원이 엄격한 신원확인 및 검증을 거쳐 선별되어 안전 문제에 아무런 걱정이 없다'는 취지로 광고해 사실과 다른 거짓 · 과장의 표시 · 광고이거나 기만적 표시 · 광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C씨는 이 사건으로 기소되어 징역 7년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3-3부(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는 1월 15일 표시광고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 1심을 취소하고, "B사가 A씨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2019나65182).

재판부는 "피고는 광고에서 미션 예시와 함께 '엄격한 신원 확인 및 검증절차', '안전', '안심' 등을 거듭 강조하였고, 고객들로서는 당연히 피고가 엄격한 검증절차를 거쳐 직원을 선별하였고, 아동이나 여성만 있는 집안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업무도 범죄의 걱정 없이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일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피고의 직원 승인과정은 사실상 신분증 사진과 지망자 스스로 적어 내는 연락처 등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 불과하였고, 인성이나 범죄 경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는 전혀 없는 상태였으며, 특히 아동범죄나 성범죄 전력 여부는 직원의 업무 수행 범위를 결정함에 있어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상당히 중요한 사항인데, 피고는 그 진위를 전혀 확인한 바 없고(이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주장한다), 최소한 전자장치 부착여부 정도는 실제 면접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지만 면접 절차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고는 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미션 내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고, 아이 돌보기, 집안 내부에서의 가구 조립 등 여성이나 어린아이만 있는 집에서 단독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광고했다.

이어 "사실은 (B사) 직원들이 피고에게 이름과 연락처 정도를 제공한 사람들일 뿐 그 신원이 엄격하게 검증되었다고 볼 수 없고, 특히 안전 문제에 있어 걱정이 없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는 딱히 없었음에도, 피고는 인력 중개 플랫폼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광고하면서 그와 다르게 직원들이 모두 엄격하게 신원이 검증되었고, 안전 문제에 걱정 없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처럼 광고하였는바, 이는 사실을 은폐한 기만적 광고이거나 사실과 다른 거짓, 과장 광고에 해당한다"며 "결국, 원고가 사실과 다른 피고의 광고를 믿고 여러 차례 성범죄 전력이 있을 뿐 아니라 출소 직후로서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있는 상태였던 C를 고용하여 자신과 아이 홀로 있는 집 내부에 들어오도록 함으로써 실제 성범죄 피해를 입은 이상, 이는 위 광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되고,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표시광고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