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치매 앓았어도 고의로 불 냈으면 보험금 못 받아"
[보험] "치매 앓았어도 고의로 불 냈으면 보험금 못 받아"
  • 기사출고 2021.01.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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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자유로운 의사결정 할 수 없는 상태 아니야"

치매를 앓았어도 고의로 불을 냈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의 아버지(B)는 2018년 3월 5일 오전 11시 10분쯤 대구에 있는 2층 단독주택에서 안방과 작은방에 있는 이불에 휴지를 올려놓고 성냥으로 불을 붙여, 불길이 벽을 거쳐 1층 전체에 번지는 사고를 내고 이듬해인 2019년 4월 사망했다. 이에 앞서 KB손해보험에 아버지를 피보험자로 정해 아버지가 거주하는 주택이 화재로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화재저축보험을 들고,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통해 이 보험계약에 따른 화재보험금청구권을 단독상속한 A씨는 KB손해보험을 상대로 이 화재로 인한 손해액 5,5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2019가단106795)을 냈다.

A씨는 "이 사고는 아버지가 치매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일으킨 화재로서 일반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사고와 동일시할 수 없으므로 면책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씨가 가입한 이 보험의 보험약관 3조는 "회사는 아래의 사유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여 드리지 않습니다"라고 규정하면서 1호에서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법정대리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들고 있다.

대구지법 김경대 판사는 1월 14일 그러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고로 볼 수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범어가 KB손보를 대리했다.

김 판사는 "사고 당시 B는 추정적 임상에 따른 병명 '(주)알코올성 치매 NOS, 망상성 장애, (의증)만기발병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로, 부인에 대한 망상으로 공격적 행동을 자주 보이고, 알코올성 치매로 인해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의 저하가 심하여 일상생활의 장애가 자주 나타나는 상황이며 지속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하고, 의사결정능력이 일반인에 비해 상당히 불완전한 상태였다는 의학적 소견이 제시되어 있는 사정은 있으나, 한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B에 대한 정신병원 의무기록상 나타나는 방화 후 B의 태도, 사고와 가까운 날짜의 B에 대한 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B가 사건 당시에 변별력이 전혀 없다고 보기 힘들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한 점, B에 대한 신경심리검사 결과 평가된 전반적 퇴화척도(GDS) 6단계는 ①망상적 행동, ②강박적 증상, ③불안증, 초조감, 과거에 없었던 난폭한 행동, ④인지적 인지 상실증의 행동문제가 나타나고, B에게도 그러한 행동문제가 나타난 사정은 보이나, B가 주택에서 이불에 휴지를 모아 불을 붙이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그러한 정신심리상태에서 나타나는 행동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사고 당시 B는 고의로 화재의 결과를 발생케 하였고,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고로 인한 손해는 면책조항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