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drag along에 협조 안 했다고 무조건 매매계약 체결 의제 불가"
[상사] "drag along에 협조 안 했다고 무조건 매매계약 체결 의제 불가"
  • 기사출고 2021.01.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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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1조원대 소송' 두산인프라코어에 승소 판결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중국 증시 상장 무산과 관련, 재무적 투자자들과 벌여온 지연이자 포함 1조원대 소송의 상고심에서 승소했다. 이로써 두산인프라코어가 현대중공업에 매각되는 것과 관련, 큰 걸림돌이 제거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말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이달 31일까지 본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대법원은 특히 이 판결에서 소수 지분 투자자가 지분을 매각할 때 대주주에게 대주주의 지분까지 함께 매각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 right) 행사에 관한 상세한 법리를 제시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만든 건설기계(두산인프라코어 인스타그램 캡처)
◇두산인프라코어가 만든 건설기계(두산인프라코어 인스타그램 캡처)

사안의 핵심은 IMM PE, 미래에셋 PE, 하나금융투자 PE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2011년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자회사인 DICC의 지분 20%를 3,800억원에 매수하면서 DICC의 지분 80%를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와 체결한 투자금 회수에 관한 주주간 계약상의 'Drag & Call' 약정이다. 즉, 재무적 투자자와 두산인프라코어와의 주주간 계약은 3년 내에 DICC의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방 당사자가 DICC 주식을 매도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3년이 지난 후에도 DICC의 상장이 이루어지지 않자 재무적 투자자들이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하려고 하면서 분쟁이 인 것이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DICC 지분매매계약 종결일부터 3년이 지난 2014년 4월 28일까지 DICC에 대한 기업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자 재무적 투자자와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DICC 주식 지분 전부를 동반매각하기로 하고 이를 추진했으나, 두산인프라코어가 협조하지 않아 매수예정자 결정 등 매각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재무적 투자자들이 설립한 투자목적회사이자 이들의 지분매매계약 및 주주간 계약을 승계한 오딘2가  투자 당시 목표한 수익률을 가산한 금액인 7,093억여원에 DICC 지분 20%를 우선매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매매대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오딘2는 일부 청구로 100억원을 청구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주주간 계약에 따라 원고 오딘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사이에 오딘2 소유의 DICC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되고, 따라서 두산인프라코어는 오딘2에게 그 매매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조건 성취 방해 단정 어렵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1월 14일 이 소송의 상고심(2018다223054)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무엇보다도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적 투자자들에 대한 협조의무의 존재와 그 위반은 인정했으나, 두산인프라코어가 재무적 투자자들의 자료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원고 오딘2가 진행하는 매각절차의 상황과 진행단계에 따라 DICC 지분의 원활한 매각을 위해서 적기에 DICC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고 DICC를 실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협조할 의무가 있고, 이와 더불어 원고 오딘2 역시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할 것을 전제로 매각절차를 진행하는 매도주주로서, 상대방 당사자인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요청이 있는 경우 매수예정자가 진정으로 매수할 의향이 있는지, 인수 목적이나 의도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적절한 시기에 제공하는 등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그러나 "DICC 주주간 계약에 따르면, 지분매매거래 종결일부터 3년 내에 DICC의 기업공개가 실행되지 않을 경우 일방 당사자는 그 지분을 매도할 수 있고, 이때 매도주주가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가장 유리한 매각금액과 거래조건을 제시한 매수예정자가 결정되어 있어야 하고, 매수예정자가 결정된 다음 매수예정자와 정식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상대방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매수예정자와 매도가격 등 거래조건이 기재된 매매계약서 양식이 첨부된 매도결정통지를 하여야 하는데, 위 계약에서는 매도주주가 DICC 주식을 매도할 경우에 원칙적으로 복수의 매수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는 입찰절차를 실시하도록 하면서도 상대방 당사자가 협조하지 않는 등으로 입찰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이 결정되지 않으면 어떠한 법률효과가 발생하는지에 관해서는 어떠한 내용도 정하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설령 신의칙에 반하는 협력의무 위반이 있어서 조건 성취를 의제하려고 하더라도 매도주주의 동반매도요구권 행사만으로는 실제 원고 오딘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그 소유의 DICC 주식을 매도하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매각금액이 얼마인지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고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을 의제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이와 같이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을 특정할 수 없는 이상, 조건 성취 방해에 따른 조건 성취를 의제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매도주주와 상대방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정할 수 없고,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원고 오딘2에 입찰절차 진행에 필요한 투자소개서 작성을 위한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행위만을 이유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 조건 성취로 인한 법률 효과를 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원고 오딘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사이에 원고 오딘2 소유의 DICC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된다고 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이 사건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의 결정이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의 조건이고, 동반매도요구권의 행사 결과 원고 오딘2가 갖는 권리가 선택채권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아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원고 오딘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사이에서 원고 오딘2 소유의 DICC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의제된다고 한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조건부 법률행위에서 조건, 민법 제150조 제1항에서 정한 조건 성취 방해행위와 그 유추적용, 선택채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민법 150조 1항은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민법 제150조 제1항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정당하게 기대되는 협력을 신의성실에 반하여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유추적용될 수 있으나, 민법 제150조 제1항이 방해행위로 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와 같이 유추적용되는 경우에도 단순한 협력 거부만으로는 부족하고 이 조항에서 정한 방해행위에 준할 정도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협력을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또한 민법 제150조는 사실관계의 진행이 달라졌더라면 발생하리라고 희망했던 결과를 의제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조항을 유추적용할 때에도 조건 성취 의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실관계를 의제하거나 계약에서 정하지 않은 법률효과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노력하여야 한다' 기재 불구 법적 구속력 인정해야

대법원은 또 이 판결에서, 두산캐피탈에 투자한 시니안 등 투자목적회사 3개사가 두산캐피탈의 대주주인 주식회사 두산 등이 주주간 계약을 어겼다며 2013년경 두산 등으로부터 두산캐피탈의 지분을 양수해 두산캐피탈 주주간 계약상 지위를 승계한 두산연강재단을 상대로, 일부 청구로 각각 15억원씩의 지급을 요구한 청구도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받아들였다. 두산캐피탈이 시니안 등의 투자금 약 500억원을 DICC로부터 건설기계 등을 구입하고자 하는 중국 내 고객에게 리스금융 등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회사인 DCFL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사용하고 DCFL 지분비율 80%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주주간 계약에서 정했는데, 이를 어겼다는 주장이다.

두산캐피탈은 2011년 12월 30일 시니안 등의 동의를 받아 DICC에 DCFL의 지분 80% 중 29%를 640억원에 매각한 적이 있는데, 2015년 7월 17일에는 시니안 등의 동의를 받지 않고 DICI에 보유 중이던 나머지 DCFL 지분 51%를 759억원에 매각, DCFL 지분을 모두 매각하자 시니안 등이 두산캐피탈 신주인수대금 497억여원에서 현재 시니안 등이 보유한 두산캐피탈의 주식가치와의 차액 중 일부를 청구한 것이다.

대법원은 "두산캐피탈은 결국 DCFL의 지분을 전부 매각함으로써 그 지분을 유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차로 DCFL의 지분 51%를 매각할 때에는 원고 시니안 등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며 "따라서 피고 두산 등으로부터 두산캐피탈 주주간 계약상의 지위를 승계한 피고 두산연강재단은 이와 같이 원고 시니안 등에 대하여 두산캐피탈 주주간 계약상의 의무를 불이행한 데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는 내용의 기재가 있는 문면에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최대한 협조한다' 또는 '노력하여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가 위와 같은 문구를 기재한 의미는 문면 그 자체로 볼 때 그러한 의무를 법적으로는 부담할 수 없지만 사정이 허락하는 한 그 이행을 사실상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타당하나, 계약서의 전체적인 문구 내용, 계약의 체결 경위,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당사자에게 의무가 부과되었다고 볼 경우 이행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사자가 그러한 의무를 법률상 부담할 의사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문구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의무로 보아야 한다"며 '두산 측 주주는 두산캐피탈로 하여금 DCFL에 대한 지분비율을 현재와 같이 그대로 유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문언에도 불구하고, 해당 조항의 전체적인 문구 내용, 두산캐피탈 주주간 계약의 체결 경위, 당사자 쌍방이 위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달성하려고 하였던 목적과 진정한 의사, 두산 측 주주와 두산캐피탈, DCFL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두산 측 주주는 위 주주간 계약에 따라 DCFL의 지분을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세종 vs 김앤장 · 기현 ·  신필종 ·  한누리 ·  화우 · 대리전

법무법인 세종이 1심부터 오딘2와 시니안 등 원고 측을 대리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주식회사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연강재단 등 피고 측은 김앤장과 법무법인 기현, 신필종 변호사가 1심부터 대리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법무법인 한누리와 화우가 대법원 상고심에서 소송대리인으로 가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