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특집=2020 Lawyers of the Year] 소송 l 이순 변호사
[리걸타임즈 특집=2020 Lawyers of the Year] 소송 l 이순 변호사
  • 기사출고 2021.01.1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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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사실이 법리를 이긴다"
측량, 감정 다시 해 승기 잡아

법무법인 케이씨엘의 송무팀에서 활약하는 이순 변호사는 변호사가 되기 전 법원이나 검찰에서 근무한 재조 경력이 없다. 2002년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곧바로 법무법인 케이씨엘에 입사한 이른바 순수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로, 재조 출신 변호사들에게 따라붙는 '전관예우' 등의 수식어와는 거리가 먼 변호사다. 그러나 송무사건만 19년째 수행하고 있는 그는 다른 어느 변호사보다 승소율이 높은 소송 전문가로, 2020년에도 부동산, 공정거래, 재건축, 조세, 금융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승소사례를 추가하고 있다.

전관예우와 거리 먼 소송 전문가

특히 철저한 사실관계 파악을 통해 각각의 사건에 특유한 변론 포인트로 승기를 잡는 것이 이 변호사의 승소비결로, 그는 "때로는 사실이 법리를 이긴다"는 표현을 썼다.

◇이순 변호사
◇이순 변호사

지난 5월 항소심 승소에 이어 9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된 서울 약수역 인근 건물의 경계침범 사건이 그가 거둔 대표적인 승소 사례로 소개된다. 건물이 자신의 땅 약 10㎡를 침범해 지어졌다며 땅 주인이 4층짜리 건물의 소유자와 이 건물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임차인을 상대로 건물 철거와 토지인도, 그동안 받지 못한 임료의 지급, 퇴거 등을 요구한 사건인데, 항소심부터 관여한 이 변호사는 오히려 해당 부분 토지 10㎡에 대해 20년 이상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점유하였으니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며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반소로 제기하며 맞섰다. 문제는 타인 토지를 무단으로 침범하여 건축하였을 경우 자주점유 추정, 즉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비추어 취득시효 인정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이 변호사는 이 일대 토지가 원래 1필지였는데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차례 쪼개지며 여러 동의 건물이 지어진 것이라는 의뢰인의 설명에 착안해 해당 부분을 포함한 일대의 토지 전부에 대해 새롭게 측량을 해보자고 요청했다. 다른 건물들도 조금씩 경계를 침범해 지어졌다면 이는 자기 땅에 건물을 지을 의사로 건축한 것이어 자주점유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측량 결과 일대의 건물들이 모두 타인의 토지를 일정한 방향 즉, 북쪽 또는 북서쪽으로 조금씩 경계를 침범하여 건축된 사실이 확인되었고, 이는 당시의 낙후된 측량기술에 따른 측량오차 또는 도근점의 위치에 따라 지적선과 건축선이 일치하지 않는 지적불부합지가 생겨난 때문으로 파악되었다. 이 변호사는 원고 청구 기각은 물론 문제의 10㎡에 대해 피고들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기라는 뜻밖의 소득까지 얻어냈다.

미등기 추가방도 시세에 반영되어야

이번엔 부동산 가격에 대한 감정을 통해 주택재건축정비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해당 사업구역내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1차 감정 때와 비교해 30% 가량 높은 시세로 청산금이 지급되게 한 사건. 서울시내의 한 재건축조합이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피고들에게 보유 부동산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사안인데, 피고들을 대리한 이 변호사는 1차 감정에서 미등기 전유부분 즉, 복층 구조 빌라의 경우 등기부엔 나오지 않지만 추가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방 등도 시세에 반영되어야 하는데 평가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해 재감정을 이끌어냈고, 2차 감정에서 감정가가 올라가 청산금을 더 많이 받아냈다.

지난 2월 서울고법에서 이처럼 피고들에게 유리한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그대로 확정된 이 사건에서 이 변호사는 재건축사업이 잘 진척되지 않아 여러 차례에 걸쳐 분양신청을 받은 경우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최초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즉, 1차 분양신청기간 종료 다음날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고 이 날짜에 조합의 매도청구에 따른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아 보유 부동산에 대한 청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단도 받아냈다. 3차례 분양신청을 받은 이 조합의 경우 해당 지역의 부동산 시세가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해 1차 분양신청기간 종료 다음날의 값이 가장 높아 피고들에게 유리했다.

이 변호사는 이외에도 경기 동탄 지역과 제주도에서 각각 아파트와 호텔을 짓다가 다량의 폐기물에 발견되자 부지 매도인을 상대로 각각 소송을 낸 건설사를 대리해 고지의무위반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의 인정과 폐기물 처리비용, 공기만회를 위한 돌관공사비 등을 받아내는 등 그의 표현을 빌면 '잡화상 변호사'처럼 다양한 소송에서 활약하고 있다.

"승소비결이요? 의뢰인이 알고 있는 사실관계를 변호사가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에 따라 승소 가능성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전략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거니까요."

이 변호사는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의뢰인에게 미리 체크리스트를 제공하고 자료 제출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건과 관련, 여러 공기업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대리해 펀드 판매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이 변호사가 의뢰인들에게 요청했다는 리스트엔 수십 개의 자료 이름이 기다랗게 이어지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