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긴급수혈, 부동산 거래로 분주
변호사 경력 23년. 금융 관련 일을 많이 하는 법무법인 지평의 강율리 변호사에게 2020년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가장 바쁜 한해로 마무리되고 있다. 그동안 단골로 수행해 온 부동산 PF, 구조화금융, 신디케이티드론 등의 업무뿐만 아니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대한 자금조달과 M&A, 리츠 등 업무영역을 넓히며 전 방위적으로 자문에 나선 해가 2020년이라고 한다.
먼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대리해 자금경색의 위험이 짙어진 한 대기업에 3조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긴급수혈한 거래를 빼놓을 수 없다.
강 변호사는 "기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금융기관으로서는 차주사의 경영 및 재무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자금의 용도 및 필요한 자금의 규모를 확인해야 하고, 기업이 이미 타 금융기관들에 대한 부채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존 채무의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는 것도 막아야 부도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다른 금융채권자와의 협의 또한 필요하다"며 "자문을 의뢰받은 3월 초부터 팀 전체가 수 주간 주말을 반납하고 업무에 매진한 끝에 적시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0여개 발전기업에 1,500억 투자
또 하나는 앞으로 유사한 거래가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를 대리하여 수십 개의 태양광 또는 풍력발전기업의 지분을 인수한 거래로, 강 변호사는 1,5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해 10여개의 신재생에너지 발전기업에 투자하는 거래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거래 구조의 검토부터 투자를 실행하기 위한 인수계약서 등의 작성, 거래 종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자문한 강 변호사는 발전기업에 대한 투자는 특히 투자대상 법인에 대한 법률실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기업의 경우 개발단계, 완공단계, 완공 후 단계 등 각 단계별로 취득해야 하는 인허가와 신고가 많고, 대상 부지의 취득과 이용을 위해서는 매매계약이나 임대차계약, 지상권 설정계약을, 그리고 발전설비의 공사를 위한 공사도급계약, 발전소 관리와 운영을 위한 관리운영위탁계약,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계약 등 다양한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투자자 입장에서 이들 다양한 법률 이슈를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 팀에선 이러한 광범위한 법률실사를 거쳐 2020년이 얼마 남지 않은 최근에도 또 하나의 발전기업 지분 인수 거래를 클로징했다.
강 변호사는 NH농협리츠운용이 설립한 위탁관리리츠를 대리하여 작년 말부터 거래규모 약 1,900억원의 분당스퀘어 매수 등 다수의 상업용 부동산을 취득하는 거래에 자문하고 있다.
또 올 초부터 대규모 그룹을 대리해 그룹 내에 리츠를 설립하고 계열사들이 보유한 상업용 부동산을 리츠에 매각하여 각 계열사는 부동산 매각에 따라 확보된 자금을 신사업 개발과 투자에 활용하고, 그룹내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그 첫 사업으로 부동산펀드가 소유 중인 회사의 사옥을 리츠를 통해 인수하는 거래에 자문하는 동시에 리츠 자산을 관리할 자산관리회사(AMC)의 설립인가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강 변호사는 여기서도 리츠에 편입할 대상자산에 대한 실사를 강조하고, 이와 함께 리츠에 참여하는 종류주주와 보통주주 사이의 이해관계 조정을 위한 합의를 약정서에 녹여내야 하는 등 챙겨야 할 내용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그룹 리츠 설립 자문
"신용등급이 나와 있는 굴지의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돈이 나가기 전에 실사를 진행하는 등 거의 모든 딜에서 법률실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어요. 금융기관들이 차주가 될 기업의 영업과 재무에 관한 리스크, 상환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한 후 금융을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변호사 일을 시작한 강 변호사는 IMF 위기는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19로 촉발된 현재의 유동성 위기 등 기업의 존폐가 달린 위기 때마다 기업에겐 심폐소생술과 같은 자금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온 여성 금융변호사로 유명하다. 강 변호사는 "어려운 고비에 처한 기업들이 유동성을 공급받고 회생하는 과정에 조력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자문 변호사로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라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