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다른 대리운전 앱 이용한다고 대리기사에 5일간 '콜 정보' 차단…불공정거래행위"
[경쟁] "다른 대리운전 앱 이용한다고 대리기사에 5일간 '콜 정보' 차단…불공정거래행위"
  • 기사출고 2021.01.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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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대리기사들에 손해배상하라"

대리운전업체가 다른 대리운전 앱을 이용하는 대리기사들에게 5일간 고객정보 제공을 차단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고, 고객정보 제공을 차단당한 대리기사들에게 손해배상도 물게 되었다.

대리운전기사인 A와 B씨는 대구지역 대리운전업체들의 연합체인 C대리운전가맹점협의회에 중개수수료(이른바 '콜 수수료')를 내기로 하고 대리운전 고객정보(일명 '콜 정보')를 받는 계약을 했으나, C대리운전가맹점협의회가 경쟁업체인 D드라이버에도 가입해 대리운전 영업을 한다는 이유로 A씨에 대하여 2016년 12월 20일부터 12월 24일까지 5일간, B씨에 대하여 12월 29일부터 2017년 1월 2일까지 5일간 대리운전 고객정보 제공을 중단하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며 C협의회를 상대로 고객정보를 못 받은 기간의 일실수입 등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피고 협의회는 대구지역에서 가입한 대리운전업체(가맹자) 수가 가장 많고 월 평균 콜수가 28만여건으로, 월 평균 콜 수를 기준으로 거의 5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대리운전 연합체다.

1심을 맡은 대구지법 서부지원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대리운전 고객정보를 차단한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5호에 해당하므로 위법하다"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대리운전기사는 대리운전업체가 접수한 콜 정보를 프로그램업체의 배차프로그램을 통하여 제공받아 대리운전업무를 수행하므로, 다수의 콜 정보를 제공받기 위하여 통상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복수의 대리운전업체에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하고, "대리운전 고객정보(콜 정보)는 대리운전기사가 대리운전업체와 거래를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품목 내지 거래대상으로서, 대리운전업체의 연합체인 피고가 새로운 경쟁사업자인 D드라이버의 시장진입을 막기 위해 D드라이버 앱을 이용하는 대리운전기사들인 원고들에게 대리운전 고객정보를 차단하는 행위는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아니하는 조건으로 거래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피고는 대리운전기사들이 대구지역의 다른 연합체 내지 업체의 다른 배차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으나,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프로그램인 D드라이버 앱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대리운전기사에 대해서는 대리운전 고객정보 제공을 차단하는 행위를 하였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가 대구지역 대리운전사업 시장에서 차지하는 지위나 위상, 시장점유율, 피고가 대리운전 고객정보를 차단한 의도 내지 목적 등을 고려할 때, 피고가 대리운전기사들에게 대리운전 고객정보를 차단함으로써 거래상대방인 대리운전기사들로서는 대리운전영업 내지 거래처 선택의 자유를 제한받고, 이로 인하여 경쟁사업자인 D드라이버가 대리운전사업 시장에서 배제하거나 배제할 우려가 있으므로, 원고들에게 대리운전 고객정보 제공을 차단한 행위는 부당하다"며 "피고가 원고들에게 대리운전 고객정보를 차단한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5호에 해당하는 불공정거래행위로서 거래상대방인 원고들의 대리운전영업을 부당하게 구속하거나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대리운전 평균요금 1만 2,000원에서 콜 수수료 3,700원을 뺀 8,300원에 6을 곱한 금액의 5일치인 249,000원을 원고들이 입은 일실손해로 산정, 피고로 하여금 각각 배상하라고 명했으나,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을 맡은 대구지법 민사4-2부(재판장 정인섭 부장판사)도 12월 16일 피고의 항소를 기각, 1심을 그대로 유지했다(2019나301256). 

재판부는 "피고가 그 소속 구성사업자나 지사 등으로 하여금 홍보 수단 등으로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앱 이외에 다른 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와 관련하여, 2017. 3. 24.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피고 소속의 구성사업자인 가맹점 또는 지사 등으로 하여금 피고가 허용하는 스마트폰 앱을 제외한 다른 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등의 방법으로 구성사업자 또는 지사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중지하라는 심결을 받았고, 이는 그대로 확정되었으며, 원고들은 피고의 구성사업자보다도 더 독립성이 존중되어야 하는 개인사업자인 대리운전기사들로서 보다 폭 넓게 사업활동이 보장되어야 하는 지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피고가 원고들에 대해 이 사건 계약으로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프로그램만을 사용하도록 하고 다른 앱의 사용을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30일 이하 기간 동안 대리운전 고객정보를 차단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5호에서 정한 '거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피고는 원고들의 D드라이버 사용 후 순환차량을 이용하는 것을 주된 고객정보 차단행위의 근거로 주장하고 있으나, 이 사건 계약에는 무료 순환차량 이용을 징계사유로 정하고 있지 않아 계약에 따르더라도 피고 주장의 무료 순환차량 이용은 독자적으로 원고들에 대한 고객정보를 차단할 근거로 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대리운전 기사들 사이에 대리운전 고객확보를 위한 경쟁을 제한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D드라이버를 이용해 대리운전 기사를 선택하려는 대리운전 고객들의 후생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