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페북 비방글에 '배은망덕한 XX' 맞댓글…모욕죄 무죄
[형사] 페북 비방글에 '배은망덕한 XX' 맞댓글…모욕죄 무죄
  • 기사출고 2021.01.0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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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저속한 표현이나 사회적 평가 저하시킬 경멸적 표현 아니야"

같은 지역 출신으로 서로 알고 지내던 A와 B는 2018년 11월 인터넷 댓글을 계기로 사이가 틀어졌다. 당시 A의 페이스북에 실명이 아닌 아이디로 A를 비난하는 댓글이 게시되자 A는 B가 이같은 댓글을 단 것으로 의심하고 11월 5일경 'B가 페이스북에 비방 댓글을 달고 있다'는 취지의 게시글을 올렸는데, 거기에는 B를 가리켜 '페이스북을 분탕질하는 XX' 등 B에 대한 경멸적 표현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A는 계속하여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된 위 비방댓글과 관련하여 B를 정식으로 고소할 예정이라는 글과 함께 B에 대한 고소장 사진을 추가로 게시하였는데, 고소장 사진에는 B의 전화번호 일부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B는 A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B가 문제 삼은 댓글은 자신이 작성한 것이 아니므로 관련 게시글 및 댓글의 게시를 중단하고, 진상 파악 없이 다짜고짜로 자신을 고소하고 관련 게시글 및 댓글을 게시한 것을 사과하라는 취지의 댓글을 여러 차례 게시하였으나, A는 계속해서 '푸헐헐 ㅋㅋㅋ 그만 귀염떨고 자거라~'는 등의 댓글을 게시하여 B를 조롱했다. 이에 B가 다시 게시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취지의 여러 댓글을 게시하였는데, 그중 일부에 '남자XX, 사람XX, 싸가지 없는 XX, 배은망덕한 XX’ 등의 표현이 포함되어 있어 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유죄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자 B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2월 10일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0도7988).

대법원은 먼저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따라서 어떠한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었다 하더라도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고인이 댓글을 게시하게 된 경위, 댓글의 의미와 전체적인 맥락, 댓글 게시 전 · 후의 정황과 문제가 된 표현의 사전적 의미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들 표현은 진위 파악 없이 피고인을 비방 댓글의 실제 작성자로 몰아간 피해자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나 화나는 감정을 표출하고, 그에 대한 사과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된 것으로서 피해자를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저속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판단에는 형법상 모욕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A에 대한 비방 댓글과 관련해 A가 B를 모욕 혐의로 고소했으나, B는 증거불충분에 의한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반면 A는 관련 댓글과 관련하여 정보통신망상 명예훼손 혐의로 약식기소되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