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특집=2020 Lawyers of the Year] 소송 l 이재근 변호사
[리걸타임즈 특집=2020 Lawyers of the Year] 소송 l 이재근 변호사
  • 기사출고 2021.01.0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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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무죄 받아낸 해결사 변호사
"기술혁신 결과물, 함부로 형사처벌 곤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기업변호사들의 활약이 돋보인 2020년이었다. 코로나19가 더 이상 장애가 될 수 없었고, 기업변호사들은 수많은 거래와 분쟁을 해결하며 국내외 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 리걸타임즈가 M&A와 분쟁해결, 금융, 공정거래, 조세, 부동산, IP, 해상 등 주요 업무분야에서 2020년을 빛낸 '2020 올해의 변호사(Lawyers of the Year)' 19명을 선정, 그들의 활약상과 성공 노하우를 조명한다. 편집자

"기술혁신의 결과물을 전통적인 법리와 잣대만으로 함부로 형사처벌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율촌의 송무 부문 파트너인 이재근 변호사는 다른 어느 사건보다도 지난 2월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진 이른바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 사건을 2020년에 수행한 가장 인상에 남는 사건으로 소개했다. 2019년 10월 검찰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타다 운영사인 VCNC와 VCNC의 박재욱 대표, VCNC의 모회사인 쏘카와 쏘카의 이재웅 대표 등 4명을 기소할 때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은 사건으로, 이 변호사는 다른 공동변호인들과 함께 이 사건의 변호인으로 밀착 변호에 나서 전원 무죄라는 완벽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타다는 초단기 임대차"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의 무죄 판결 이유는 명쾌하다. 타다 서비스는 '초단기 승합차 임대차(렌트)'에 해당, 여객자동차법상 허가를 받아야 하는 유상 여객운송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타다 이용자와 쏘카 사이에 전자적으로 초단기 승합차 임대차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러한 거래형태는 계약자유의 원칙상 유효할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법률효과가 부여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재근 변호사
◇이재근 변호사

물론 재판부의 이러한 결론은 이재근 변호사 등 변호인단의 날카로운 법리 분석과 타다 서비스에 대한 설득력 있는 변론이 주효한 결과로, 이재근 변호사는 "재판에서 타다는 법에서 허용하는 운전자 알선 렌터카 사업이고, 단지 임대차 형식을 빌린 가장행위가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는데 재판부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고전적인 차량 렌트의 개념은 일정한 장소에서 차량을 장시간 빌려 사용한 후 다시 그 장소에 반납하는 것에 국한되었으나, 지금은 모바일 플랫폼, 위치정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T와 통신기술의 발전에 의해 이용자가 현재 위치한 장소에서 초단기로 운전자까지 제공받으면서, 즉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차량을 렌트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타다 판결은 이를 허용한 판결이고, 죄형법정주의라는 대원칙에 비추어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진 기술혁신의 결과물이 함부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매우 전향적인 판결"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부장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 등 법원내 요직을 두루 거치며 17년간 판사로 근무하고 2019년 초 율촌에 합류한 이 변호사는 율촌에서도 어려운 사건에 단골로 투입되는 해결사로 유명하다.

이 변호사는 2007년 하이마트 인수에 관련된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간 약정금 소송에서 1심에서 패소한 선 전 회장을 2심부터 대리해 지난 6월 1심에서의 패소 판결을 뒤엎고 유 회장은 약정금 400억원 중 203억원을 선 전 회장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낸 데 이어 현재 상고심을 진행 중에 있으며, 한국남부발전이 현대건설과 GS건설 등을 상대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공사와 관련해 지체상금 1,607억원을 청구한 소송에선, 피고 현대건설을 대리해 지난 2월 중재합의가 적용되어 소송으로 다툴 게 아니라는 판단과 함께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는 최종 대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또 '타다' 사건과 유사한 차량 공유서비스 사안인, 버스 운영을 필요로 하는 학원과 전세버스 사업자를 연결시켜 모바일 앱을 통하여 학원 원생들의 등하원을 지원하는 운송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여러 법령상 규제에 관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자문, 2020년 봄 이 사업이 서비스를 본격 시작하는 데 법적인 토대를 제공했다.

"내가 판사라면 어떤 점에 주목할까"

변호사 2년째인 이재근 변호사가 대부분 난이도가 높은 사건을 수행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승소율을 담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소송은 결국 재판부를 설득하는 작업"이라며 "오랫동안의 판사 경험을 토대로 '내가 재판장, 주심 판사라면 어떤 점에 주목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그 부분에 변론을 집중한다"고 소개했다. 또 "산업의 특수성과 분쟁의 배경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 변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법무부서뿐만 아니라 현업부서까지 기업의 담당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귀찮아 할 정도로 많이 질문하고 서로 토론하며 피드백을 받는 작업이 승소 포인트를 찾아내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역설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에 있을 때 주석 민법, 주석 민사소송법, 법원실무제요(민사소송)를 공동집필했으며,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 시절 현재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민사전자소송의 규칙과 예규 제정 등 실무적인 토대를 마련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