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자료 열람 · 복사 업무지침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리걸타임즈 칼럼] 자료 열람 · 복사 업무지침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 기사출고 2021.01.06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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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일 · 최인선 변호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20. 12. 3.자로 자료의 열람 · 복사 업무지침(이하 '열람복사지침')을 제정 · 시행하였다. 열람복사지침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52조의2에 따른 자료의 열람 또는 복사의 방법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함으로써, 공정위의 심의를 받는 기업(이하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과 자료 제출자의 영업비밀 보호를 동시에 도모하면서 공정위 심의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되었다.

◇이한일(좌) · 최인선 변호사
◇이한일(좌) · 최인선 변호사

현행 공정거래법 제52조의2는 피심인에게 증거자료에 대한 열람 · 복사 요구권을 부여하면서 자료 제출자의 동의가 있거나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열람 · 복사를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종래에는 위 규정 이외에 열람 · 복사의 절차 또는 피심인의 요구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 기준 등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열람 · 복사 요구권이 실효적이지 못하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는데, 공정위는 이러한 우려를 고려하여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과 더불어 자료 제출자의 영업비밀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열람복사지침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자료 제출자 동의 받아 공개

이번에 제정된 열람복사지침에 따르면, 피심인은 심사관이 심사보고서에서 공개하지 않은 자료에 대해 별도의 서식을 갖추어 공정위에 열람 · 복사를 요구할 수 있다. 주심위원 등은 피심인의 열람 · 복사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내에 자료의 내용 및 성격에 따라 열람 · 복사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대상 자료가 (i)영업비밀 자료, (ii)자진신고 자료, (iii)다른 법률에 따른 비공개 자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피심인에게 열람 · 복사를 허용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공정위는 자료 제출자에게 피심인에 대한 자료공개에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고, 자료 제출자의 동의가 있으면 다른 법률에 따른 비공개 자료가 아닌 한 피심인에게 공개한다(위 기준은 2021. 5. 20. 시행 예정인 개정 공정거래법 제52조의 2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과 사실상 동일하다).

제한적 자료열람 제도와 영업비밀 보호

또한 열람복사지침에서는 피심인이 요구한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경우 공정위가 열람의 주체, 일시, 장소, 방법(공정위 내의 '제한적 자료열람실') 등을 별도로 정하여 영업비밀 자료를 열람하게 하는 '제한적 자료 열람' 제도를 도입하였다. 자료 제출자의 영업비밀이 공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방지와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양자의 이해충돌을 조화롭게 고려하는 취지에서 자료 제출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예외적으로 '제한적 자료열람실'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영업비밀 자료의 열람을 허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제한적 자료 열람을 위해서는, 피심인에 소속되지 않은 피심인의 대리인(주체)이 최대 2주 이내 범위에서 주심위원 등이 정한 일시(기간)에 제한적 자료열람실에 입실(방식)하여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제한적 자료 열람의 주체는 '피심인의 외부 변호사'로 한정된다. 대리인은 제한적 자료를 열람하는 기회에, 증거의 존재 및 내용을 확인하고 증거와 행위사실간의 관련성 및 심사관이 실시한 정량분석의 정확성 등을 검증하여 그 결과를 열람보고서의 형태로 작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열람보고서에는 영업비밀이 포함될 수 없고, 주심위원 등이 열람보고서를 최종적으로 승인하면 공정위가 피심인에게 보고서를 발송한다.

한편 대리인이 상세한 변론을 위해 영업비밀을 직접 언급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영업비밀을 직접 기재한 비공개 열람보고서를 작성하여 공정위에 제출할 수 있는데, 이 비공개 열람보고서는 공정위 위원 및 소속 공무원에게만 공개되고 피심인 등 제3자에게는 공개가 금지된다. 주심위원 등은 비공개 열람보고서의 내용을 검토한 결과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자료를 열람한 대리인과 자료 제출자, 심사관을 출석하게 하여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엄격한 비밀유지 의무

제한적 자료열람실을 통해 영업비밀 자료를 열람한 대리인은 피심인을 포함한 제3자에게 영업비밀을 누설할 수 없으며, 피심인에게도 대리인으로부터 영업비밀을 제공받거나 제공을 요구해서는 안 되는 의무가 부과된다.

열람복사지침은 위와 같은 비밀유지 의무를 담보하기 위해, 공정위 위원장으로 하여금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한 대리인에 대하여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요구하도록 하고, 소속 공무원에 대하여는 위반자인 당해 대리인과 5년간 접촉 금지를 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열람복사지침은 이른바 한국형 데이터룸(Data Room)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서도 자료 제출자의 영업비밀 보호 필요성을 존중하면서도 피심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데이터룸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관련 규정은 제한적 자료열람자의 범위에 외부 변호사뿐만 아니라 경제분석 전문가도 포함하는 등 그 범위와 내용에 일부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는 공정위의 열람복사지침과 유사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종래엔 정보공개 청구 · 소송으로 해결

종래에는 공정위가 피심인에게 심사보고서의 비공개 자료 열람 · 복사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 피심인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별도로 공정위의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나 정보공개청구 등의 절차를 진행하여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였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 열람복사지침의 제정 및 시행을 통해 비공개 자료의 범위가 명확해져 피심인의 열람 · 복사 요구권 및 범위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제고되었을 뿐만 아니라, 제한적이나마 일부 영업비밀 자료를 열람하고 이를 방어권 행사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행 규정에 따르더라도 영업비밀 자료를 직접 열람한 대리인 이외의 제3자는 그 정보를 일체 공유할 수 없어 실효적인 방어권 행사를 위한 실무상의 방안에 대하여는 다양한 고민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위 지침은 일응 2023. 12. 31.까지 효력을 가진다. 새로 도입된 제한적 자료 열람 제도를 비롯하여 위 지침에서 정한 제도의 운영방식과 효과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므로, 향후 다양한 시행 사례들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노하우가 집적되기를 기대한다.

이한일 · 최인선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hanil.lee@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