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확정일자 앞선 임차인 몰랐다가 보증금 날려…공인중개사에 50% 배상책임 판결
[부동산] 확정일자 앞선 임차인 몰랐다가 보증금 날려…공인중개사에 50% 배상책임 판결
  • 기사출고 2020.12.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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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법] "권리관계 등 제공 의무 위반"

공인중개사들의 중개로 건물 일부를 임차했다가 자신보다 먼저 잔금을 지급하고 확정일자를 받은 다른 임차인의 존재가 드러나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한 임차인이 공인중개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 절반을 돌려받게 되었다.

전주지법 이유진 판사는 11월 3일 임차인 A씨가 임대차를 중개한 B씨 등 공인중개사 2명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에 해당하는 8,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2019가단11694)에서 피고들에게 50%의 책임을 인정, "두 사람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B는 임대차를 중개할 때 임대인 측 중개사로, 다른 1명은 임차인 측 중개사로 중개했다.

A는 2016년 8월 4일 B 등 피고들의 중개로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건물의 3층 전체에 관하여 임대차보증금 8,000만원, 임대차기간을 2016. 8. 30.부터 2018. 8. 29.까지로 정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고 입주해 2016. 8. 29. 전입신고를 마친 후 확정일자를 받았다. 당시 이 건물과 대지에는 채권최고액 2억 7,360만원의 1순위 근저당권과 채권최고액 1억 6,080만원의 2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다.

또 B가 원고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전물 1층의 한 호실과 테라스 전체에 관하여 임차인 C에게 임대차보증금 1억 5,000만원, 임대차기간 2016. 8. 31.부터 2018. 8. 30.까지의 또 다른 임대차계약을 중개했는데, C가 전에 살던 아파트에 관한 새로운 전세계약이 성사되어 예상보다 빨리 이사올 수 있게 되자 예정보다 빨리 임대차보증금을 임대인에게 지급하고 입주하여 원고보다 빠른 2016. 8. 23. 전입신고를 마친 후 확정일자를 받았다.

그러나 임대인이 근저당권으로 담보한 채무를 변제하지 못해 임의경매가 개시되었고, 원고도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한 권리신고와 배당요구를 하였으나, 1,700만원은 1순위인 최우선소액임차인이, 이어 2순위 덕진구와 3순위 근저당권자가 배당받고, 나머지 1억 2,000여만원을 4순위인 C가 배당받아 원고는 전혀 배당을 받지 못하자 원고가 피고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피고들은 재판에서 "건물 1층에 먼저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사실과 1층 임차인의 잔금지급일(입주예정일)을 알려주었고, 원고는 1층 임차인의 잔금지급일이 2016. 8. 31.인 것을 알고 그보다 하루 앞당긴 2016. 8. 30.을 잔급지급일로 정하고 피고들의 조언에 따라 확정일자를 그보다 앞선 2016. 8. 29.에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그러나 "중개업자는 다가구주택 일부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임차의뢰인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에 임대차보증금을 제대로 반환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다가구주택의 권리관계 등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여야 하므로, 임차의뢰인에게 부동산 등기부상에 표시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확인 · 설명하는데 그쳐서는 아니 되고, 임대의뢰인에게 다가구주택 내에 이미 거주해서 살고 있는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계약내역 중 개인정보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고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부분의 자료를 요구하여 이를 확인한 다음 임차의뢰인에게 설명하고 자료를 제시하여야 하며,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제16조에서 정한 서식에 따른 중개대상물 확인 · 설명서의 중개목적물에 대한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 사항'란에 그 내용을 기재하여 교부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만일 임대의뢰인이 다른 세입자의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자료요구에 불응한 경우에는 그 내용을 중개대상물 확인 · 설명서에 기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한 후 "중개인인 피고들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 당시 '중개대상물 확인 · 설명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하였는데, 위 중개대상물  확인 · 설명서 중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 사항'란에 아무런 기재가 없는 점, 원고가 시세 6억원 상당의 이 사건 건물에 채권최고액 합계 4억 3,440만원(=2억 7,360만원+1억 6,080만원)인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고, 이에 더하여 보증금 1억 5,000만원이 다른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알면서도 임대차보증금이 8,000만원인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은 공인중개사로서 임차의뢰인인 원고에게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표시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설명하는 데에서 나아가 임대인에게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계약 내역에 관한 자료를 요구하여 이를 확인한 후, 중개대상물 확인 · 설명서의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 사항'란에 그 내용을 기재하여 교부하거나 임대인이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자료요구에 불응한 경우 그 내용을 중개대상물 확인 · 설명서에 기재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공동하여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에 따라 위와 같은 업무수행상의 과실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된 재산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원고가 임대차계약 체결에 앞서 건물을 방문하여 현장을 확인하고, 건물의 등기사항전부 증명서를 확인함으로써 임차하려는 건물이 다가구주택이고, 이 건물에 다른 임차인이 존재할 수 있으며, 그 보증금 액수 또한 원고와 유사하거나 그보다 높은 수준일 것을 예측할 수 있었던 점, 임대차계약 당시 이 사건 건물에는 채권최고액 합계 4억 3,440만원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황이므로 원고로서는 공인중개사의 설명만 듣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것이 아니라 임대인이나 중개인에게 다른 임대차계약의 존부와 그 보증금 액수 등에 관해 확인하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거나 스스로 건물의 시가나 다른 임대차보증금의 액수, 임대인의 재정 상태 등을 확인하여 임대차보증금의 회수 가능성에 대하여 판단하고 이를 기초로 임대차계약 체결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한 점 등을 고려해 피고들의 책임을 손해액의 5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