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택배기사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또 판결
[노동] "택배기사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또 판결
  • 기사출고 2020.12.2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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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택배노조 교섭요구 사실 공고해야"

택배기사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는 판결이 또 나왔다.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전국택배연대노조도 노동조합법상 노조이고 사용자는 택배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9월 24일 CJ대한통운과 택배집배점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집배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 등 집배점주 27명과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여 택배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라고 결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결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50895 등)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택배노조가 피고보조참가했고, 법무법인 태평양이 집배점주들을, CJ대한통운은 법무법인 지평이, 중노위는 법무법인 여는이 각각 대리했다. 

택배기사 등 전국의 택배와 관련된 모든 노동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전국단위 노조인 택배노조는 2017년 8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 노조 설립신고를 하여 11월 3일 노조설립신고증을 교부받고, A씨 등에게 서면으로 교섭을 요구했으나, A씨 등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자 각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냈다. 이에 각 관할 지방노동위원회가 '택배기사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택배노조는 노동조합법상의 노조에 해당하므로, A씨 등에게는 택배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 또는 교섭요구 노조 확정공고를 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택배노조의 신청을 인용, A씨 등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노위도 동일한 취지로 재심신청을 기각하자 집배점주들과 CJ대한통운이 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택배기사들은 사용종속관계에 있으면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 그 밖의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것이 아니므로 노동조합법에서 말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택배노조는 교섭요구를 할 수 있는 노조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CJ대한통운과 택배집배점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고, 약정한 특정 지역을 재차 여러 구역으로 세분화한 다음, 택배기사들과 계약을 체결하여 그들로 하여금 위와 같이 세분화된 각 구역 안에서 택배화물의 인수, 배송 및 집화 등을 수행하게 하는 영업을 영위하고 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운영하는 각 집배점의) 택배기사들은 달리 집배점주들로부터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받지 않으므로 집배점주들로부터 지급받은 수수료가 곧 위 택배기사들이 얻는 소득의 대부분을 구성해 택배기사들의 소득이 주로 집배점주들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집배점주들은 보수를 비롯하여 택배기사들과 체결하는 계약의 주요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택배기사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책임배송구역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한편, 해당 책임배송구역 안의 물동량 변경에 따라 집배점주들은 택배기사들과 협의를 거쳐 각 택배기사의 책임배송구역을 변경할 수 있고, 심지어 거래 현실상으로는 택배기사들이 서브터미널에 지정된 시각보다 늦게 출근하였음을 이유로 물동량을 조절하고자 집배점주들이 일방적으로 책임배송구역을 변경하는 경우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집배점에서 일하는 택배기사들 사이에서 책임배송구역에 관한 협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아니하면 최종적으로는 집배점주가 이를 결정하는 권한을 행사하였다고 보인다.

재판부는 또 "택배기사들은 집배점주들과 1, 2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한 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해당 계약을 갱신하며 계속 일하고 있으므로 집배점주들과 택배기사들 사이의 법률관계는 상당히 지속적"이라고 지적하고, "집배점주들이 택배기사들에게 해당 책임배송구역 안의 배송 업무나 집하 업무를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수행하도록 맡겨두지 아니하고, 고객의 요청에 따라 특정 고객에게 신속히 택배화물을 배송하거나, 특정 고객으로부터 위탁되는 택배화물을 집하하도록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지시를 내리기도 하였고, 택배기사들이 갖춰야 할 두발과 복장 등 용모에 관한 지침까지 제시하고 있고, 이러한 지침은 택배기사들이 CJ대한통운으로부터 제공받는 복리후생 혜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집배점주들과 택배기사들 사이에는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정도의 지휘 ‧ 감독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따라서 "참가인(택배노조)은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에 있으면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그 밖의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구성되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하고, "참가인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므로 원고들은 참가인이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사업장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였어야 하고, 관련 법령 등에서 정한 공고기간이 지난 뒤에는 교섭요구 노동조합을 확정하여 공고하였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와 같은 전제에서 내려진 중노위의 각 재심결정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