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삼성전자 반도체 ·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폐암으로 사망…산재"
[노동] "삼성전자 반도체 ·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폐암으로 사망…산재"
  • 기사출고 2020.12.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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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유해물질에 노출돼 폐암 발병 또는 악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이어 LG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폐암에 걸려 숨진 협력업체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9월 11일 폐암으로 숨진 협력업체 근로자 A씨의 배우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84082)에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율립과 법무법인 창조가 원고를 대리했다.

A씨는 2000년 노광장비 업체에 입사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4년 5개월, LG디스플레이 LCD 공장에서 7년 1개월 동안 노광장비 설치와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설비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38살이던 2012년 6월 폐암(선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다가 이듬해 6월 숨졌다. 이에 A씨의 배우자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반도체 및 LCD 공장의 포토공정에 관한 다수 연구에 의하면 노광과정에서 감광액의 화학반응에 의해 벤젠과 포름알데히드가 생성된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고 지적하고, "위와 같이 첨단산업현장의 작업환경에 존재하는 의심 유해물질과 특정 질병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되는 데에는 충분한 연구결과가 필요하여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반도체 및 LCD의 포토공정에서 사용되는 감광액 등 다수 화학제품의 성분이 영업비밀에 해당하여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위와 같이 A가 노출된 여러 유해물질이 A의 폐암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는 노광장비 설치 과정에서 감광액을 주입하거나 감광액이 코팅된 유리를 직접 만지면서 테스트 작업을 하였고, 이오나이저를 포함한 장비의 시운전을 했다. 또 노광장비 유지보수 작업 과정에서 장비 내부로 들어가기도 하였는데, 내부에는 감광제 반응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잔류가스가 남아 있어 독한 냄새가 나거나 유해물질이 뿌옇게 끼어 있었고, 이를 에어건으로 불어서 날리거나 직접 손으로 닦아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포토공정에서 일반적으로 근무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노광장비의 설치 및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작업자의 경우 차폐시설이나 보호장구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적으로 유해물질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고, 외부 사무실이나 공장 내 벤더룸이 존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쉬지 않고 가동되는 노광장비의 특성상 신속하게 유지보수를 시행하여 생산에 차질을 초래하는 영향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이상 작업자들이 클린룸 내부에 상주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유해물질이 빠져나가기 어려운 클린룸의 공조시스템에 비추어 보면 A가 클린룸 내부에 머무르거나 유지보수를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여러 공정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에 추가로 노출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A에게는 폐암 진단 전까지 약 16~19년 동안의 흡연력이 있었으나, 감정의는 A의 폐암은 흡연과 연관성이 낮은 유형인 선암이며, 일반적인 암의 진행양상과 달리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매우 급격하게 진행된 점에 비추어 흡연 외에 직업적 요인 역시 발병요인으로 의심된다는 소견을 밝힌 바 있다"며 "A가 업무상 노출되었던 유해물질들이 흡연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상승효과를 일으킴으로써 A의 폐암 발병 및 악화로 인한 사망에 기여하였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