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 회고록 출간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 회고록 출간
  • 기사출고 2020.12.1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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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서울법대 교수, 국제형사재판소 12년 헌신 담아

"국제형사재판소장으로 선출됐을 때 하늘이 주신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여겼다. 소장으로서 엄정한 재판관, 능란한 외교관, 현실감각이 뛰어난 국제정치가가 되어야 하는 힘든 과업을 6년간 열심히 수행했다…퇴임하고 돌아보니 과연 나는 하나의 세계를 넘어 더 높은 차원의 정신적 각성을 거쳤을까. 세상의 변화를 위한 내 꿈은 얼마나 실천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꼬리를 물어도 시원한 답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국제형사재판소가 내 깨달음의 실험장이었음을 알아차렸다."

2002년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의 초대 재판관 · 재판소장으로 12년간 봉직한 송상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의 회고록, 《고독한 도전, 정의의 길을 열다》가 출간되었다.

◇고독한 도전, 정의의 길을 열다(국제형사재판소장 송상현 회고록)
◇고독한 도전, 정의의 길을 열다(국제형사재판소장 송상현 회고록)

신설 국제사법기구의 수장으로 일하며 남긴 비망록과 평소의 일기를 토대로 완성된 원고지 5,000매, 1,00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기록으로, 고하 송진우의 후손으로 태어난 유년시절의 기억부터 청운의 뜻을 세운 경기고, 서울법대 시절, 서울법대 교수 및 학장으로서 후학들을 지도한 35년의 법학교수 시절, 국제형사재판소에서의 봉사 등 평생 정도를 지키며 세계평화와 한국법학의 발전에 헌신한 저자의 지난 80년이 특유의 솔직, 담백한 문체로 담겨 있다.

저자는 "처음엔 회고록을 쓰는 데 무척 주저하였으나, 이 나라를 걱정하거나 특히 국제사회에 진출하려는 꿈을 가진 후학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며 "나 같은 사람이 어렵게 획득한 국제사회에서의 축적된 경험, 지식, 인맥 등 방대한 무형의 자산이 내 나라의 발전과 국격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널리 활용되기를 희망한다"고 서두에 적었다.

또 "교수로 지내던 시절을 돌아보면 일제강점기부터 무비판적으로 답습해온 구태의연한 법조형태 및 관례와 일본법 의존을 과감히 청산하고자 새로운 교과목을 개설하고 참신한 외국의 연구방법론과 교수방법론을 도입하는 실험을 해보았고, 침체된 법학계와 법조실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자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러한 노력이 척박하고 낙후된 학문환경을 극복하여 우리나라 법학계의 이론과 법조실무 발전에 작은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독일 함부르크대학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하고, 미국 하버드대학, 컬럼비아대학, 하와이대학, 플로리다대학, 호주 멜버른대학 등 해외 유수의 대학에서 한국법을 가르쳤다. 199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뉴욕대 법대 석좌교수로 임명되었다. 또 헤이그 12년 동안 국제형사재판소의 초대재판관, 재판소장으로서 국제형사정의를 통한 세계평화의 구현을 위해 혼신을 다해 일하면서도 전쟁에서 가장 취약한 어린이와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자처했으며,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콩고민주공화국 밀림 속의 파타키 마을, 우간다의 굴루와 루코디 마을 등 분쟁지역을 방문해 수많은 전쟁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재판소 직원 4명이 한 달 동안 인질로 붙잡혔던 2009년 리비아로 날아가 단기필마로 교섭하여 직원들을 구출해낸 일화는 파이낸셜타임즈(The Financial Times)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저자는 현재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