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타결, 개업변호사 "난 뭘 해야 하나!"
한미FTA 타결, 개업변호사 "난 뭘 해야 하나!"
  • 기사출고 2007.05.18 11: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형연 변호사]
어느날 택시를 탔더니 기사가 한미 FTA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란다. 하도 라디오에서 한미 FTA에 대하여 쉬지 않고 분석, 보도를 해서 듣다보니 자기가 전문가가 다 되었단다. 그것이 그렇게 큰일이냐고 나에게 반문한다.

◇박형연 변호사
반대하든, 찬성하든 그렇게 전체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한미FTA가 타결되었다.

법률시장도 개방의 예외는 아니다. 솔직히 개인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나 같은 구멍가게 변호사 입장에서 한미 FTA 타결로 미국 로펌에게 법률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이 여전히 남의 이야기 같았다.

그렇지만 이제 제3의 개국이라고 떠들면서 새로운 자유경쟁시대의 도래를 온갖 언론에서 선언하고 있는 작금의 사태 속에서 의도적으로라도 한미 FTA가 이 구멍가게 변호사에겐 도대체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신문을 펼치면 정보는 넘친다. 관심이 있냐의 문제일 뿐이다. 일간신문, 대한변협신문, 법률신문 등의 관련기사를 정독해 본다.

그 대강의 분위기는 이렇다. 법률시장은 5년에 걸쳐 3단계로 개방을 한다. 처음에는 미국 로펌의 분사무소 설치를 허용하다가 최종적으로 조약발효 후 5년 후에 3단계 개방을 하면, 미국 로펌과 국내 로펌 사이의 동업을 허용하고, 동업 업체의 국내 변호사 채용이 허용된다.

그리고 신문을 보니, 올 5월 EU와 FTA 협상을 시작하고, 영국 로펌은 미국 로펌보다 한국법률시장 개방에 적극적이란다. 내가 로펌에서 근무할 때 영국에서 2년간 유학과 영국 로펌 근무를 해서 아는데 그것은 사실이다.

자 사실관계는 이렇게 대강 파악했고, 이제 대책이나 여파에 대한 기사를 주의 깊게 읽어본다. 물론 내 관심은 개업변호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집중해서이다.

지금 막 체결된 마당에 그 파장의 결과야 누구도 정확하게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견해가 갈린다. 중소 로펌이나 개인변호사가 더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고, 비록 대형 로펌에서는 대비를 했지만, 미국 로펌의 상륙으로 그쪽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소리도 있다.

누가 더 큰 타격을 받을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법률시장에 있어서도 무한경쟁시대에 진입한 것은 사실 같다. 솔직히 경쟁을 생각하면 매년 '1천' 명씩 뽑는 사법연수원에서 쏟아지는 새로운 변호사들, 매년 현직에서 개업하는 수많은 잘 나가는 판사·검사출신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도 벅찬데 이제 한미 FTA의 체결로 미국 로펌과 미국 교포 변호사들과도 경쟁을 준비하라니 무한경쟁시대에다가 세계경쟁시대가 된 것 같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려면 끝이 없다. 자 이제 대책들을 보자.

대책이라고 나오는 것을 보니, 대형화, 전문화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무법인은 끼리끼리 이미 합병과 인수를 통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내 주의의 동료들도 대형화와 전문화를 위해서인지 실질은 개인변호사인데 법무법인이나 합동법률사무소 이름으로 무늬만 로펌을 만들기도 하고, 실제 로펌을 만들기도 하고, 로펌에 들어가기도 한다. 현직 출신도 이제는 개업보다는 로펌행을 많이 택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제 나에게도 전공이 뭐냐고 묻는다. 개업변호사에게 전공이 크게 의미 없다고 설명해줘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 그럼 나도 이제 대형화, 전문화에 관심을 가져서 김앤장이나 법무법인 태평양과 경쟁하고, 미국의 굴지의 로펌과 일전을 치를 준비를 해야 하나?

솔직히 한미 FTA를 보는 개업변호사인 나는 마음이 편하다. 한미 FTA는 나에게 위기일 수 없다.

차라리 기회로 보자. 무슨 봉창이냐고? 내가 세상의 변화를 너무 모르거나 무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대형 로펌에서 7년이나 일하였고, 그 중 2년은 영국 해외연수를 가서 영국 로펌에서 근무까지 해 본 사람이다. 그런 내가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오직 개업변호사 생활을 6~7년 한 실존적인 입장에서의 감이요, 느낌이다.

매년 3월, 4월이 되면 서초동에 적지 않은 현직 출신 중량급 변호사들이 개업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전혀 나의 경쟁상대가 아니다. 내가 그들로 인하여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미국 로펌이 한국에 들어온다고 나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하는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어떤 신문에서는 로펌 간의 경쟁이 심해지면, 개업변호사가 하는 조그만 사건도 로펌들이 하게 되어 개업변호사가 더 어려워진다고 하지만 지금 이순간 어디 한국 로펌들이 큰 사건만 했는가! 그들은 이미 옛날부터 개인사건들도 많이 했다. 오히려 그들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수임료만 비쌌던 것이다. 마치 같은 사건을 현직 출신이 수임하면 수임료만 비싼 것과 마찬가지로.

그렇지만 이제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우리의 법률의식이 많이 변할 것이다. 변호사도 판사, 검사와 친한 브로커란 이미지가 아니라 순순 법률에 대한 조언자, 자문역이 될 것이다. 그리고 법률수효는 많이 늘 것이고, 우리 법률문화는 선진화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변호사 하기 쉬워질 수 있다. 판 · 검사와 친하고, 잘 나가는 척 할 필요 없이 친절하고, 성실하게 변호사 활동하는 것이 개업변호사의 성공 척도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오기 때문이다.

물론 단서가 따른다. 변호사란 직업이 대접받고, 돈 잘버는 직업이란 환상을 스스로 벗어버린다면 말이다.

박형연 변호사(hyp@pnh.co.kr)

◇대한변협신문에 실린 글을 변협과 박 변호사의 양해아래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