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가망 없어도 항소장 안낸 건 변호사 잘못
승소가망 없어도 항소장 안낸 건 변호사 잘못
  • 기사출고 2004.07.12 18: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지법] "항소심 못받은 데 따른 위자료 물어 주라"
항소심을 의뢰받은 변호사가 항소장을 내지 않아 항소기간이 도과되는 바람에 의뢰인으로 하여금 항소심에서 재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하였다면 비록 승소할 가능성이 없었다고 할 지라도 위자료 등 이로 인해 의뢰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상급심의 승패를 떠나 변호사의 잘못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판사는 지난 7월1일 강모(경기 안산시 단원구 와동)씨가 박모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2003가단303602)에서 "피고 박 변호사는 원고에게 수임료 300만원과 위자료 200만원 등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소송을 위임받은 변호사로서 위임인인 원고가 자신의 의사에 의하지 아니하고 상급심의 실체판단을 받을 기회를 상실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전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소기간내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채 항소기간을 도과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항소심의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도록 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항소심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 원고로서는 비록 항소심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없었다고 할지라도 이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리라는 점이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피고는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액수를 정함에 있어서는 원고와 피고의 관계, 피고의 소송수임 경위, 판결이 항소심에서 취소될 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 사건 1심 판결은 적절한 증거에 의한 사실 인정 및 합리적인 법률판단에 기초하여 타당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여 원고가 항소심에서 실체판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1심 판결이 취소되어 원고가 승소하였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위자료 액수는 2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강씨는 김모씨와 공동 안양시 안양동의 J아파트 한 채를 낙찰받아 2001년 10월 김씨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나 이 아파트의 임차인인 또 다른 김모씨가 대항력을 주장하며 임차보증금 3500만원의 반환을 요구하면서 아파트를 명도하지 않자 수원지법에 임차인 김씨를 상대로 건물명도소송을 내 '임차인은 3500만원을 반환받음과 동시에 아파트를 명도하라'는 내용의 상환이행판결을 받았다.

이에 항소하기로 하여 피고와의 사이에 수임료 550만원에 소송위임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의 권유로 임차보증금 3500만원을 공탁하였으나 피고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항소기간 도과로 1심판결이 확정되자 피고를 상대로 수임료 300만원과 위자료 등 33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를 냈었다.

최기철 기자(lawch@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