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독학사 주관식 문제 '풀이과정' 안 썼다고 감점 위법"
[행정] "독학사 주관식 문제 '풀이과정' 안 썼다고 감점 위법"
  • 기사출고 2020.12.11 10: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행법] "풀이과정 쓰라는 안내 없어"

독학사 시험의 주관식 문제에서 답안에 '풀이과정'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감점을 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풀이과정을 쓰라는 지시가 없었음에도 감점을 한 것은 재량권 일탈 · 남용이라고 본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조미연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독학사 경영분석 과목시험 불합격처분을 취소하라"며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75839)에서 이같이 판시, "불합격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2018년 8월 12일 시행한 2018년도 독학학위제 경영학 전공 인정시험에 응시했으나, 경영분석 과목 점수가 58.5점으로 합격기준 점수인 60점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불합격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A씨는 "경영분석 과목 주관식 시험문항인 1, 2, 4번 문항에 '풀이과정을 쓰라'는 지시사항이 없어, 문제에서 요구하는 정답만을 답안으로 제출했는데, 답안에 풀이과정이 없다는 이유로 각 5점을 감점받아 합격기준 점수에 미달하는 점수를 얻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경영분석 과목의 주관식 문제를 출제함에 있어 풀이과정을 기재할 것을 표시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관식 문제가 반드시 '서술형 문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지식의 단순 암기에 따라 특정 용어 등을 묻는 문제 유형인 '단답식 문항'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경영분석 과목 3번 문항 역시 'ZETA 모형'을 정답으로 예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단답식 문제이고, 같은 과목의 1, 2, 4번 문항이 그 문언 자체로 서술형 문제임이 명백하다고 보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위 각 문제들은 명확한 단답식의 정답이 예정되어 있는 문제들이므로, 시험에 응시한 수험자로서는 정답만을 기재하여도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는 오해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가 과거 3년간 출제한 경영분석 과목의 주관식 문항에는 풀이과정에 배점이 있는 경우 풀이과정 또는 식을 답안에 기재하라는 안내가 문제에 빠짐없이 부기되어 있었고, 수험자의 경우 직전 년도 시험을 기준으로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을 것인데, 직전 년도 시험인 2017년 시행된 경영분석 과목에 관하여 출제된 총 4개의 주관식 문제 중 1개의 문제만이 서술식 문제였을 뿐 나머지는 모두 단답식 문제였고, 서술식 문제에 있어서도 '풀이과정과 답을 반드시 쓰시오'라고 부기되어 있었으며, 2018년 시행된 이 사건 시험 중 경영분석 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 역시 풀이과정에 배점이 있는 경우 그에 대한 안내가 부기되어 있다"며 "기출문제 및 다른 과목의 출제형식이 그러하다면, 수험생으로서는 풀이과정이나 식을 기재하라는 안내가 문제에 부기되지 아니할 경우 이를 단답식 문제로 파악하여 정답만을 기재하여도 온전히 득점할 수 있으리라는 신뢰를 하기에 충분하고, 그러한 혼선을 막기 위해 피고는 주관식 문항 출제에 있어서도 정답뿐만 아니라 풀이과정을 기재하여야 온전한 득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내하여 수험자가 어떠한 유형의 정답을 기재하여야 하는지를 명확히 하였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는 경영분석 과목의 주관식 문제에 계산식이나 풀이과정을 쓰라는 등의 안내를 하지 아니하였고, 이러한 상황에서 수험자가 정답만을 기재하였다고 해서 풀이과정은 알지 못한 채 정답만 기재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는 시험의 목적에 맞추어 수험생들의 능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도록 출제된 것이라 보이지 않는다"며 "게다가 1, 4번 문항의 채점기준에 의하면 정답만 썼을 경우 총점의 30%만을 부여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풀이과정이나 계산식 기재에 관한 명확한 안내가 없음에도 정답만을 쓴 수험생에게 과도하게 낮은 점수를 부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분석 과목 시험의 출제 및 원고의 답안 채점행위는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여 위법하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