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기독교 신앙과 비폭력주의 · 반전주의 신념 따라 병역거부 …무죄"
[형사] "기독교 신앙과 비폭력주의 · 반전주의 신념 따라 병역거부 …무죄"
  • 기사출고 2020.12.0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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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법] "내면 깊이 자리 잡은 신념, 타협적 · 전략적이지 않아"

의정부지법 형사4-1부(재판장 이영환 부장판사)는 11월 26일 기독교 신앙과 비폭력주의, 반전주의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성소수자 A씨에 대한 항소심(2018노818)에서 유죄를 인정한 1심을 깨고, 병역법 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획일적인 입시교육과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 집단 문화에 성소수자로서 반감을 느끼며 사회의 기존 가치체계에 의문을 품게 된 A는, 정의와 사랑을 가르치는 기독교 신앙에 의지하게 되었고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는 여러 선교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했다.

A는 사회참여적 선교단체에 소속되어 '이스라엘의 무력침공을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독교단체 긴급기도회', '용산참사 문제 해결 1인 시위', '한국전쟁 60주년 평화기도회 반대 시위',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 기지 반대 운동'과 '수요시위' 등에 참여하면서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기는 전쟁과 타인에 폭력을 가할 것을 전제로 존재하는 군대가 약자를 포용하며 생명을 존중하는 기독교의 교리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A는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페미니즘을 탐구, 스스로를 '퀴어(성소수자) 페미니스트'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A는 '퀴어 페미니스트'를 사회가 정상과 표준으로 여기는 요소를 성소수자의 입장에서 주체적으로 탐구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A는 결국 2017년 10월 16일 서울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 입영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로부터 3일이 경과한 11월 17일까지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되었고,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되자, "종교적, 정치적 신념을 기초로 한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으로, 병역법 88조 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며 A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기독교인 및 '퀴어 페미니스트'로서의 피고인의 가치관이 폭력과 전쟁에 반하므로 그에 따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은 비폭력주의나 반전주의 사상만을 독립적으로 주장하기보다는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는 기독교 신앙과 소수자를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를 옹호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병역을 거부하는 피고인의 신념이 기독교인으로서의 일반적인 신앙과 '퀴어 페미니즘'의 신념에 뿌리를 둔 이상, 피고인이 얼마나 기독교의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랐는지, 기독교 신앙을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피고인의 삶에서 '퀴어 페미니즘'의 신념이 얼마나 발현되었고, 또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나아가 피고인의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이 피고인의 신념이 깊고 확실하며 진실한지 판단하는데 중요한 정황이 될 수 있다"며 "피고인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고의 흐름은 국군에 대한 편향적인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나, 그 신앙과 신념이 피고인의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고, 이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