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전문대학에 준하는 미 패션전문학교 졸업 학력으로 국내 대학원 석사과정 입학해 전학기 마쳤어도 입학 취소 적법"
[민사] "전문대학에 준하는 미 패션전문학교 졸업 학력으로 국내 대학원 석사과정 입학해 전학기 마쳤어도 입학 취소 적법"
  • 기사출고 2020.12.0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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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입학 처음부터 무효…신의칙 적용 불가"

미국에 있는 패션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국내 대학원의 석사과정에 합격해 석사과정 4학기를 모두 마쳤으나 미국에서 졸업한 학교가 학사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이 아니라는 이유로 뒤늦게 석사과정 입학이 취소됐다. 법원은 입학 자체가 무효였다며 입학 취소는 신의칙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A씨는 1994년 서울에 있는 3년제의 패션디자인학원을 졸업한 다음 2000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B패션전문학교에서 'Associate of Arts Merchandise Marketing' 학위를 취득했다. A씨는 이후 2016년 10월경 한국의 C대 대학원 텍스타일 · 패션디자인학과 석사과정에 지원하면서 학력 란에 '학사'로 기재한 입학원서와 이력서를 제출해 합격한 뒤 2017년 3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석사과정 4학기를 모두 마치고 대학원 박사과정에도 지원했다.

그런데 C대학이 2019년 1월 A씨가 미국에서 졸업한 학교가 4년제 대학에 준하는 기관 또는 학사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문대학에 준하는 기관으로, A씨가 석사과정 지원 자격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A씨의 석사과정 신입학을 취소하자, A씨가 "아무런 잘못도 없이 C대학의 입학 허가에 따라 석사과정에 입학하여 정해진 과정을 모두 마쳤는데, 뒤늦게 신입학을 취소한 것은 재량권을 심히 일탈 · 남용한 것으로 권리남용이자 신의칙 위반에 해당하여 무효"라며 C대학원 측을 상대로 소송(2019가합505765)을 냈다. 당시 C대학 대학원 신입생 모집요강과 대학원 학칙에선 석사학위과정 지원자격으로 '국내 · 외 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한 자' 또는 '관계 법령에 의하여 학사학위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인정되는 자'를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박성인 부장판사)는 10월 16일 "원고는 C대학 대학원 석사과정 지원자격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원고에 대한 석사과정 신입학은 당연무효에 해당한다"며 "원고에 대한 신입학취소처분은 위 신입학이 처음부터 무효였음을 당사자에게 통지하여 확인시켜 주는 것에 불과하여 여기에 신의칙이 적용될 수 없고, 피고가 무효인 신입학을 취소하였다고 하여 재량권의 일탈 · 남용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태승이 피고를 대리했다.

재판부는 "고등교육법 제33조 3항에서 '대학원의 석사학위과정, 석사학위과정과 박사학위과정의 통합과정에 입학할 수 있는 사람은 학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법령에 따라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사람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고등교육법 시행령 70조 2항에서는 '외국 또는 군사분계선이북지역에서 우리나라의 초 · 중등교육과 대학교육에 상응하는 교육과정을 전부 이수한 자로서 대학을 졸업한 자와 동등한 학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는 대학을 졸업한 자와 동등한 학력이 있다고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고등교육법 제33조 제3항의 '법령에 따라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사람'으로서 대학원 석사학위과정의 입학자격을 인정받기 위하여서는 외국 또는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서 우리나라의 초 · 중등교육과 대학교육에 상응하는 교육과정을 전부 이수한 후 대학을 졸업한 자와 동등한 학력이 있다고 인정받지 않으면 안 되고, 원칙적으로 위와 같은 입학자격의 인정은 당해 대학원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판결(2005다22671 등)을 인용, "고등교육법 제33조 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학원 석사학위과정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학칙에서 정하는 과정을 이수하여 석사학위를 수여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당연무효이고, 이와 같은 당연무효의 행위를 학교법인이 취소하는 것은 석사학위수여의 행위가 처음부터 무효이었음을 당사자에게 통지하여 확인시켜 주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여기에 신의칙 내지 신뢰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가 졸업한 B가 학사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이 아닌 우리나의 전문대학에 준하는 기관임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A씨가 또 "피고의 대학원 입학 사정 업무 담당 교수와 직원은 원고의 학위 검증 업무를 게을리 한 과실로 원고를 석사과정에 합격시켰고, 그로 인하여 석사학위 취득이 가능하다고 오인한 원고가 석사과정을 모두 마침으로써 1억원의 정신적 손해 포함 1억 8,700여만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예비적으로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는 석사과정에 지원하기 전에 이미 자신에게 학사학위가 없음을 알고 있었고, 석사과정의 지원자격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원자인 원고의 책임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를 석사과정에 합격시킨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