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업무실적 불량' 이유 대기발령 후 면직…실질은 징계해고
[노동] '업무실적 불량' 이유 대기발령 후 면직…실질은 징계해고
  • 기사출고 2020.12.05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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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구체적인 해고사유 서면통지 안 했으면 무효"

근로자가 업무실적 불량 등을 이유로 대기발령을 받은 데 이어 대기발령 후 3개월이 지나도록 직무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면직됐다. 법원은 대기발령에 따른 면직이 사용자의 인사규정에 근거한 것이라도 그 실질은 징계해고라며 추상적이고 간략하게 기재한 대기발령 통보서만 보내고 해고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한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면 무효라고 판결했다.

수원지법 민사15부(재판장 이헌영 부장판사)는 10월 29일 수원시에 있는 A농협에서 근무하다가 대기발령을 받은 후 면직된 B씨가 A농협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2019가합20989)에서 이같이 판시, "해고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또 면직 때문에 B씨가 받지 못한 2019년 5월분부터 2020년 9월분까지의 임금 5800여만원과 2020년 10월 1일부터 B씨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23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법무법인 서린이 B씨를 대리했다.

B씨는 '정산과정에서 전산에 입고 물량을 늘려서 입력', '관리소홀', '수출업무 소홀(매출계산서 미발행, 수출물량에 대한 인수증 미확인)' 등 2018년 3월 21일부터 2019년 1월 24일까지 10회에 걸쳐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잘못에 관한 사유서와 경위서를 작성해 A농협에 제출했고, A농협은 3차례에 걸쳐 B씨에게 주의를 준 데 이어 2019년 1월 30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B씨가 최근 2년 동안 3회 이상 주의를 받았다'는 이유로 대기발령을 명했다. 이어 석달 후인 4월 30일 다시 인사위원회를 열어 'B씨가 대기발령 후 3개월이 지나도록 직위 또는 직무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B씨를 면직처리하자 B씨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에 대한) 면직은 원고가 인사규정 제62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여 근무성적 또는 업무실적이 극히 불량할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대기발령을 받은 후, '대기발령 된 자가 3개월이 지나도록 직위 또는 직무를 부여받지 못하면 면직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인사규정 제61조 제1항 제5호에 근거하여 이루어졌다"고 지적하고, "이런 인사규정에 따라 이루어진 대기발령과 이어진 면직은 이를 전체적으로 보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징계해고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제한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제2항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사용자에게는 신중하게 근로자를 해고하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는 해고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하며, 나아가 해고의 존부 및 그 시기와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뒷날 이를 둘러싼 분쟁을 쉽고 적정하게 해결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며 "따라서 근로자를 해고하려는 사용자가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할 때에는 그 통지를 받는 근로자가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를 하려는 경우에는 해고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하여야 하며, 징계대상자가 위반한 인사규정의 조문만 늘어놓는 것으로는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고가 원고에게 대기발령과 면직을 통보하면서 보낸 통보서에는 '재고관리소홀, 수탁판매업무 중 수출업무처리 미흡에 따른 민원 발생, 수정계산서 허위발행을 이유로 최근 2년 동안 3회에 걸쳐 주의를 촉구했으므로, 피고의 인사규정 제62조에 따라 대기발령을 명령한다', '원고가 대기발령 후 3개월 동안 직위 또는 직무를 부여받지 못했으므로, 피고의 인사규정 제61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원고를 면직한다'고만 적혀있다.

재판부는 "대기발령 통보서는 그 사유가 추상적이고 간략하게 적혀있을 뿐, 문제가 되는 행위가 발생한 시점이나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포함하고 있지 않고, 나아가 면직 통보서는 실질적으로 징계해고에 해당하는 대기발령과 이어진 면직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고, 인사규정 내용만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실질적으로 징계해고에 해당하는 대기발령과 이어진 면직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자신의 징계사유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해명할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른 서면통지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면직은 절차적으로 위법하여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10회에 걸쳐서 사유서 등을 작성해 피고에게 제출했고, 피고가 3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주의를 준 것은 사실이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대기발령과 면직을 통보받을 당시 그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대기발령과 면직을 통보하면서, 사유서 등과 피고가 원고에게 주의를 준 내용 중 어떤 부분이 대기발령과 이에 이은 면직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지, 또는 그와 무관한 원고의 다른 행위를 문제 삼은 것인지에 관하여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는 대기발령과 면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인사위원회에 참석하거나 서면을 제출하는 등으로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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