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공정위 조사방해한 쌍용양회에 과징금 가중 적법"
[공정] "공정위 조사방해한 쌍용양회에 과징금 가중 적법"
  • 기사출고 2020.12.0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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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자료 은닉, PC 교체"

시멘트의 시장점유율과 가격을 담합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방해한 쌍용양회에 과징금을 가중해 874억여원을 부과한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월 12일 쌍용양회가 "시정명령과 87,489,000,000원의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하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두36212)에서 이같이 판시, 쌍용양회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부법무공단이 1심인 서울고법부터 공정위를 대리했다. 쌍용양회는 1심에서 법무법인 세종이, 상고심에서는 김앤장이 각각 대리했다.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 성신양회, 아세아, 한일시멘트, 현대시멘트 등 6개 시멘트회사는 2010년 하반기부터 2011년 2월 사이에 수차례 모임을 갖고 실제출하량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조정하기로 합의하고, 쌍용양회 22.85%, 동양 15.05%, 성신 14.20%, 아세아 8.0%, 한일 14.95%, 현대 11.40%로 시장점유율을 각 조정한 뒤, 합의한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시멘트 출하량 점검, 시장점유율을 초과 또는 미달한 물량에 대한 과부족정산, 과다한 매출할인을 통제하기 위한 운반비보조금 지급실태 파악과 상차도 기준요율표 마련, 출하량 통계의 진위 여부 실사 등의 조치를 취했다. 쌍용양회 등 6개 시멘트회사는 또 2011년 3월경 모임을 갖고 50,000원 이하로 하락한 1종벌크시멘트 가격을 2011년 4월부터 67,5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각 거래처에 1종벌크시멘트 가격을 67,500원으로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거래처에 발송했으나, 주요 대형 레미콘사들이 가격인상을 수용하지 않자, 2011년 5월 26일부터 6월 8일까지 시멘트 공급을 중단했다. 이어 2011년 11월 내지 12월경 시멘트협회 부회장실에서 모임을 갖고, '2012년도 1종벌크시멘트 가격 인상시기를 2012년 1월로 하고, 인상폭은 77,000원을 하한으로 하며, 인상공문은 2011년 12월에 거래처에 발송'하기로 합의하고, 2012년 가격인상 공문을 거래처에 발송하기도 했다. 

이에 공정위가, 쌍용양회 등 6개 시멘트회사의 시장점유율 합의와 1종벌크시멘트 가격 합의가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쌍용양회에 시정명령과 87,489,000,000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쌍용양회가 소송을 냈다. 쌍용양회는 자료를 은닉하고 PC를 다른 직원의 PC와 교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어렵게 한 사실 등이 인정되어 과징금이 당초의 67,376,739,000원에서 30% 가중됐다. 구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과징금고시) Ⅳ. 3. 나. (4)항(이 사건 고시조항)은 과징금의 2차 조정을 위한 가중사유로 '위반사업자 또는 그 소속 임원 · 종업원이 위반행위 조사를 거부 · 방해 또는 기피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었다. 쌍용양회는 이에 대해 "과징금고시의 조사 방해 가중 규정은 공정거래법에 근거가 없는 규제로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령상 과징금 상한의 범위에서 과징금 부과 여부와 과징금 액수를 정할 재량을 가지고 있고, 이 사건 고시조항은 과징금 산정에 관한 재량권 행사의 기준으로 마련된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 즉 재량준칙이며, 이러한 재량준칙은 그 기준이 헌법이나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객관적으로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이상 가급적 존중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공정거래법령은 과징금을 산정할 때 고려하여야 할 참작사유를 한정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공정거래위원회에 과징금 제도의 취지와 목적 달성에 필요한 요소를 추가로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피고가 법령상 상한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산정하면서 위반사업자의 조사협력 행위를 감경적 요소로, 조사방해 행위를 가중적 요소로 고려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법령상 근거가 없는 규제로서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이러한 사정은 이후 이 사건 고시조항이 삭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이 사건 고시조항은 '위반사업자 또는 그 소속 임원 · 종업원이 위반행위 조사를 거부 · 방해 또는 기피한 경우' 과징금을 가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조사방해의 결과를 요구하고 있지 않고, 위 조항의 조사방해를 인정하는 데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 외에 실제로 조사가 방해된 결과가 발생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로 피고가 원고의 조사방해를 인정한 것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였다"며 "원심은 위와 같은 조사방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사정이 과징금 부과의 대상인 위반행위의 성립과 관련한 처분사유가 아니라 구체적인 과징금 액수 산정을 위한 재량적 고려사항임을 전제로 판단한 것으로서, 행정소송에서 처분사유, 과징금 가중사유로서 조사방해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