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상표등록 못할 위험성 안 알린 설빙, 중국 업체에 라이선스비 돌려주라"
[민사] "상표등록 못할 위험성 안 알린 설빙, 중국 업체에 라이선스비 돌려주라"
  • 기사출고 2020.11.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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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이행 착수 후 라이선스비 반환 청구 금지' 조항은 무효

빙수업체인 설빙이 가맹점 사업계약을 맺은 중국 업체에 현지 유사 상표가 많아 상표등록을 하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가 계약을 취소당해 라이선스비 9억여원을 돌려주게 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0월 29일 중국의 A사가 설빙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의 상고심(2019다220670)에서 설빙의 상고를 기각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라이선스비 956,500,000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구만회, 윤선애 변호사가 항소심부터 A사를 대리했다. 설빙은 법무법인 율촌이 대리했다.

A사는 2015년 2월 중국 상해에서 1년간 설빙 직영점을 운영하고 그 이후 5년간 중국 내에서 독자적으로 가맹점을 모집하는 내용의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설빙과 체결하고, 설빙으로부터 영업표지와 영업 노하우를 제공받는 대가로 라이선스비 9억 5,650만원을 지급했으나, 당시 중국 내에는 이미 설빙과 유사한 상표들이 출원 또는 등록되어 있어 설빙의 상표등록이 쉽지 않은 상태였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파악한 A사가 "설빙이 계약 체결 당시 이런 사실을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며 계약을 취소하고 라이선스비의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피고가 신의성실의 원칙상 원고에게 '중국 내 선출원 · 등록상표가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하여 피고의 설빙 관련 주요 영업표지에 관하여 중국 내에서 상표등록을 하지 못하는 등 이를 사용하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는 사정을 고지해야 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고의나 적어도 과실로 위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를 사유로 이 사건 계약을 취소한다는 원고의 의사표시가 피고에 도달함으로써 계약이 소급적으로 취소되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설빙은 '원고 또는 피고가 본 계약에 따른 이행행위에 실질적으로 착수한 이후에 본 계약이 해지, 취소 또는 무효로 확인되더라도 피고에게 라이선스비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 계약 조항에 따라 라이선스비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경제력의 차이로 인하여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업자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자기는 부당한 이득을 얻고 상대방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법률행위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것으로서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고 전제하고, "가맹점 운영권의 부여를 결정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피고가 계약 내용의 결정을 주도하면서 자신에 대하여는 아무런 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채 계약이 해지 · 취소되는 경우에 계약의 종료원인이나 그에 관한 귀책사유의 소재, 계약 이행의 정도와 잔여 계약기간 등의 사정을 묻지 아니하고 원고가 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지급한 라이선스비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계약 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