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출신대학 교수가 면접위원이라고 제주문화예술재단 합격 취소 안 돼"
[노동] "출신대학 교수가 면접위원이라고 제주문화예술재단 합격 취소 안 돼"
  • 기사출고 2020.11.2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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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회피 사유 불분명…채용공고에 명시 안 해"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직원 채용절차에 응시해 최종합격한 직원에 대해 대학교수인 면접시험위원과 사제관계라는 이유로 합격을 취소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법 민사2부(재판장 이규훈 부장판사)는 10월 15일 제주문화예술재단 일반직 직원 공개채용 절차에 응시해 최종합격했으나 이후 합격이 취소된 A씨가 재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9가합13663)에서 이같이 판시, "합격취소결정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또 "피고는 원고에게 채용공고에 응시해 합격한 직원들의 근무개시일인 2019. 9. 9.부터 원고를 일반직 직원으로 발령할 때까지 월 19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제주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A씨는 제주문화예술재단 일반직 직원(5급) 공개채용 절차에 응시해 2019년 7월 최종합격했으나, 이후 면접시험위원인 제주대 국어국문과 교수 B씨와 A씨의 사제관계는 인사혁신처에서 발간한 공정채용 가이드북에서 제시하는 회피 사유에 해당하고, 지방 출자 · 출연기관 인사 · 조직지침(이하 인사지침)에서 규정한 '근무경험관계 등 기타 이해당사자로서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관계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합격이 취소되자, 합격취소결정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인사지침에서는 '시험위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시험 과정에서 제척 · 회피하여야 하고, 기피될 수 있으며, 출자 · 출연의 장은 사전에 시험위원들에게 공지하여야 한다'면서 그 사유로 '시험위원 또는 그 배우자나 배우자였던 자가 응시자인 경우, 시험응시자와 친족관계(혈족 및 인척)에 있거나 있었던 경우, 근무경험관계(예시 : 동일부서) 등 기타 이해당사자로서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관계나 사정이 있는 경우'를 들고 있는데, 원고와 B 사이의 관계와 같이 대학교 학부에서 수업을 들어 알고 있는 정도의 교수와 제자 사이가 '근무경험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는 없고, 앞서 열거한 관계들에 비추어 위와 같은 인적 연고가 '기타 이해당사자로서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관계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공정채용 가이드북에서는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외부시험위원을 반드시 1/2 이상 위촉하여야 하며 지원자와 제척 · 기피대상에 있는 사람은 위원위촉 시 배제'하여야 한다면서도 제척 · 기피대상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지 아니하고 다만 '공무원 채용에서는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 하에 구체적 시행 사례를 제시하면서 '친인척, 근무경험 관계, 사제지간 등 지원자와 제척 · 기피대상이 아닌 자를 위촉하여야 하고, 평가위원 서약서에 회피 절차를 포함하는 한편 지원자에게도 기피 절차를 안내'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뿐이고, 가이드북에서 예시로 든 서약서에서도 '응시자와의 친인척관계 등 제척 사유가 있는 경우 시험위원의 회피를 신청하겠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대학교 교수와 제자 사이를 제척 · 기피 · 회피 사유로 정하지 아니하여, 가이드북에 의하더라도 원고와 B 사이의 인적 관계가 제척 · 기피 · 회피 사유임을 분명히 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사지침은 위임 근거 규정인 지방출자출연법의 입법목적, 규정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인사관리에 있어 피고를 구속한다고 볼 수 있을지언정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미 성립한 근로계약을 규율한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피고가 내부적으로 인사 지침이나 가이드북을 직원 신규 채용에 관한 기준으로 적용해 왔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의 청약의 유인이나 승낙에 해당하는 채용공고나 합격통지 등에서 인사지침이나 가이드북이 채용절차에 적용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아니한 이상 인사지침이나 가이드북에서 정한 제척 · 기피 · 회피 절차의 위반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근로계약에 당연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인사지침이나 가이드북에서도 위 절차 위반이 채용 절차에 있어 합격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음을 규정하는 내용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며 "결국 피고의 합격취소결정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어서 부당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위 인사지침이나 가이드북에 위와 같은 절차 위반이 채용 절차에 있어 합격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음을 규정하는 내용이 없다.

피고는 "채용공고에서 '최종합격자 통지 후 채용신체검사, 학위검증, 경력조회 등을 통하여 결격사유가 발견될 경우 합격 또는 임용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하였고, B가 원고와 사제지간임에도 회피하지 아니하고 면접시험의 평가를 담당한 채용과정의 하자는 시험결과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하는 사유로서 합격취소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중대한 사유"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위 채용공고 내용은 문언상 지원자의 귀책사유나 지배가능한 영역에서 결격사유가 발견될 경우 피고에게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유보한 것이라 할 것인데, 피고는 B에게도 서약서에 서명만 받았을 뿐 제척 · 기피 · 회피 사유에 대하여 정확한 안내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채용절차에 관한 내부규정을 간과한 잘못을 위 채용공고에서 정한 원고의 사정이나 책임 있는 사유에 기한 결격사유로 볼 수 없고, 나아가 이를 근거로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