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중동통신] 글로벌 금융 허브, 두바이의 딜레마
[리걸타임즈 중동통신] 글로벌 금융 허브, 두바이의 딜레마
  • 기사출고 2020.11.1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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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변호사]

두바이에 살다보면, '꽃보다 할배'의 배경이 되었던 마천루가 상징하는 화려한 하드웨어와, 너무나 대조적인 느리고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행정 경험 사이에서 심한 이질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의 행정처리 속도에 익숙해져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UAE가 최근 몇 년간 급속히 도입하고 있는 선진국 기준의 촘촘한 제도들과 기존의 느슨한 관행들이 혼재되어 있다가 충돌하는 순간 나아가지도 돌아서지도 못하는 당혹스런 경험을 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배지영 변호사
◇배지영 변호사

근래에는 은행을 비롯한 현지 금융기관들과의 거래 시에 이러한 사태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두바이는 글로벌 금융허브가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 하에 차근차근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두바이국제금융센터(Dubai International Financial Centre, DIFC)는 중동과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을 확립했고, 2019년에는 DIFC가 운영하는 거래소가 Global Financial Centres Index에서 8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돈세탁 천국'이라는 오명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두바이는 여전히 ‘돈세탁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개방적인 사업환경, 수많은 은행과 환전소, 잘 발달된 국제운송망은 불법적인 금융활동이 활개를 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7개의 토호국(emirates)과 연방의 감독 체계가 상이하고, 기업의 실제 지분권자를 확인하기 어려우며, 수많은 역외 자유경제구역(free zone)이 설립되어 있다는 사실이 규제의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9년까지 조세 관련 비협조국 명단에 UAE를 포함시켰고, Financial Action Task Force(FATF)는 2020년의 상호평가리포트에서 UAE를 불법적인 이득을 운용하고 유지하며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a safe heaven)라고 평가했다. 많은 반부패 활동가들이 여전히 UAE를 국제 돈세탁 퍼즐의 핵심적인 조각이라고 언급하고 있으며, 최근 사례로 올해 초 드러난 이사벨 도스 산토스(앙골라 전직 대통령의 딸,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으로 알려지기도 했음)의 부패 스캔들에서 두바이의 자유경제구역에 설립된 회사가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의 자금을 유출하는 매개체로 활용되었다고 보도되기도 하였다.

금융 규제의 강화

이러한 오명은 글로벌 금융허브가 되겠다는 UAE의 목표에 치명적이다. 마침 최근 몇 년은 유럽연합 및 FATF에서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금지(AML/CFT) 관련 UAE의 금융제도, 관행에 대한 집중조사 기간이었다. OECD의 조세회피방지대책 이행방안 채택 및 EU의 비즈니즈세금 관련 행동규범워킹그룹의 법인세 과소지역에 대한 조사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 이 조사들이 강제적인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 결과에 따라 국제금융거래에서 매우 불이익한 조건에 처해질 수 있었다. UAE 정부는 AML/CFT 제도를 강화하는데 공을 들였고, 2019년 10월에 조세 관련 비협조국 명단에서 제외되는 성과도 있었다.

문제는 이와 같이 강화된 규제제도를 운영하는 인력들의 경험이 부족하고, 정부도 현지 실정에 따른 실무적인 운영상의 문제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위 조사들에 대응하기 위한 보여주기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기업들이 제도의 기계적인 적용으로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UAE중앙은행은 은행에 계좌 개설 시 강력한 고객확인의무(Customer Due Diligence, CDD)를 부과하였고, 그 일환으로 법인인 고객에게는 궁극적 실질소유주Ultimate Beneficial Ownership, UBO)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모회사가 있는 등 지배구조가 다층적인 기업은 UBO에 관한 증빙 자체를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은행의 실무자들이 국가마다 증빙의 형태가 다를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이해도도 낮다. 현지은행의 경우 기존 고객에게 대해서도 매년 CDD를 다시 해야 하는데, 역시 요구하는 서류 및 인증방식이 엄격하여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여해야 한다.

송금 등에 엄격한 심사 도입

송금 등 금융거래를 함에 있어서도 보다 엄격한 심사절차가 도입되었다. UAE는 주변국과의 중개무역의 중심지인데, 무역 관련 서류 정보와 금융거래 정보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래가 거절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제재와 관련해서는, 고객이 제재대상국과의 금융거래와 상관이 없는 부분에서 연관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계좌를 폐쇄한 경우도 있었다.

2019년에는 UAE 경제실질규정(Economic Substance Regulation)이 도입되기도 하였다. 이 규정에 의하면, 특정영역에 속하는 기업에게는 UAE 내에서 경영활동을 하고(이사회 개최), 핵심적인 수익창출활동을 하며, 적절한 수의 직원 및 운영비를 유지, 지출해야 한다는 의무가 부과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UAE는 반부패지수 등 형식적인 평가에서 중동 및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들에 크게 앞서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제도의 시행 이후에도 굵직한 국제적 부패 및 자금세탁 관련 사건들에 UAE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제도의 정착을 위해 그저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상황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국제적 평가에 대비한 미봉책으로 끝날 것인지 판단하기는 시기상조인 듯하다. 분명한 것은, 지금은 예전보다 금융과 관련하여 당혹스런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두바이=배지영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jiyoung.bae@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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